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의 스산한 매력 그대로

지난 몇 년간 ‘밀레니엄’만큼 충격을 던져준 소설이 있었을까. 3부작으로 완성된 ‘밀레니엄’은 전 세계 41개국과 판권 계약을 맺고 무려 5000만 부 이상 팔려나갔다. 저자의 모국인 스웨덴에서만 통계상 전 국민의 3분의 1이 읽었다고 한다. 더구나 소설 속 주인공처럼 실제로 기자 생활을 했던 원작자 스티그 라르손이 책이 채 출간되기도 전에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 원작에 비장미를 더했다.
Rooney Mara stars in Columbia Pictures' "THE GIRL WITH THE DRAGON TATTOO," also starring Daniel Craig.
Rooney Mara stars in Columbia Pictures' "THE GIRL WITH THE DRAGON TATTOO," also starring Daniel Craig.
2009년 스웨덴과 덴마크의 합작으로 만들어진 ‘밀레니엄 제1부: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이하 밀레니엄)’은 이후 3부까지 영화화됐다. 이후에도 할리우드에서 데이비드 핀처에 의해 영화화되면서 화제를 모았다. 그래서 어쩌면 ‘밀레니엄’은 뒤늦게 개봉하는 국내에서 원작과의 승부가 아니라 데이비드 핀처와의 승부를 중요하게 여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본토’에서 만들어진 생생한 ‘실감’은 이 영화의 최대 장점이다.

소송에 시달리던 기자 미카엘(미카엘 뉘크비스트 분)에게 또 다른 재벌 헨리크(스벤-버틸 타웁 분)가 무려 40년 전 사라진 손녀 ‘하리에트’의 사건을 조사해 달라며 손길을 내민다. 과거의 사진과 신문 기사 등 얼마 되지 않은 자료들로 방대한 조사에 착수한 그는 우연히 용 문신을 한 범상치 않은 외모의 천재 해커 리스베트(누미 라파스 분)를 만나게 된다. 리스베트의 천재적인 해킹 능력으로 미궁에 빠진 단서들이 조각을 맞춰 나가며 두 사람은 서서히 가문의 어두운 진실, 잔혹한 악의 실체에 접근하기 시작한다.

한 가문의 가계도와 맞물려 수많은 인물들이 얽히고설킨 스릴러물들은 많다. 하지만 ‘밀레니엄’의 다른 점은 사건 그 자체보다 기자 미카엘의 집요함과 전혀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리스베트의 오묘한 조합에서 온다. 그 둘이 힘을 합쳐 사소한 단서들을 증거로 만들어 나가는 과정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물론 “여자가 짐승에게 가까이 하여 교합하면 너는 여자와 짐승을 죽이되 그들을 반드시 죽일지니 그들의 피가 자기들에게 돌아가리라”처럼 경구로 인용되는 살인의 방식 또한 북유럽의 스산한 기후와 겹쳐져 을씨년스럽다.

워낙 방대한 원작이다 보니 압축에서 오는 어쩔 수 없는 생략과 건너뛰기가 종종 몰입을 방해하기도 한다. 낯선 배우들의 등장도 오히려 핀처의 작품을 더욱 기다리게 만든다. 원작을 접하지 못한 관객들이더라도 충분히 깊이 몰입할 수 있을 것이다. 이야기 자체의 선명함을 잃지 않았기 때문이다.


원더풀 라디오
감독 권칠인
출연 이민정, 이정진, 김정태, 이광수
[영화] 밀레니엄 제1부: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外
폐지 직전의 라디오 프로그램 ‘원더풀 라디오’의 DJ 신진아(이민정 분)가 방송에서 막말하기, 멋대로 신청곡 바꿔 틀기 등 막가파식 진행을 고수하던 어느 날, 더 이상 내려갈 곳도 없는 ‘원더풀 라디오’의 청취율을 올리기 위해 재혁(이정진 분)이 구원 PD로 긴급 투입된다.


다크 아워 3D
감독 크리스 고락
출연 에밀 허시, 맥스 밍겔라
[영화] 밀레니엄 제1부: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外
모스크바의 붉은 광장. 미국 대사관으로 가려는 션(에밀 허시 분)과 벤(맥스 밍겔라 분)은 멀리서 무언가 보이지 않는 외계 생명체가 접근해 오는 것을 느끼고 숨는다. 그리고 한 방향을 보고 짖고 있는 개가 순식간에 분쇄돼 가루가 되어 버리는 것을 목격한다. 이후 세계 곳곳에서는 각종 기계들의 기이한 오작동이 속출한다.


치코와 리타
감독 하비에르 마리스칼
애니메이션
[영화] 밀레니엄 제1부: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外
1948년 쿠바의 하바나. 야망에 찬 천재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치코는 어느 날 밤 클럽에서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하는 가수 리타와 만난다. 젊음과 재능으로 빛나는 그들은 곧 사랑에 빠지지만 열정과 욕망, 질투와 오해가 뒤엉키며 안타까운 이별을 맞이한다.


주성철 씨네21 기자 kinoeye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