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일 국내 최대 주류 기업 ‘하이트진로’가 공식 출범했다. 국내 주류 기업 중 가장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하이트맥주와 진로가 단일 회사로 통합된 것이다. 맥주와 소주 시장 국내 1위 기업 간의 통합이며 ‘하이트 신화’, ‘참이슬 신화’의 결합으로 제3의 신화 창조를 예고하고 있다.

통합 법인 하이트진로는 매출 증대를 통한 외형 성장과 함께 재무구조 개선 등 내실을 강화해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기틀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다.

국내 최대 주류 기업 ‘하이트진로’ 통합 출범을 기념하기 위해 지난 9월 5일 코엑스 그랜드 컨퍼런스룸에서 ‘경영 혁신 선포식’을 개최했다.

하이트진로는 이날 통합 CI(Corporate Identity)와 새 슬로건을 공개했다. 새 CI는 하이트와 진로의 영문 이니셜인 ‘H’와 ‘J’가 서로 손을 맞잡듯 포개져 있는 심벌을 포함하고 있다. 이는 두 개의 물줄기가 하나로 합쳐져 솟아오르는 모양을 형상화한 것으로 하이트와 진로가 만나 ‘하나됨’을 의미한다. 물줄기가 솟아오르는 모양은 ‘메마른 세상을 즐거움으로 가득 채운다’는 하이트진로의 새로운 비전을 상징한다. 아울러 주류 산업을 상징하는 술잔의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슬로건 ‘뜨겁게 살자’는 새롭게 시작하고자 하는 ‘열정’과 머리보다 가슴으로 고객을 대하고 고객이 진정 원하는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하이트진로 임직원의 ‘마음가짐’을 나타낸다.

하이트진로는 새로운 도약을 위해 기업 혁신, 제품 혁신, 품질 혁신, 조직 혁신 등 각 분야별 경영 혁신 활동을 추진할 계획이다. 하이트진로는 이를 위해 생맥주 품질 개선과 신선도 유지를 위한 새로운 유통 관리 체계 도입 등 품질 혁신을 우선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통합 법인 하이트진로는 매출 증대를 통한 외형 성장과 함께 재무구조 개선 등 내실을 강화해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기틀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다.



해외 사업 연평균 7.4% 성장

하이트진로는 이번 합병을 통해 경쟁력을 제고하고 해외 사업을 더욱 강화해 ‘대한민국 대표 주류 기업’으로서 글로벌 경쟁에 나설 계획이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4월 2015년까지 글로벌 종합 주류 기업으로의 도약을 선언했다.

지난해 국내 주류 업계 최초로 해외 수출액 1억 달러 돌파와 글로벌 사업 규모 4352억 원을 달성한 하이트진로는 2015년까지 해외 수출 규모 2억 달러로 해외 비중 10% 이상 확대와 함께 해외법인 매출을 포함한 글로벌 사업 규모 8000억 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07년부터 해외 사업을 강화해 온 하이트진로의 해외 수출 실적은 2007년 6014만 달러에서 2008년 8430만 달러, 2009년 9352만 달러로 가파르게 성장했으며 2010년 1억 달러를 돌파했다. 수출 비중도 2007년 3.5%에서 지난해에는 2배에 달하는 약 7%로 늘어났다.

그동안 해외 사업규모는 연평균 17.4% 성장해 2010년 해외 수출 실적은 2007년 대비 75% 늘어났으며 주종별로는 소주가 11.6%, 맥주는 무려 267%가 증가하며 해외 수출 1등 공신이 됐다.

또 올 상반기에는 전년 대비 27.1% 증가한 총 643만 상자의 주류를 수출하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주종별로 소주는 5%(149만 상자), 맥주는 26.2%(428만 상자), 막걸리는 무려 158.5%(66만 상자) 성장했다.

하이트진로의 최근 수출 실적은 일본·중국·몽골 등 아시아 시장의 성장을 중심으로 이라크·호주 등으로 다변화하며 성장해 왔다. 1968년 베트남에 첫 수출을 시작한 하이트진로는 현재 일본·중국·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 50여 개국에 맥주·소주·막걸리 등 다양한 한국의 술을 수출하고 있다.

비중이 가장 큰 일본 시장에서는 현지법인 ‘진로재팬’의 제품군 확대를 통한 매출 증대와 함께 을류소주(증류식 소주) 시장 확대를 위해 현지 기업 인수·합병(M&A)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최근 일본 최대 유통 업체에 연간 400억 원(500만 상자) 규모의 맥주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향후 무알코올 맥주 등의 개발로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 공략, 중국 내 현지 대형 유통망 제휴 및 생산 기지 확보 등도 검토 중이다.

중국에는 소주·맥주·막걸리 등 하이트진로의 전 품목 수출과 함께 현지 유통망 제휴를 통한 시장 확대로 성장 토대를 다져나갈 예정이다.

최근 새롭게 개척한 호주에는 ‘클린스킨(Cleanskin)’이라는 브랜드로 맥주를 수출하고 있는데, 2010년 판매량이 전년 대비 350% 증가하며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증권가도 통합에 긍정적

동남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새로운 시장도 개척할 계획이다. 하이트진로는 최근 ‘참이슬 프레시(fresh)’, ‘참이슬 오리지널(original)’, ‘진로’ 제품에 대해 태국 분럿(Boonrawd)그룹과 수출 및 유통 계약을 맺었다. 분럿그룹은 싱하맥주(Singha Beer)를 제조·판매하는 태국 대표 맥주 기업으로, 이번 계약을 통해 하이트진로는 본격적인 태국 현지 시장에 진출하게 됐다.

또한 한류 바람이 새롭게 불고 있는 파리와 런던 등 유럽 등지의 현지 유통 업체들과 좋은 관계를 맺어 서양 사람들이 진로소주를 베이스로 한 칵테일을 만들어 마시도록 하는 사업 방안을 모색 중이다. 한편 이러한 유럽에서의 트렌드를 다시 한국으로 가져와 국내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바(Bar)나 클럽에서 수출된 진로소주를 베이스로 한 칵테일을 마시는 날이 올 것을 기대하며 새로운 주류 문화 형성에 앞장서 나갈 계획이다.

한편 하이트진로에 대한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의 평가도 매우 좋다. 송우연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2010년 하이트맥주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54%, 진로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50%로 추정되는데 이번 합병으로 양사의 시장점유율 상승이 기대된다”며 “하이트맥주는 지방에서, 진로는 수도권에서 시장점유율이 높기 때문에 소주와 맥주라는 ‘주종의 보완’뿐만 아니라 ‘지역의 보완’까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송 애널리스트는 또 “주류 산업의 특성상 마케팅 비용을 많이 지출할 수밖에 없는데 통합 효과로 마케팅 비용이 감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민정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두 회사의 합병에 대해 “최선의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김 애널리스트는 “통합 시스템 구축으로 본격적인 공동 영업에 돌입해 공격적이면서도 효율적인 마케팅 및 프로모션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그는 또 “주류 시장의 성장 정체, 가격 인상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조기영 이트레이드증권 애널리스트 또한 “합병에 따른 영업력이 크게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합병 이후에는 양사가 2차 거래처인 마트와 유흥점뿐만 아니라 1차 거래처인 주류 도매상을 대상으로도 영업 활동을 공유할 수 있게 돼 영업 인력이 배가(倍加)되는 효과가 나타난다”며 “이 때문에 보다 효율적이고 활발한 마케팅 활동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