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을 움직이는 심리

투자에서 경계해야 할 심리는 쏠림, 기대감이 충만한 탐욕이다. 사전적인 위험관리는 ‘투자의 쏠림이 있는지, 탐욕스러운 측면은 없는지, 모두가 다 같이 행동한다고 쫓아가야만 하는지’ 하는 1차적인 위험관리의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지난번 강조했다.

이번에는 반대의 경우다. 공포 심리다. 모두가 도망가고 걱정하고 두려워하는 시기다. 견디기 어려운 폭락, 널뛰기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모두가 내다 팔기만 한다. 걱정이 두려움으로, 두려움이 공포로 변하면서 패닉(Panic) 상태에 이른다. 정확한 사리판단 없이 탐욕스러운 쏠림이 있듯이 불확실성(uncertainty)에서 위험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면서 공포(panic)는 증폭된다. 투자는 회피 대상이 된다.

변동성이 무한정 계속되진 않는다

주식시장에는 이러한 공포를 지수로 산정하고 있다. 시장의 변동성을 지수화해 제공하고 있다. 미국 VIX (Volatility Index)를 공포지수라고 일컫는다. VIX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 상장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옵션의 변동성을 반영한 지표다. VIX가 상승하면 증시 불안정성이 커지면서 통계적으로 증시의 하락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에도 유사한 지수를 산정해 발표하고 있다. VKOSPI(Volatility index of KOSPI200)인데, 코스피200을 이용, 향후 시장의 기대 변동성을 내다보는 지수다.
종로의 한 금융정보회사.
/허문찬기자  sweat@  20110926
종로의 한 금융정보회사. /허문찬기자 sweat@ 20110926
최근 10년간 VKOSPI를 살펴보면 지수가 높아질수록 한국 증시는 하락했다. 이를 토대로 반영하면 변동성 지수인 VKOSPI가 상승하면 일정 부분 위험관리·자산에서 현금 비중을 높이는 것이 올바른 투자 방법일 수 있다.

하지만 변동성이 시작되는 시점에서 1차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변동성이 커질 때는 편향성의 원칙에 따라 가격 하락을 인정하지 않고 반등을 기대한다. 일시적인 주가 하락 등을 일시적인 조정 요인으로 평가하기 때문이다.

투자 심리는 여전히 변동성 초기에는 긍정적인 상황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변동성이 확대된다고 해서 투자 활동의 반대 방향, 현금화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필자는 VKOPSI의 활용을 역발상적이고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 활동에 참고하기 바란다. 즉 변동성 확대 구간은 무한정 지속되지 않는다. 시장은 자정 작용으로 안정화에 들어간다. 모든 사람들이 안정적으로 움직일 때 오히려 조금씩 현금 관리를 할 필요가 있다.

모든 사람들이 심리적으로 안정적인 상황일 때 위험에 대비한 현금을 확보해 두면 변동성 구간에서 현금의 유용성을 높일 수 있다. 따라서 변동성 지수가 낮은 수준일 때 현금 비중을 확대하는 위험관리 구간으로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5년간 VKOSPI의 평균치 25 이하 수준에서는 현금 비중을 늘려 미래 변동성 확대 구간에 대비하는 것이 역발상적인 투자 전략일 것이다.

반대의 경우인 변동성 확대 구간에서는 오히려 점진적으로 현금 비중을 축소하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더 유효한 투자 전략이다. 변동성 지수가 정점 이후 약화되는 시점에서는 현금보다 투자자산 확대가 더 유효한 전략이었다는 것을 과거의 경험에서 확인할 수 있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변동성 확대 구간, 위험스러운 구간에서 현금을 더 많이 확보하고 있다. 반면 자산 가격은 대부분 하락한 상태다. 저가에 좋은 투자 대상을 고를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공포(panic) 구간에서 남들과 다르게 움직이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더 나은 투자 활동인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최근 ‘투자의 귀재’,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은 주식을 매수하고 있다. 지난 2분기 34억 달러어치, 3분기에 40억 달러어치를 매수했다고 인터뷰에서 밝혔다. 2008년 금융 위기 당시인 3분기 36억 달러어치 매수 이후 분기 단위에서 최근 3년 내 최대 규모다. 현금을 좋아하는 워런 버핏 회장은 보통의 사람들이 변동성을 두려워할 때 주식을 매수했다.

현재의 주식시장·자산시장은 변동성이 확대된 구간에 있다. 한국의 변동성 지수는 이전 평균 고점대를 웃돌고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와 같은 수준은 아니지만 우 상향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아직은 역발상적인 자산 매수의 단계는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변동성 지수는 상승할 때 급격하게 상승하고 하락할 때는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모양새를 보였다. 최근 변동성 지수는 1차 상승 이후 2차적으로 점진적인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 여전히 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태라는 것을 방증하기도 한다. 투자 기간이 장기라면 현시점에서 현금보다 투자자산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을 것이다.

워런 버핏 회장처럼 충분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면 투자자산을 점진적으로 확대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주식 관련 투자자들은 이미 자산을 보유하고 있을 것이다. 추가적인 자산 확대보다 변동성 지수가 약화 국면으로 전환되는 시점까지는 여전히 현금을 보유하고 관망하는 것이 나을 듯하다.

아직은 공포의 시작 단계일 뿐

변동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중·장기 관점에서 한국의 투자자들은 학습 효과 때문인지 주가 하락을 기회로 주식형 수익증권에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하지만 자산운용사들은 유입되는 펀드 자금을 투자하지 않고 일정 수준의 현금으로 보유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변동성 구간에서 자산으로 투자하는데 자산운용사는 위험관리 차원에서 현금을 그대로 보유하고 있다. 시장이 변화된다면 주식 매수로 연결될 수 있을 것이다.

9월 30일 펀드 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7월 말 95%를 웃돌던 운용사(공모형 국내 주식 펀드 순자산 규모 300억 원 이상 회사)들의 평균 주식 편입 비중은 9월 28일 현재 90.9%까지 후퇴했다. 주식형 펀드 잔액 규모는 103조 원 수준이며 국내 주식형 펀드의 잔액은 71조 원 수준이다. 국내 펀드 자산이 주식 편입 비중을 90%에서 95%로 평상시 수준으로 상향한다면 3조5000억 원의 순매수 여력이 있다.

하지만 지난 8, 9월 외국인은 4조6000억 원, 1조3000억 원씩 순매도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수급의 주체는 외생변수에 따라 움직이는 외국인의 수요 기반, 안정화 요인에서 찾아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운용사들이 여전히 보수적으로 현금 비중을 낮게 가지고 가는 이유일 것이다.

투자자인 인간의 심성상 탐욕스러운 구간, 상승 구간에서는 현금을 확보하기가 참 어려운 일이다.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과 추세적인 상승을 믿기 때문이다. 반대로 공포스러운 변동성 확대 구간에서 자산을 매입하기는 더 어려울 수 있다. 10%의 상승률보다 10% 하락률은 2배, 3배의 고통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좀 더 냉정하게 판단한다면 공포에서 역발상의 투자 전략이 필요한 시기이지만 위험관리 측면에서 공포 국면이 일단락됐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아직은 변동성 지수가 상승 구간에 있다.

민후식 파인투자자문 대표이사 hoosik_min@pineinve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