소호정의 칼국수는 전통 반가 음식인 안동국시로 예의를 중요시했던 안동 사람들이 손님을 접대할 때 소박한 국수를 내지만 정성을 다해 면을 만들고 고기 국물에 국수를 말아 내던 안동 지방의 음식이다. 국물이 뜨끈뜨끈한 칼국수는 겨울 음식 같지만 원래는 음력 6월쯤, 밀 수확을 끝내고 갓 빻은 햅밀을 반죽해 만드는 여름 별미다.
[소호정] 청와대 오찬 상에 오른 안동국시
그러나 소호정의 칼국수는 계절과 상관없이 사시사철 문턱이 닳을 정도로 미식가들의 발길이 이어지게 하고 있다. 칼국수는 밀가루만으로 반죽하거나 콩가루를 섞어 반죽하기도 하는데, 소호정에서는 밀가루와 콩가루를 섞어 반죽한 후 섭씨 영상 30도에서 두 시간, 상온에서 하루 숙성한 후 면을 만든다. 그래서 소화가 잘되지 않는 밀가루가 숙성을 거치면서 성질이 변화되기 때문에 소호정의 칼국수를 먹고 난 후에는 속이 편안하다고 한다. 끓는 물에 면을 넣고 센 불에서 끓여내기 때문에 면발이 쫄깃하면서 부들부들하고 매끄러우면서도 잘 끊어지지 않는 것이 큰 매력이다.

소호정에서는 한우 양지 고기를 두 시간 동안 푹 고아 국물을 낸다. 고기 국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반할만한 맛이다. 구수하고 깊은 맛이 풍부하게 우러난 국물이 면 가락 가락에 속속들이 밴다. 송송 썬 대파와 삶은 양지머리 고기를 결대로 쭉쭉 찢어 고명으로 올린 칼국수를 후루룩 건져 먹고 뜨끈뜨끈한 국물 한 모금을 마시고 나면 속이 든든하다. 칼국수에 수육과 모둠전을 곁들여도 좋고 식사 메뉴로는 얼큰한 국밥도 좋다. 수육은 최상품의 한우 양지머리 고기를 삶아 구수한 고기 냄새가 술술 나는데 고기 결을 그대로 느낄 수 있으면서도 부드럽다.

흰 살 생선과 소의 허파를 저며 썰어 계란 옷을 입혀 기름에 노릇하게 지져내는 모둠전은 고소한 냄새가 입맛을 돋운다. 부드러운 면발이 젓가락에 척척 감겨오는 칼국수와 수육, 모둠전의 맛을 한층 더해주는 밑반찬은 배추 겉절이·부추김치·깻잎찜이다. 맛깔스러운 양념에 버무려 낸 아삭거리는 배추겉절이, 알싸한 향과 맛이 매력적인 부추김치, 양념을 켜켜이 놓고 살짝 쪄낸 향긋한 깻잎찜은 칼국수와 수육, 모둠전에 얹어 먹거나 싸 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다. 맛깔스러운 밑반찬과 함께 조리법과 재료에 따라 천차만별 달라지는 최고의 칼국수를 만날 수 있는 곳, 바로 ‘소호정’이다.
[소호정] 청와대 오찬 상에 오른 안동국시
영업시간: 11:30~22:00

메뉴:국시 9500원, 국밥 9500원, 수육 3만1000~4만1000원, 모둠전 2만4000~2만9000원

위치:서울시 서초구 양재동 392-11

문의:(02)579-7282

백지원 푸드 칼럼니스트 bjwon9113@hanmail.net┃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