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치아 관리

[헬스 칼럼] 시린 이는 치아에서 보내는 SOS
약 10년 전쯤에 개봉된 톰 행크스 주연의 ‘캐스트 어웨이’라는 영화에 매우 인상적인 장면이 있었다. 평소 치통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은 주인공 척은 무인도에 표류된 뒤 극심한 치통을 견디다 못해 결국 돌로 내리쳐 아픈 이를 해결했다. 무인도에서의 고립된 상황을 표현하기 위한 영화의 극적 장치이겠지만 그 정도의 치통이라면 주인공은 이미 이가 시리는 등의 전조증상을 겪었을 것이다. 이처럼 치아에서 보내는 SOS 신호를 무시하고 방치하면 자연치아를 잃을 수도 있다.

요즘처럼 날씨가 추워지고 찬물을 마시기 힘든 계절이면 이가 시리다는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가 늘어난다. 안타까운 것은 이런 이 시림 증상을 단순히 추워진 날씨 때문이라고 그냥 넘기는 사람이 치과를 찾는 사람들보다 월등히 많다는 사실이다. 물론 뚝 떨어진 기온 때문에 이 시림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그 원인은 훨씬 많고 복잡하다. 이가 시리면 우선 치아 자체의 손상을 살펴야 한다. 치아는 음식을 잘게 부수는 역할을 하는 법랑질과 법랑질 안에 치아 몸통의 대부분을 형성하는 상아질, 상아질 안에 신경과 혈관 다발이 있는 치수로 이뤄져 있다.

그런데 외상이나 마모·충치 등으로 이 법랑질과 상아질이 손상되면 그만큼 치아 내부의 신경을 자극하게 된다. 이 때문에 ‘시린’ 느낌을 받게 되는 것. 겨울철에는 스키나 스노보드를 타다가 충돌해 치아 법랑질은 물론 치아 전체가 균열이 가거나 깨져서 병원을 찾는 환자도 자주 볼 수 있는데, 평소 이 시림 증상이 있거나 사고 등으로 충돌하면 치아 손상을 잘 확인해야 한다. 또한 너무 뜨거운 음식과 찬물을 번갈아 먹는 습관도 치아를 손상시킨다. 너무 세게 옆으로만 칫솔질을 하는 습관도 법랑질 마모를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 있으니 주의하는 것이 좋다. 치아 내부나 잇몸 염증으로 치아가 시리기도 한다.

평소 자주 이가 시리다면 치주염을 의심해 봐야 한다. 치주염은 흔히 풍치라고도 하는데, 잇몸에 염증이 생기면 잇몸이 내려앉아 신경이 노출되고 염증이 치아의 신경을 건드리면서 시린 증상을 느끼게 된다. 점점 통증으로 발전되는 이것이 앞서 소개했던 영화 주인공의 치통 증상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치주염은 ‘어려서는 충치를 조심하고 나이 들어서는 풍치를 조심하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중장년층에게 쉽게 다가오는 질환이다. 풍치가 심해지면 치조골과 신경조직까지 모두 손상을 입어 결국 발치까지 이어질 수 있으므로 이가 시린 증상을 그냥 방치해선 안 된다. 찬 음식뿐만 아니라 따뜻한 음식을 먹는데도 이가 시리면 치주염이 상당히 진행됐을 수 있으므로 반드시 치과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치아에 금이 갔거나 깨져서 이가 시리다면 보철 치료를 통해 정상적인 치아로 복구시켜야 한다. 치주 질환이 있다면 반드시 잇몸 치료가 필요하다. 치아 표면과 잇몸 바깥쪽 정도만 손상된 치은염은 플라크(치태)와 치석을 제거하는 스케일링과 간단한 치료만으로 해결할 수 있다. 치아 내부의 신경은 물론 잇몸까지 손상된 치주염이라면 신경 치료는 물론 심하면 발치해야 할 수도 있다. 발치 이후에는 자연치아를 대체할 수 있는 임플란트를 고려해보는 것도 좋다.
[헬스 칼럼] 시린 이는 치아에서 보내는 SOS
김철민 룡플란트치과 일산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