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직한 사람들 낙향해 ‘농부’로 변신

그리스에 농부가 늘고 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최근 “재정 적자 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에서 직업을 잃은 사람들이 앞다퉈 농촌으로 귀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실상 국가 부도 상태에서 디폴트(채무 불이행) 선언이 유력해질 정도로 그리스 경제가 위축되면서 그리스 경제가 과거의 ‘농업 경제’ 상태로 되돌아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인디펜던트는 그리스 낙소스 섬 현지 취재를 통해 “도시에서 쫓겨난 그리스인들이 생존을 위해 섬의 농지를 경작하고 있다”며 “감자와 양배추, 채소 농사에 전념하고 있는 도시 출신 그리스인을 보는 게 그다지 어렵지 않다”고 보도했다.

낙소스 섬 농부인 시투추리스는 “지난해부터 실직한 건설 관계 종사자와 광부를 비롯해 연금생활자들이 조상 대대로 물려받았지만 경작하지 않던 땅을 다시 일구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인근 농가 20가구 중 절반가량이 도시에서 귀향한 사람들이 운영하는 농지라는 것.

인디펜던트는 “낙소스 섬으로 쫓겨 온 사람들은 여전히 어두운 터널 속에서 한줄기 빛도 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농사일만으로 먹고사는 것은 사실 힘들겠지만 그래도 농사일이 어느 정도 도움은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그리스 의회의 긴축 정책안 통과에도 불구하고 그리스 경제의 개선 전망은 극히 어두운 상황이다. 그리스 구제 방안을 논의 중인 유럽연합(EU)·유럽중앙은행(ECB)·국제통화기금(IMF) 등 ‘트로이카’는 보고서를 통해 “그리스 경제 상황 악화로 2차 구제금융이 시행되더라도 국가 부도를 막기에 불충분한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그리스 사회 내 긴장도 고조되고 있다. 긴축안 처리를 막기 위한 그리스 노동계의 파업으로 수십만 명의 시위대가 거리로 나섰다. 수도 아테네를 비롯한 주요 도시들은 화염에 휩싸였다. 시위대끼리 충돌로 사망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YONHAP PHOTO-0351> Taxi owners gather in front of the Greek parliament on July 26, 2011 as the transport minister briefed lawmakers on the controversial reform which was demanded by the country's international creditors. Some eight thousand Greek taxi owners staged a protest in central Athens, as their strike against deregulation dragged on and continued to disrupt the busy summer tourist season, police said. AFP PHOTO / LOUISA GOULIAMAKI
/2011-07-27 03:19:28/
<저작권자 ⓒ 1980-201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Taxi owners gather in front of the Greek parliament on July 26, 2011 as the transport minister briefed lawmakers on the controversial reform which was demanded by the country's international creditors. Some eight thousand Greek taxi owners staged a protest in central Athens, as their strike against deregulation dragged on and continued to disrupt the busy summer tourist season, police said. AFP PHOTO / LOUISA GOULIAMAKI /2011-07-27 03:19:28/ <저작권자 ⓒ 1980-201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위기 해결책’ 놓고 상금 걸기도

유럽 일각에선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재정 위기 탈출을 위한 해법 마련을 위한 이색 행동들도 벌어지고 있다. 영국의 의류 업체 넥스트는 그리스를 포함한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 위기 때문에 통째로 흔들리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을 구할 해법을 마련한 사람에게 25만 파운드(4억4000만 원)의 상금을 내걸었다.

영국의 의류 체인 업체인 넥스트의 최고경영자(CEO)이자 보수당 지지자인 사이먼 울프슨은 유로존을 해체하기 위한 최고의 방안을 내놓는 사람에게 거액의 상금을 주겠다고 밝혔다. 울프슨은 “세계경제의 미래는 유럽에서 향후 몇 년 동안 일어나는 일에 좌우될 것”이라며 “유로존의 안정화를 희망하지만 유럽이 정책의 공백 상태에 빠져들어선 안 되기에 이색 제안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상은 가장 명석한 전 세계 경제학자들이 정책의 공백을 채울 수 있게끔 동기를 부여하려는 목적”이라며 “학자들의 노력은 유럽이 저축과 일자리, 사회적 결속 등이 파괴되는 혼돈 상태로 떨어지는 것을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모 및 심사 과정은 영국의 유명한 중도 우파 싱크탱크인 폴리시익스체인지가 관리하며 유명 경제학자들로 구성된 패널이 심사를 맡을 예정이다. 아이디어의 제출 시한은 내년 1월 31일까지다.


김동욱 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