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력 사업들 정체…신성장 동력 절실


하이마트가 4년 만에 다시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오면서 롯데그룹과 GS그룹의 맞대결이 화제다. 아무래도 목이 더 마른 쪽은 GS다. 롯데는 그동안 과감한 국내외 M&A로 재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덩치를 키워 왔다. 반면 GS는 여러 번 M&A에 뛰어들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더구나 그룹의 주력 사업이 뒷걸음질치고 있는 탓에 신성장 동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재계가 이번 하이마트 인수전에서 GS를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GS그룹의 주력 사업은 크게 정유·건설·유통이다. 대부분 자본집약형인 전통 사업군에 속하는 것이 특징이다. 최근 성장세를 거듭하는 정보기술(IT)·자동차 관련 사업과는 거리가 멀고 같은 정유·화학이라고 하더라도 SK이노베이션이나 LG화학이 2차전지 사업을 육성하는 것처럼 미래 사업을 준비하고 있지도 못하다.

이 중 정유업은 그룹 내에서 매출 비중이 가장 큰 사업이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실적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GS칼텍스의 지난 6년간(2005~2010년) 매출(이하 K-GAAP 기준)을 보면 16조2338억 원, 19조1300억 원, 21조4683억 원, 34조4242억 원, 27조9079억 원, 35조3157억 원으로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그러나 같은 기간 순이익을 보면 9050억 원, 5415억 원, 8319억 원, 마이너스 2903억 원, 8623억 원, 6690억 원으로 들쭉날쭉하다. ‘리먼 사태’를 맞으며 국제 유가가 30달러대로 폭락한 2008년에는 2903억 원의 적자를 봤고 2005년 9050억 원의 순이익은 아직까지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정유업은 마진율이 극히 낮은 업종으로 매출액이 30조 원이 넘지만 순이익은 1조 원이 채 못 되는 상황이다. 덩치는 큰데 실속은 없는 형편이다.
LG그룹과 분리한 GS홀딩스가 31일 역삼동 GS타워에서 CI및 경영이념선포식을 갖고 출범하였다.
허창수 회장이 GS기를 전달받고 흔들고 있다.
/김병언 기자 misaeon@
LG그룹과 분리한 GS홀딩스가 31일 역삼동 GS타워에서 CI및 경영이념선포식을 갖고 출범하였다. 허창수 회장이 GS기를 전달받고 흔들고 있다. /김병언 기자 misaeon@
LG와의 ‘신사협정’도 걸림돌

건설업 또한 최근 5년 동안 정체를 겪고 있다. GS건설의 매출액은 2006~2010년 사이 5조7451억 원, 6조115억 원, 6조8658억 원, 7조3769억 원, 7조8927억 원으로 매년 소폭 성장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순이익은 3869억 원, 3993억 원, 3815억 원, 3828억 원, 4072억 원으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갈수록 순이익률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건설 경기 또한 그다지 밝지 않아 향후 몇 년 동안의 상황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유통업 또한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GS리테일의 2006~2010년 매출액은 1조7947억 원, 2조321억 원, 2조4628억 원, 2조8847억 원, 3조4737억 원으로 지속적인 성장세에 있다. 그러나 유통업계의 치열한 경쟁으로 순이익이 크게 늘지 않고 있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414억 원, 365억 원, 519억 원, 1247억 원, 5211억 원이다. 2010년 GS마트와 GS스퀘어를 매각하면서 ‘중단사업이익’으로 4496억 원이 갑자기 늘어난 것을 빼면 715억 원에 그친다. GS리테일의 ‘중단사업이익’은 매년 200억~300억 원 사이였다. 유통업 또한 3조 원대의 매출에 비해 순이익은 1000억 원 안팎으로 마진율이 낮은 편이다.

홈쇼핑 업계 1위였던 GS홈쇼핑은 2011년 3분기에 CJ오쇼핑에 업계 선두를 내주면서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GS샵은 매출 2085억 원, CJ오쇼핑은 2121억 원으로 36억 원의 근소한 차이였다. 연간 매출로는 1위를 지키겠지만 모멘텀(추세)을 감안하면 2012년에도 1위를 지킨다고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무엇보다 GS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LG그룹과 사업 영역이 겹치지 않도록 하겠다는 ‘신사협정’이다. IT·2차전지 등 유망 사업은 LG가 하다 보니 신성장 동력을 찾기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하이마트는 지난해 매출 3조522억 원, 순이익 1068억 원으로 GS리테일과 비슷한 규모의 회사다. 하이마트는 매년 꾸준한 성장세에 있기 때문에 GS가 인수하면 그룹에 새로운 활력소가 될 가능성이 높다.


우종국 기자 xyz@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