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준비하는 노후 마스터플랜] 행복한 노후를 위한 은퇴 준비

누구나 행복한 노후를 꿈꾼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행복한 노후를 보내는 이들이 많지 않다는 것은 생각처럼 노후 생활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는 의미일 것이다. 행복한 노후를 보내기 위해 갖춰야 할 것들은 무수히 많겠지만 그중에서도 누구에게나 공통적으로 필요한 요소가 있다. 바로 ‘시간’과 ‘자원’과 ‘건강’이다. 이 세 가지 요소들을 각자가 희망하는 삶에 어떻게 조화롭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노후 삶의 만족도는 확연히 달라질 것이다.

은퇴 후와 은퇴 전의 시간은 다르다

행복한 노후를 위협하는 3가지 리스크 가운데 첫 번째는 시간이다. 시간이 은퇴 생활을 위협하는 이유는 남아도는 시간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퇴직 전까지 직장 생활을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찍 일을 그만두고 편히 쉴 수 있는 시간이 많아지기를 희망하며 은퇴를 기다리기도 한다.
시간·자원·건강의 포트폴리오 짜라
그러나 은퇴 이후의 시간은 퇴직 전 주중 5일을 열심히 일하고 맞이하던 주말과 너무나 다른 조건이다.

은퇴 이후의 시간을 은퇴 전 주말과 같은 관점에서 생각하는 것은 그래서 문제가 크다.

열심히 일한 뒤에 맞이하는 새로운 일을 위한 휴식 시간과 아무런 일이 없는 무한정의 휴식 시간은 개념부터가 너무도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50대에 퇴직을 맞게 된다. 물론 그전에 퇴직하기도 하고, 65세가 정년인 대학교수들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기업들엔 55세가 정년인 경우가 태반이다. 넓게 잡아 적어도 60세까지는 일한다고 보고 60세에 은퇴한다고 가정해 보자.

현재 평균 수명은 80세 정도다. 그런데 이는 평균 연령에 해당하는 것이므로 현재 40~50대의 건강한 사람들 대부분이 100세 이상을 살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래도 보수적으로 잡아 90세까지만 생존한다고 가정해 보자.

그래도 은퇴 생활 기간은 30년에 이른다. 문제는 이 30년을 어떻게 보내느냐는 것이다. 30년을 시간으로 환산하면 약 26만2800시간 정도다. 결코 짧은 기간이 아니다. 우리가 삶의 중심부라고 여기던 직장 생활 기간도 30년을 채우기 힘들다는 관점에서 보면 은퇴 후 의미 없이 보내야 하는 30년의 시간이 얼마나 길고도 중요한 시간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

런던까지 가장 빨리 갈 수 있는 방법을 공모한 결과 친한 친구와 같이 가는 것이라고 한 제안이 1등으로 당첨됐다는 이야기가 있다.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 것이 현명한 것인지 일깨워 주는 에피소드다.

신체적으로나 환경적으로 20~30대와 같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미래의 60~70대는 아직 건강하고 지혜로우며 가능성이 매우 큰 존재일 수 있다. 따라서 행복한 노후를 보내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건은 그 많은 시간 동안 어디서, 누구와, 무엇을 하며 지낼지 생각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흔히 누군가의 인생을 평가할 때 은퇴 전 성과나 직책으로 성공 여부를 판단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진정한 인생의 평가는 오히려 은퇴 전인 40~50대에 이룬 것보다 그 이후 전개되는 삶의 모습으로 평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은퇴 전까지 많은 이의 부러움을 받으며 승승장구했지만 비참한 노후를 보내는 이와 평범한 일반인으로 젊은 시절을 보냈지만 노후를 자신만의 멋진 인생으로 살고 있는 이 중 과연 누구의 인생이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시간·자원·건강의 포트폴리오 짜라
두 번째 노후 리스크는 자원이다. 자원이 은퇴 생활을 위협할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은퇴를 두려워하는 이유가 바로 결국은 자원 부족에 따른 문제 때문이다. 은퇴 생활에서 자원을 걱정해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자원은 유한하고 쓸 곳은 무한하다는 인간 욕망의 본질적인 것에서부터 고민은 시작된다.

자원에 대한 문제는 ‘생각한 것보다 훨씬 많은 자원이 필요할 것’이라는 점과 ‘그나마 준비한 자원을 적절히 유지해야 한다’는 두 가지를 모두 포함한다. 생각보다 자원이 많이 필요한 이유의 첫 번째는 ‘물가 상승률’ 때문이다. 은퇴 기간 30년 동안 물가가 많이 오를 것이라는 예상은 쉽게 할 수 있다.

물가가 과연 얼마나 오를지는 과거 수치를 비교해 보면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 예를 들어 30년 전인 1980년에 짜장면 한 그릇이 350원 정도였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 5000원 정도이니까 매년 약 9% 정도로 물가가 올랐다는 뜻이다. 이 비율을 그대로 적용해 보면 30년 뒤 짜장면 한 그릇은 7만 원 정도가 된다. 고급식도 아닌 평범한 음식 한 그릇에 7만 원이 드니 전체 생활비는 얼마나 될지 가늠해 보기 바란다. 물론 짜장면 한 가지로 전체 물가를 유추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분명히 물가 상승에 대한 시사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또 다른 자원에 대한 문제는 ‘라이프스타일’에 관한 것이다. 현재 은퇴 생활을 하고 있는 세대와 앞으로 은퇴를 맞이할 은퇴 예비 세대는 라이프스타일 면에서 많은 차이를 보일 것이다.

자녀들의 용돈으로 하루하루를 소일하는 지금의 노인들의 일상과 달리 여행도 하고 취미 생활도 즐기려는 게 은퇴 예비자들이 설계하는 삶이다. 자녀들에게 용돈을 받기보다 손자들에게 용돈이라도 줄 수 있는 상황을 기대하며 주도적인 삶을 살기를 희망하는 것이다. 이러한 차이점이 시사하는 건 간단하다. 현재 은퇴자들의 생활보다 미래 은퇴자들의 생활에 훨씬 더 많은 자원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미래엔 더 많은 은퇴 자금 필요

자원을 지키고 키운다는 건 내·외부의 적으로부터 자원을 보호해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 외부의 적은 무리한 투자나 지나친 욕심으로 화를 부르는 사태를 말한다. 높은 이자나 안전한 투자라는 말만 믿고 막연히 시작한 일들로 그나마 얼마 되지 않은 은퇴 자금을 송두리째 날려버리는 화를 입는 경우도 많다.

내부의 적은 배우자나 자식들이다. 배우자는 퇴직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를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원망하거나 무관심하며 종전의 삶의 모습을 바꾸려고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수입에 중대한 변화가 초래된 상태에서 향후 가사 운영에 대한 새로운 접근 없이는 이른 시기 안에 자원의 고갈이 발생할 수 있다.

자녀들은 사실 은퇴 자금의 최대의 적일 수도 있다. 퇴직금은 부부의 남은 노후를 위해 준비한 최소한의 종잣돈이다. 이를 자녀들의 학비나 결혼 자금 등으로 소진하고 나면 부부의 노후는 정말 암담해진다. 남의 눈치 때문에 과다하게 혼수 비용을 지불한 대가로 더 이상 사람 앞에 나설 수 없는 상태가 되어 모든 관계를 끊고 초라하게 지낼지도 모를 노후를 생각해 보고 현명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마지막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 건강인데, 이는 아무리 그 중요성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죽는 날까지 단 한순간도 앓아눕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다가 건강하게 신발을 신고 죽는 모습일 것이다.

노후의 건강 리스크는 ‘정신은 건강한데 육체가 건강하지 못한 것’과 ‘육체는 건강한데 정신이 건강하지 못한 것’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두 상황 모두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인생 후반부의 삶에서 자존감을 상실하고 자녀들이나 주변에 많은 폐를 끼치게 된다. 이러한 문제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미리 장기 간병보험이나 요양보험 등을 준비해 두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행복한 노후를 위협하는 세 가지 문제점을 살펴보았다. 그런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좋은 수단은 역시 ‘일을 하는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찾아서, 더욱이 부부가 함께 오래 할 수 있다면 시간과 자원과 건강의 모든 문제가 해결된 행복한 노후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전기보 열린사이버대 금융자산관리학과 교수·행복한은퇴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