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y word 10 임대 소득 창출


한국 경제는 이미 저성장이 화두인 선진국형 구조에 들어섰다. 즉 기존의 고성장 시대에서는 ‘얼마나 더 벌 것인가’가 중요했다면 앞으로의 저성장 시대에서는 ‘자산을 얼마나 잘 지켜낼 수 있는가’가 우선순위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했다. 최근처럼 글로벌 규모의 동시다발적 리스크가 발생하는 시기라면 더욱 그렇다. 이 때문에 어찌 보면 전통적 재테크 상품이랄 수 있는 ‘저수익 저위험’ 상품이 주목받고 있다.

부동산 부문에서는 ‘임대 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상품들에 서서히 돈이 몰리고 있다. 과거 ‘부동산 투자를 한다’고 하면 토지와 아파트를 많이 떠올렸다. 토지는 싼값에 매입해 장기간 보유하고 난 후 가격이 오르면 파는 형태였고 아파트는 재건축이 예상되는 저층 아파트를 매입해 향후 재건축이 시작될 때 프리미엄을 받고 매각하는 형태였다. 그러나 이런 형태의 투자는 각종 규제 및 세제 등으로 더 이상 높은 수익을 얻기 힘들게 됐다. 자산 가치 상승도 이제 기대하기 힘들어졌다. 이 때문에 매각 차익보다 임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상품이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국내서 가장 많은 자산을 가지고 있는 ‘베이비 부머 세대’의 은퇴가 현실화되면서 임대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2~3년 전부터 이미 자산가들 사이에 감지되고 있다. 토지나 아파트보다 중소형 빌딩, 아파트 상가 등 임대 수익형 부동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실제로 서울 강남권에서는 20억~100억 원 사이의 중소형 빌딩들이 ‘씨가 말랐다’는 말이 공공연히 돌고 있다. 타 지역에 비해 투자 금액 대비 수익률은 떨어질 수 있더라도 임대 소득이 보다 안정적이며 환금성도 뛰어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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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회사도 ‘임대 소득’에 눈길

최근 들어서는 이 같은 임대 소득형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중산층으로까지 옮겨가고 있는 추세다. 즉 다가구주택을 포함한 일반 주택을 개조해 상업 시설과 주거 시설이 함께 있는 새로운 방식의 주거용 빌딩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즉 비록 ‘막대한 시세 차익’은 힘들더라도 ‘매달 들어오는 적은 수준의 임대료’라도 가계에 보태겠다는 중산층의 노력이다.

이 같은 새로운 주거 형태가 가장 잘 발달하고 있는 곳은 서울 홍익대 주변 지하철 2호선 합정역과 6호석 상수역 사이다. 3~4년 전부터 합정역 이면도로에 상권이 형성되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한 집 건너 한 집이 상가다. 최근엔 이면도로와 이어지는 골목길로 상권이 확장되고 있다. 이곳에선 주택을 상가로 바꾸거나 고깃집 등을 카페나 레스토랑으로 리모델링하는 고급화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물론 홍대앞 상권이 팽창하면서 임대료가 비싸지자 가까운 합정역 인근으로 가게들이 옮겨가기 시작한 것이다. 이 때문에 단독주택이 많아 리모델링이 쉬운 이 지역이 빠르게 변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이 지역의 임대료는 33㎡ 기준 2~3년 전의 보증금 1000만 원, 월세 80만 원에서 보증금 1000만~2000만 원, 월세 120만~130만 원으로 올랐다.

임대 소득형 부동산에 대한 관심은 개인뿐만 아니라 금융회사에서도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대표적인 영역이 유료도로 등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다. SOC 투자는 일종의 임대 수익이다. 대부분 준공 후 정부에 소유권을 넘기고 일정 기간 운영권을 보장받는 BTO(Build Transfer Operate) 방식으로 추진된다. 투자 순위에서 밀렸던 SOC 자산은 금융권의 우선 투자 대상으로 다시 부상하고 있다. 이유는 안정성 때문이다. 20~30년짜리 장기 대출인 까닭에 금리가 연 6% 정도로지만 대부분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을 끼고 있어 돈을 떼일 염려도 낮다.

실제로 제2영동고속도로 건설 프로젝트의 금융 자문사인 산업은행이 2011년 10월 투자확약서를 접수한 결과 28개 기관투자가가 참여하면서 목표액인 1조700억 원의 두 배 가까운 2조 원의 청약이 몰렸다. 은행·보험·새마을금고·신협 등 여러 기관투자가들이 서로 투자하겠다고 달려들었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