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툴리오바르가스재단(FGV)·브라질국제관계센터(CEBRI)

브라질은 현재 세계경제에서 8번째로 큰 규모를 자랑하며 급속도로 세계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브라질의 성장을 이끌 행정·경제·사회과학·법 분야의 인재를 양성하고 이들을 하나로 묶어 지식 활동을 통해 정부 정책을 평가하고 수립하는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브라질의 경제와 국제 관계에서 제툴리오바르가스재단(FGV)과 브라질국제관계센터(CEBRI)는 우뚝 선 양대 산맥으로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단위로도 세계 최고 수준의 싱크탱크로 평가받고 있다.
남미 강자 브라질의 힘 下 …경제·국제관계 분야 ‘양대 산맥’
제툴리오 바르가스 재단 (Getulio Vargas Foundation)


제툴리오 바르가스 재단(FGV)은 브라질 국내 명문 사학일 뿐만 아니라 지난 60년간 브라질의 경제·사회 발전에 중요한 브레인 역할을 해왔다. FGV의 싱크탱크는 이론적·과학적 연구와 함께 공공 정책과 관련해 자문과 평가를 맡고 있다.

FGV 싱크탱크는 국제적으로도 명성이 높다. 남미와 카리브해 지역에서 연구 능력, 규모면으로 톱 40 싱크탱크 중 최고로 꼽힌다. 미 펜실베이니아대에서 선정한 미국을 제외한 글로벌 싱크탱크 순위에서 28위에 올랐다. ‘정책 입안’ 부문 평가에서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Foreign Policy)는 FGV를 세계 톱 5 중 하나로 선정했다.
남미 강자 브라질의 힘 下 …경제·국제관계 분야 ‘양대 산맥’
FGV 싱크탱크는 한 해 동안 1000회 이상 세미나 등의 행사를 열며 총 1200개의 서적·경제전문지·보고서를 쏟아내고 있다. FGV 싱크탱크가 관여하는 민간 및 공공 프로젝트의 수는 한 해 270개 이상으로 명실상부한 대형 싱크탱크다. 연구 영역은 거시·미시 경제, 금융·산업·정책 입안, 법·보건·복지, 빈곤과 실업, 환경, 지속 가능한 성장까지 아우르고 있다. 브라질 경제와 관련된 지표의 상당수가 FGV가 산출해 낸 연구 결과다.
남미 강자 브라질의 힘 下 …경제·국제관계 분야 ‘양대 산맥’
FGV는 1944년 브라질의 공공 및 민간 기관을 이끌어갈 행정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설립됐다. 당시 브라질 정부는 행정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정비하며 현대화하는 시기였다.

FGV는 행정뿐만 아니라 경제·사회과학 등 여러 분야로 교육 시스템을 확대해 나갔고 1955년 이후 경제 개발과 관련된 정부 정책을 본격 연구하면서 싱크탱크로서의 면모를 갖추기 시작했다.

이후 1960년부터 브라질의 경제성장률이 9%까지 치솟으며 ‘브라질의 기적’으로 일컬어지는 고도의 경제성장을 기록할 때 FGV의 각종 데이터와 연구는 정부 정책 수립의 근간을 이뤘다.

당시 FGV는 국가재정, 경제지표, 소득 균형 등에 초점을 맞춰 연구를 진행했고 동시에 정부 및 전국 대학에서 활약할 브라질 최고 지식인층을 양성해 내는 역할을 했다.

FGV의 카를로스 이반 시몬슨 리알 총장은 “브라질 경제와 관련한 모든 연구가 바로 FGV에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FGV의 주요 연구와 연구진이 정부와 대학 및 민간 기관으로 파생돼 나갔기 때문에 FGV는 브라질 경제 연구의 모태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1973년과 1979년 2차례 석유파동을 겪으며 승승장구하던 브라질의 경제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나락으로 떨어졌고 1980년대 들어 군사정부가 막을 내리면서 FGV는 급격한 변화를 맞이했다. FGV는 정부 사업과의 연계성을 줄이면서 독립적인 노선을 걷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국가 지원이 학교 재정의 전부였던 FGV는 예산이 바닥나는 어려움을 겪었다. 이후 1991년부터 FGV는 교육 사업 확대와 민간 투자를 받아 예산 확보에 나섰고 빠른 속도로 재정 상태를 복귀해 나갔다.

현재 FGV의 예산 규모는 한 해 5억 달러(약 5670억 원) 규모로 성장했다. FGV 재정의 상당 부분은 교육 사업을 통한 수입이 차지하고 있고 여러 싱크탱크의 경제 관련 데이터 판매, 컨설팅 등 사업으로 수익을 올리고 있다.

리알 총장은 “현재 FGV의 총 재정에서 정부 지원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2% 정도로 과거와 달리 정부로부터 자유로운 독립 기관”이라고 밝혔다. FGV의 이름으로 묶인 대학과 대학원은 브라질 내 최고 명문으로 통한다. FGV의 학부·대학원 모두 브라질 교육부가 선정하는 최고 대학 그룹에 속한다. FGV는 상파울루와 리우데자네이루 두 도시에 각각 경영대학원·로스쿨·행정대학원·경제대학원 등 7개 대학원을 운영하고 있다.

FGV에는 크고 작은 연구 기관이 무수히 있다. FGV 소속 연구 기관에서 활동하는 박사급 연구원 수는 총 850명에 달한다. 이들은 대부분 FGV대학 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대학의 교수이면서 프로젝트에 따라 FGV에서 연구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FGV의 대표적인 연구소로는 경제 관련 주요 통계 및 데이터를 내놓는 브라질경제연구소(IBRE), 브라질의 현대사를 연구하고 자료를 보관하는 브라질현대사연구및문헌센터(CPDOC), 사회과학·시장경제·행정 등에 대한 다양한 서적을 내놓는 에디토라FGV(EditoraFGV), 브라질의 리더를 양성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교육개발연구소(IDE), 기업과 공공 기관의 전략 관리 등을 분석·컨설팅해 주는 FGV프로젝토스(FGV Projectos) 등이 있다.



브라질국제관계센터 (Brazilian Center for International Relations)
남미 강자 브라질의 힘 下 …경제·국제관계 분야 ‘양대 산맥’
브라질의 옛 수도였던 리우데자네이루의 다운타운에 들어선 브라질국제관계센터(CEBRI)는 세계 경제·산업 이슈와 함께 브라질과 외국의 협력 관계에 대한 논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브라질의 외교정책과 국제 관계에 대해 다각도로 분석하고 다른 시점에서의 논의를 제안하고 있다.

1998년 다수의 기업과 학자, 외교관이 모여 설립한 CEBRI는 정부의 개입에서 자유로운 독립 비영리 싱크탱크다. 그렇기 때문에 재정 확보는 브라질의 주요 금융·철강·항공기 제작 등의 36개 기업으로부터 후원을 받고 있다. 한 해 예산은 100만 헤알(약 7억 원) 정도로 중소 규모의 싱크탱크라고 볼 수 있다.

CEBRI에 소속된 디렉터와 코디네이터는 총 24명 정도다. 이들은 실질적인 연구원이라기보다 국내외 외교·국제 관계 전문가들이 하나의 이슈에 대해 모여 토론할 수 있는 포럼·세미나 등을 주선하는 역할을 한다. CEBRI의 구성은 이사회·국제자문단·수석위원회·수석비서실 등으로 구성돼 있고 이사회가 주요 논제에 대한 가치를 평가하고 해외 활동을 관리한다.

CEBRI는 지난 13여 년 동안 약 300회의 행사를 추진하고 개최할 정도로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최근 주요 세미나의 주제를 살펴보면 ‘브라질의 국제 투자(20 09)’, ‘유럽·남미 간 안보 회담(2008)’, ‘브라질 외교정책의 도전(2008)’, ‘남미와 정보기술(2008)’, ‘지속 가능한 대체재로서의 핵에너지(2007)’, ‘브라질 2020:장기 성장 및 투자 전략(2007)’ 등이 있다.

CEBRI가 최근 추진하고 있는 세미나의 주요 논제에 대해 아드리아나 드 퀴로즈 CEBRI 선임 코디네이터는 “경제적으로 브라질과 많은 연계성이 큰 미국과 중국과의 관계에 대한 논의에 많은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런 세미나의 논의 결과를 집약한 보고서와 서적·계간지 등을 출판하고 국내외 관련 기관과 언론에 배포하는 것이 CEBRI의 주요 업무다. 이러한 지식 활동을 통해 CEBRI는 남미뿐만 아니라 북미·유럽·아시아의 외교 전문 기관과 정부 외교 부서 등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남미 강자 브라질의 힘 下 …경제·국제관계 분야 ‘양대 산맥’
>브라질국제관계센터는 국제 관계 전문가 그룹의 포럼·세미나를 주최하고 그 논의 결과를 보고서로 출간한다.">
따라서 이제까지 쌓아온 국제 관계 전문가 그룹 네트워크가 바로 CEBRI의 파워라고 할 수 있다. 2008년부터는 ‘CEBRI상(賞)’을 제정해 2년에 한 번씩 국제 관계와 관련해 공적을 쌓은 학계와 기업의 인물을 선정해 상을 수여하고 있다.

CEBRI는 미 펜실베이니아대에서 선정한 글로벌 싱크탱크 순위에서 남미에서 4번째 우수 연구 기관으로 꼽혔다. 세계 최고급 전문가의 참여를 유도하는 능력, 공공 정책 관련 전문가와 미디어와의 네트워크 구성, 외교정책에 대한 연구·토론·보고서 등 지적 활동의 생산량 등에서 높게 평가받았다.

CEBRI는 브라질 내 국제 관계 관련 기관들뿐만 아니라 미국 뉴욕대 국제협력센터(CIC), 캐나다 빅토리아대 글로벌연구센터(CFGS) 등 세계 주요 대학의 연구 기관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또한 미국과 유럽 국가의 주요 의회·외교부·대사관 등과도 긴밀한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CEBRI의 디렉터와 코디네이터들은 브라질의 젊은 지식인들이 많은 편이다. 따라서 CEBRI의 기존 전문가 네트워크뿐만 아니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등 온라인을 통해서도 적극적으로 지식인 네트워크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퀴로즈 선임 코디네이터는 “전문가 그룹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국제 이슈와 해외 정보에 친숙히 다가갈 수 있도록 페이스북·트위터 등 SNS를 통해 우리 연구 결과물을 접할 수 있게 루트를 열어놓고 있다”고 말했다.
남미 강자 브라질의 힘 下 …경제·국제관계 분야 ‘양대 산맥’
카를로스 이반 시몬슨 리알 총장은 역대 3번째 총장으로, 2000년부터 제툴리오 바르가스 재단(FGV)의 모든 대학과 연구소를 총괄하고 있다. 브라질의 명문 사학이자 싱크탱크의 집합소인 FGV는 역사적으로도 그리고 미래에도 브라질 지식인의 산실이라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리알 총장은 최근 FGV가 주목하고 있는 이슈를 묻는 질문에 브라질의 인프라스트럭처 개선 사업을 언급했다.
그는“ 공항·통신 등 국가 기반 시설이 아직 취약한 부분이 많다”며“ 우리 연구소에서 수학적·과학적 연구를 바탕으로 인프라 개선 사업의 모든 예산 등을 산출해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브라질 경제에 대해서는 최근 브라질의 높은 이자율 때문에 세계에서 투자가 몰려들고 있지만 한편 이를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개진했다. 브라질 국내 문제에 대해서는 제조업을 더 강력하게 성장시키고 정부 관료의 부정부패를 근절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에 대해 문어발식 사업을 하는 대기업과 한반도 통일 문제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갖고 있었다.

리우데자네이루(브라질)=글·사진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후원=한국언론진흥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