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를 위한 트렌드&라이프 일곱 번째
직장 생활의 낙(樂)에서 역시 ‘먹는 즐거움’을 빼놓을 수 없다. 더욱이 요즘 같은 날씨에는 ‘직원 식당’에서 3000원짜리 점심을 먹은 후에 즐기는 커피 한잔의 여유도 쏠쏠하기만 하다. 분명 ‘분수에 맞는 삶’이란 건강하고 올바른 소비 생활이지만 아무리 열심히 평생을 모은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집 한 채 소유하기 힘든 요즘의 현실은 ‘점심보다 더 비싼’ 커피 한잔이라도 마시며 위안 받으려는 보상 심리가 생기곤 한다. 이처럼 자신의 분수에 넘치는 몇 가지 행위를 작은 것에서나마 소소하게 찾는 소비 스타일. 바로 요즘 마케팅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이 소비 키워드는 ‘스몰 럭셔리(Small Luxury)’다.
기존의 럭셔리 소비가 돈이 많이 드는 데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적은 소품에서 명품이 주는 최대한의 만족치를 추구하며 합리적인 소비를 즐기는 ‘스몰 럭셔리족’은 무작정 상류층의 문화를 따라 하기보다 자신의 삶의 범위 내에서 온전히 ‘나’만을 위한 작은 사치를 극도로 섬세하게 즐긴다. 여자 친구에게 샤넬 백은 못 사줘도 샤넬 립스틱이나 매니큐어를 선물하는 일은 그나마 덜 부담스러운 일인 것처럼, 당장 차를 바꾸기는 어려워도 바르는 로션을 업그레이드하긴 쉽다.
스마트한 소비자들 때문에 ‘스몰 럭셔리’라는 새로운 소비문화가 세팅됐고, 그 중심에 있는 뷰티 산업은 유례 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와 함께 더 넓고 새로운 마켓을 선점하려는 움직임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나’를 위한 가치 소비 경향이 강해지면서 ‘프리미엄 헤드 투 토’ 시장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아름답게 가꾸기 위한 제품(스킨·보디·헤어 케어)을 경쟁적으로 출시하며 최근 수년간 연평균 30%씩 성장해 현재 연간 5000억 원(TNS 소비자 패널 조사 기준) 매출 규모가 됐다.
매주 수십만 원에 달하는 두피 마사지를 받을 수는 없지만 ‘르네휘테르’ 같은 프리미엄 헤어 제품으로 자신의 모발 상태에 맞는 홈 케어를 즐길 수도 있고, 호텔의 스파에서 마사지를 받는 대신 향초를 피워놓고 자신의 욕실에서 자신만의 시간을 갖는 라이프스타일의 변화 또한 생활 속의 스몰 럭셔리의 전형적인 예다.
만족은 ‘최대’ 소비는 ‘합리적’
요식업에서도 스몰 럭셔리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서민 음식으로 여겨졌던 ‘라면’ 업계에서의 럭셔리한 변화가 바로 그것이다. 농심의 ‘신라면 블랙’을 시작으로 라면 업계의 프리미엄 시장 쟁탈전이 본격화되고 있다. 또한 국내외 프랜차이즈 라면 전문점이 속속 생겨나면서 국내 라면뿐만 아니라 일본의 ‘라멘’도 합세하며 라면 외식 업계가 보다 건강하고 럭셔리하게 진화하고 있다.
일본의 ‘라면 킹’이라고 불리며 세계 ‘라멘’ 업계에 새로운 지평을 연 ‘카와하라 시게미’의 ‘이퓨도(IPPUDO)’는 이러한 바람을 타고 서울 신사동 도산공원 근처에 출사표를 던졌고 가로수 길에 2호점을 곧 오픈할 정도로 그 인기가 높다. 이퓨도는 뉴욕에서도 이미 큰 성공을 거뒀고 최고의 레스토랑만 그 이름을 리스트에 올릴 수 있는 ‘NY 미슐랭 가이드’에까지 실리며 최고의 ‘라멘 레스토랑’으로 인정받았다. 또한 싱가포르와 홍콩에 이어 서울에 진출하며 정통 하카타 라멘과 한국인의 입맛에 꼭 맞도록 현지화된 고품격 ‘라멘’을 동시에 선보이고 있다.
불안한 요즘의 경기지표에 국내 소비의 심리가 위축됐지만 럭셔리에 대한 갈망은 그 어느 때보다 더 뜨겁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과시용 소비로 인해 스스로 심리적으로 피폐해지고 결제 부담으로 스트레스 지수를 올리는 것보다 진정으로 자기 자신에게 만족을 주는 작지만 효과적인 사치에 소비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다양한 방법에 대해 고민해 볼 때다.
황의건 오피스에이치 대표이사 h@office-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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