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라는 ‘종’으로 살아간다는 것


“애덤 스미스와 다윈 중 누가 더 뛰어난 경제학자일까. 다음 세기가 끝나기 전에 경제학자들은 경제학의 창시자로 다윈을 꼽게 될 것이다.”

경제학자 로버트 H. 프랭크의 예언이다. 오늘날 다윈의 진화 이론은 가장 포괄적이고 거의 유일하게 살아남은 거대 담론이다. 이는 경제학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진화론을 적극 수용한 행동경제학과 신경경제학, 진화경제학이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그동안 경제학에서 경제 주체인 인간의 행동과 본성에 대한 탐구가 부족했다는 반성에 따른 것이다.
[Book] ‘다윈 지능’ 外
이 책은 현대 진화 이론의 핵심을 간결하게 정리한 교과서다. 저자가 네이버에 연재한 내용을 중심으로 엮었다. 다윈 진화론의 가장 큰 매력은 간결함이다. 진화란 한마디로 변화를 의미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세대 간에 일어나는 생물체의 행태와 행동의 변화를 뜻한다. 다윈의 자연 선택론은 이 모든 변화의 과정을 설명하는 이론으로 전혀 손색이 없다.

진화론은 동양 사상과도 쉽게 연결된다. 짧게 요약하면 진화란 결국 생물의 형질이 유전자라는 정보 물질을 통해 전파되는 과정이다. 어느 특정한 형질을 지님으로써 개체가 보다 많은 자손을 퍼뜨릴 수 있다면 그 형질의 발현에 관여하는 유전자들은 보다 많은 복사체를 후세에 남기게 된다.

나는 내 어머니와 아버지의 DNA가 각각 절반씩 난자와 정자 속으로 구겨져 들어갔다가 한데 만나 펼쳐지면서 만들어 낸 생명체라고 할 수 있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DNA로부터 만들어졌고, 더 거슬러 올라가면 침팬지와 인간의 공동 조상의 DNA를 거쳐 궁극적으로는 태초의 생명의 늪에 떠다니던 최초의 DNA 또는 RNA로 귀착한다. 유전자의 관점에서 보면 생명은 끊임없이 해체되고 다시 조합돼 새 생명으로 윤회하는 불교의 기본 사상과 놀랍도록 닮아 있다. 생명의 역사는 결국 DNA의 일대기에 지나지 않는 셈이다.

다윈의 진화론은 단지 하나의 생물학 이론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20세기 후반 이후 인간 본성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바탕으로 ‘다윈 혁명’이라고 부를 만큼 법과 정치·문학·도덕·예술 등 인간이 이룩한 모든 지식 체계에 새로운 빛을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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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의 독서 노트
TV 사극 속 역사 뒤집어 보기

TV 사극이 만든 역사는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사실보다 과장되고 허위 사실이 들어가 있어도 시청자들이 진실로 믿어 버린다. 그 면에서 볼 때 ‘장희빈’은 불행한 여인이다. 역관의 딸로 태어나 국모의 자리까지 오르지만 사약을 받아 죽는 과정이 극적이기 때문인지 다양하게 드라마로 만들어졌지만 처음 씌워진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중록’도 마찬가지다. 대통을 이을 세자가 뒤주에 갇혀 죽었다는 사실 때문에 수십 년에 걸쳐 드라마로 만들어졌지만 흥미 위주의 접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도세자가 꿈꾼 나라’는 사도세자에 관한 얘기다.

영조가 된 연잉군은 노론을 기반으로 집권했다. 아버지 숙종이 살아 있을 때부터 노론은 ‘택군(擇君) 과정을 통해 경종을 배제하려고 했고 왕위에 오른 후에는 1년도 되지 않아 연잉군에게 대리청정을 맡기도록 종용했다. 경종의 어머니가 노론이 죽음으로 몰아넣은 바로 그 장희빈이었기 때문이다. 영조도 노론만큼이나 경종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경종이 죽기 전날 영조가 게장과 생율을 왕에게 올렸는데, 이를 먹은 후 경종의 상태가 급격하게 악화돼 죽음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사도세자는 영조와 정치적 견해를 달리했다. 노론의 전횡에 맞서 심정적으로 소론을 응원했는데 이런 세자의 태도는 비천한 출생과 전임 왕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는 의심을 받고 있던 영조에게 견디기 힘든 부담이었다.

우리가 접하는 사도세자에 대한 얘기는 대부분 사도세자의 부인 혜경궁 홍씨가 쓴 ‘한중록’에 바탕을 두고 있다. 실록보다 더 극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기 때문인데, 사도세자의 죽음 역시 정치적인 의미보다 의대증과 궁중에 불을 지르고 희열을 느끼는 광증, 여기에 많은 여염집 여인을 농락했다는 허구까지 개인적인 부분에 맞춰져 있다.

‘출가외인’이란 말 때문에 사람들은 조선시대 여인이 시집을 오면 모두 친정과 담을 쌓고 산 것으로 알고 있다. 여염집이라면 모르지만 명문대가의 며느리는 그렇지 않았다. 왕후를 비롯해 왕가를 이뤘던 여인들은 작게는 가문, 크게는 가문이 속한 당파를 위해 뛰었던 경우가 많았다. 아버지가 속한 노론을 위해 남편의 희생을 눈감았던 혜경궁 홍씨가 그 부류에 속하고 영창대군의 어머니인 인목대비는 광해군에게 ‘아들을 내주는 대신 친정은 봐주기’를 간청할 정도였다.

권력에 대한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다. 방해가 되면 부자간에도 칼을 겨뤘고 그 속에서 범인이 상상도 못할 일이 일어났다. 사도세자도 조선 왕조 전체를 통틀어 가장 비극적인 권력투쟁의 희생물이었다.


사도세자가 꿈꾼 나라
이덕일 지음┃440쪽┃위즈덤하우스┃1만5000원
[Book] ‘다윈 지능’ 外
솔로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jwlee@solomon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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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 이기는 경영을 말하다
궁위전 지음┃류방승 옮김┃312쪽┃와이즈베리┃1만5000원
[Book] ‘다윈 지능’ 外
중국 베이징대 교수인 저자가 경영 전략의 보고로 사랑받는 ‘손자병법’을 풀어 썼다.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전 회장 등이 ‘손자병법’의 애독자다. 2000여 년 전 병법서가 오늘날에도 힘을 발휘하는 것은 전쟁이라는 극한적인 경쟁 상황에서 승리의 기본 원리를 뽑아냈기 때문이다. 기존 기업 전략 이론은 정적이고 일차원적인 분석에만 의존해 왔다.



국제통상 전문가 김의기, WTO에서 답하다
김의기 지음┃224쪽┃다른세상┃1만2000원
[Book] ‘다윈 지능’ 外
저자는 국제기구 진출 1세대로 세계무역기구(WTO)에서 일하는 국제 통상 전문가다. 원산지 규정과 관세 평가가 그의 ‘전공’ 분야다. 우리가 매일 마시는 커피의 원산지를 규정하는 데도 수많은 이해관계가 충돌한다. 중남미 등 원두 생산국은 커피의 맛과 향은 원두가 결정하므로 볶는 공정의 결과로 원산지가 바뀌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반면 미국이나 유럽, 스위스는 네슬레 같은 메이커의 국가가 원산지가 되어야 한다고 맞선다.



하루 한 장 논어경영
사오위 지음┃박혜린 외 옮김┃416쪽┃메디치┃1만8000원
[Book] ‘다윈 지능’ 外
‘논어’에서 배우는 경영학 실전 노트다. 12개월 동안 매일 논어의 한 구절을 익힐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논어는 공자가 살던 춘추시대 말기의 정치학 교본이라고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지도자의 자질과 자격 요건을 다룬 리더십에 관한 담론이다. ‘논어’를 오늘날 기업 경영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이러한 리더십이라는 공통분모가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여기에 더해 ‘논어’에서 중국식 경영 모델의 가능성을 탐구한다.



침묵의 봄
레이첼 카슨 지음┃김은령 옮김┃400쪽┃에코리브르┃1만8000원
[Book] ‘다윈 지능’ 外
20세기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친 책 중 하나다. 출간 50주년을 기념해 나온 개정판이다. 이 책은 무분별한 살충제 사용으로 파괴되는 야생 생물계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공개해 큰 충격을 줬다. 책 출간을 막으려는 화학 업계의 거센 방해가 있었지만 저자의 강한 의지를 꺾지는 못했다. 환경문제에 대한 대중적 인식을 끌어냈으며 정부의 정책을 바꿔 놓고 현대적인 환경운동의 등장을 촉발했다. 50년이 지났지만 이 책이 주는 충격과 감동은 생생하다.
[Book] ‘다윈 지능’ 外
장승규 기자 sk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