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178cm의 롱다리 가수 한영(본명 한지영)은 요즘 한창 ‘열공’에 빠져 있다. 그것도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스트레스를 받는 영어 공부다. 직접적인 계기는 EBS 방송의 ‘서바이벌쇼 영어완전정복’에 출연하면서부터다. 이 프로그램은 영어와 담을 쌓고 살았던 연예인 5명이 나와 매회 영어로 미션을 수행하면서 탈락자를 가린다. 최후까지 살아남은 승자에겐 미국 뉴욕 여행권이 상품으로 주어진다.

지난 8월 31일 첫 방송에서 한영은 출연진의 영어 실력을 미리 알아보는 사전 필기 테스트에서 5명(개그맨 김숙, 음악 프로듀서 심태윤, 개그맨 표인봉, 가수 한영, 배우 한지우) 중 5등, 즉 ‘꼴찌’를 했다. 단어 풀이 100문제 중 45개를 맞혔다.

1~3등이 차례로 호명되고 김숙과 2명이 남았을 때 그녀는 쑥스러운 분위기를 피하기 위해 “이거 (영어를)못하니까 출연하는 거죠?”라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그러나 막상 꼴찌라는 결과가 나오자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땅을 쳐야 했다. 스피킹 테스트에서는 간신히 꼴찌를 면한 4위였다. 출연자 김숙은 “난 중 2때 영어(공부)를 접었는데, (한영은)대체 언제 접은 거야?”라며 그녀에게 ‘굴욕’을 안기기도 했다.



첫회 꼴찌…독서실 다니며 독하게 공부

충격이 컸던지 이를 계기로 그녀는 변하기 시작했다. 회를 거듭할수록 영어 실력이 일취월장하고 있는 것. 4회 방영분에서 공개된 1차 중간 테스트 결과에서 5명 중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매회 테스트가 이어지는데, 이를테면 택시를 타는 상황을 가정하고 뒷좌석에 오르면 창문에서 “미션1: ○○게스트 하우스로 갑시다. 125 스트리트에 있습니다”라는 문제가 제시되고 이를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간단한 것에서부터 ‘상대와의 공통점을 찾아낸 뒤 영어로 말하시오’라는 고난이도 문제도 나온다. 물론 사전에 교재로 주어진 ‘토크리시(Talklish)’에 나온 240가지 에피소드 중에서 미션이 주어지지만 영어 문외한들에게 시험은 여전히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녀는 원어민 뺨치는 완벽한 발음으로 수월하게 미션을 수행했다. 첫 회에서 꼴찌를 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어떻게 한 달 만에 그렇게 실력이 늘었느냐는 질문에 그녀는 “정말이지 ‘이렇게 공부했으면 서울대 갔다’고 할 정도로 열심히 했다”고 답했다.

자신감이 올라서인지 그녀의 목소리는 우렁찼다. 첫회 에필로그에서 그녀는 “모든 프로(프로그램 출연)를 접고 영어만 하고 싶다”고 할 정도로 절치부심했다. 집에서 공부가 잘 안 되자 집중하기 위해 삼성동 집 근처의 독서실에 등록하기도 했다.

영어 공부에 몰입한 데는 나름 목표 의식이 있어서였다. 그녀는 “내가 만든 패션 브랜드로 뉴욕에 진출하는 것이 꿈이다. 그곳에 가기 위해서라면 영어가 필수”라며 기꺼이 출연에 응한 것이라고. 그녀는 미드(미국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 ‘로열 페인즈’, ‘위기의 주부들’을 즐겨 본 것이 발음에 익숙해지는데 도움이 됐다고 한다.

발음만 들으면 그녀는 이미 뉴요커같다. “아직 뉴욕에 가보지 못했다”는 그녀는 “방송에서 1등을 못하더라도 자비를 들여 뉴욕에 꼭 가 볼 생각이다. 그러려면 영어가 꼭 필요하기 때문에 순위에 상관없이 열심히 할 계획이다. 지금은 영어가 너무 재미있다”라며 의욕을 불태웠다.
가수 한영,영어와 담 쌓았던 그녀 뉴욕을 꿈꾸다
1978년생. 동덕여대 스포츠학과 졸업. 패션쇼 모델로 활약하다 2005년 그룹 ‘LPG’ 멤버로 가수 데뷔. 2008년 솔로 앨범 발매. 현재 ‘MC에브리원’, ‘PD서바이벌’ 등 예능 프로그램 사회자.

우종국 기자 xyz@hankyung.com┃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