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용 우려’ 제도 속속 폐지
경매와 공매는 그 절차와 권리 분석 면에서 대중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변화를 거듭해 왔다. 경·공매가 대중화된다는 의미는 그만큼 입찰자가 많아진다는 의미이고, 이는 곧 낙찰가의 상승으로 이어진다. 조금이라도 높은 가격에 낙찰되는 편이 채무자의 잔여 채무를 줄이고 채권자의 채권 회수를 원활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매의 대중화는 누구에게도 손해 될 일이 아니다. 그 일환으로 최근 경매와 공매는 또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우선 예고등기의 폐지다. 예고등기는 채무자가 경매를 방해하는 수단으로 악용돼 왔다. 소유 부동산을 경매로 날릴 처지에 놓인 채무자가 타인이 자기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도록 공모해 스스로 소송의 피고가 되는 방법이다. 이를 통해 법원이 예고등기를 촉탁하도록 하는 수법이 대표적인 악용 사례다.
예고등기 소송 결과에 따라 낙찰자는 소유권을 잃을 수도 있어 예고등기가 완료된 부동산은 몇 차례 유찰돼 최저 매각 가격이 떨어지게 되고 결국 채무자가 타인의 명의를 빌려 헐값에 낙찰 받아 부당이득을 챙길 수 있게 된다. 이렇게 채무자가 챙긴 부당이득은 곧 채권자의 손해로 이어진다. 예고등기의 폐지는 입찰자가 경·공매로 부동산을 취득하는 과정상 중대한 위험을 배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예고등기 없애…유치권도 폐지 예상
둘째로 권리 내용이 명확하지 않아 법적 분쟁을 양산한다는 지적을 받아 온 부동산 유치권이 폐지될 전망이다. 유치권은 해당 사항이 없다고 하더라도 인도명령으로 간단하게 명도를 완료할 수 없어 명도 소송이 불가피할 뿐만 아니라 낙찰 대금의 일부를 대출받을 때에도 장애로 작용해 소액 투자를 고려하는 사람들의 접근을 방해하고 있다. 결국 유치권 신고가 있는 경매 물건은 자본력이 탄탄한 일부 투자자들에게 경쟁자 없이 큰 차익을 얻을 수 있는 황금알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공매는 절차상의 변화를 통해 대중에게 한 발 다가설 것으로 보인다. 입찰자가 부동산의 상태나 임차인의 유무 및 보증금 규모 등을 직접 조사해야만 했던 기존의 방식과 달리 내년부터는 자산관리공사가 물건 정보를 제공한다. 공신력 있는 정보 제공은 공매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정도로 큰 의미를 지닌다.
배분 요구도 시한을 둔다. 경매의 배당 요구에 종기를 규정하고 있는 것과 달리 공매는 배분 요구에 시점을 규정하지 않는다. 채권자는 언제든지 배분 요구가 가능한 것이 현행법이다. 이것은 낙찰 이후에도 배분 요구가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제는 낙찰 이후 배분을 받을 수 있는 권리자에게 변화가 생기면 낙찰자가 인수하는 부담에도 변화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역시 위험이 아닐 수 없다. 이 밖에 가압류 채권자도 배분을 받을 수 있게 하고 내년부터는 등기부등본에 공매의 진행 사실을 등기하는 등 크고 작은 변화가 예정돼 있다.
이제 경매와 공매는 남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누구라도 접근할 수 있는 영역이고 조금만 신경을 쓴다면 더 큰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일 수 있다. 수도권의 아파트라면 시세보다 10% 이상 저렴한 가격에 취득할 수 있고 토지나 상가, 공장과 같이 수요층이 제한적인 부동산이라면 20~30% 정도 낮은 가격에도 취득할 수 있다. 대중화로 낙찰가가 상승하고 그만큼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고도 할 수 있지만 그래도 먹을 것은 있다. 아무리 대중화됐다고 하더라도 낙찰가가 시세를 추월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김재범 지지옥션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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