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y word 2 칩 시크
2012년에도 세계경제에 대한 전망이 밝지 않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정과 선진국의 지출 축소 등으로 세계경제는 3%대 초반의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지속적인 실물경기 침체, 소비 수요 감소는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최근 폴 크루그먼의 플랜 B(Plan B)가 재조명되고 있다.플랜 B는 1996년 말레이시아의 외환위기 당시 국제통화기금(IMF)식 경제 처방인 고금리, 긴축 재정정책을 의미하는 플랜 A의 실패에 대한 대안으로 크루그먼 교수가 내놓은 플랜이며 외환 통제를 통해 금리와 환율을 안정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플랜 B는 이후 다양한 분야에서 대안 경제 혹은 대안 소비를 의미하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저성장 시대의 소비 수요 확대를 위한 플랜 B로 최근 칩 시크(Cheap chic)가 부상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가격에 대한 소비 문화의 변화 반영
자라·H&M·유니클로 등의 브랜드에서 시작된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은 이제 감각·디자인·멋스러움 등을 강화한 칩 시크 트렌드로 거듭나고 있다. 이는 최근 화장품·항공사·자동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부각되고 있다. 칩 시크는 명품과 저가 시장으로 양분된 기존 시장에 대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칩 시크 상품은 경제적인 가격과 품질, 세련된 디자인 등 핵심 가치를 두루 갖춘 상품 및 서비스를 의미한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H&M·자라·유니클로 등의 패션 브랜드, 스웨덴 가구 브랜드 이케아(IKEA), 항공사 라이언에어, 국내 화장품 브랜드 미샤, 대형 소매점 타깃(Target), 제이씨페니(J.C.Penney) 등과 디자이너 브랜드의 협업(collaboration) 등을 들 수 있다.
낮은 경제성장률과 불황에 대한 우려 속에 기존 시장의 플랜 B로 등장한 새로운 소비 형태인 칩 시크는 지속되는 경기 침체 속에 매년 급속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자라·H&M·유니클로 등의 매출은 전년 대비 25% 증가하며 명품 브랜드의 0.7% 증가율을 크게 웃돌았다. 미샤·더페이스샵 등의 중가 화장품 시장 역시 최근 5년간 연평균 19.3%씩 성장했다.
칩 시크 시장은 교육과 소득수준이 높은 젊은 소비층에 초점을 맞춰 이들의 세련된 취향을 만족시키는 디자인과 품질을 제공한다. 이러한 소비층은 대형 마트, 인터넷 쇼핑몰 등 다양한 유통 환경과 정보력을 토대로 풍부한 상품 정보를 수집하며 합리적 소비 행동을 보이는데, 최근 글로벌 기업의 주요 소비층으로 주목 받고 있다.
칩 시크는 이제 패션 및 유통 기업을 넘어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소비자는 불안한 경제 상황 속에서도 세련된 취향에 맞는 소비 생활을 경제적 가격 범위 안에서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을 갖는다. 기업으로서는 경제적인 가격을 유지하기 위한 사업구조 개선의 노력이 수반돼야 하겠지만 보다 궁극적으로 경기 침체 속에서도 소비 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는다.
기업은 칩 시크 상품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고 이에 대한 소비자의 충성도를 유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급변하는 트렌드에 부합하는 상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함으로써 소비 욕구를 자극할 수 있다. 칩 시크는 상품의 가격과 가치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며 기존 시장의 대안으로 급부상했고 지속되는 경기 침체 속에서 점차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정나영 리드앤리더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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