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과 중소기업’서 미래 희망 보다

(1) 신경제재단(nef:New economic foundation, 이하 네프) ‘복제도시(C lone town britain)’=

영국은 물론 전 세계의 도시들이 각 지역의 특색을 점차 잃어버리고 ‘복제도시’가 돼가고 있다.

연구는 2004년부터 인구 5000명에서 15만 명 규모의 도시 150곳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Special Report Ⅱ] ‘새로운 창조 엔진’ 영국의 싱크탱크
>영국의 싱크탱크들은 ‘작은 경제’의 활성화에 특히 관심을 두고 있다. 사진은 네프에서 올 초 지역민들과 연 콘퍼런스 모습.">지역색을 가지고 있는 ‘지방도시’와 다른 도시와 전혀 차별화되지 않는 ‘복제도시’의 가장 큰 차이점은 시내 중심가의 상점들이다.

복제도시 시내 중심가의 상점들은 대부분 막스앤스펜서·H&M·테스코 등 대기업들의 대형 체인점들이 점령하고 있다. 복제도시의 중심가 상점들은 업종의 종류가 지방도시에 비해 크게 못 미친다.

이 같은 결과는 각 지역민들이 받을 수 있는 서비스의 종류가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복제도시화는 사회의 ‘다양성’을 잃게 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이는 결국 사회가 발전하는데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연구 결과 영국 도시들의 42%는 이미 ‘복제도시’로 변해 있다. 또 지방도시에서 복제도시로 바뀌고 있는 중간도시 역시 27%에 달한다.

즉 영국에서 각 지역의 특색을 발견할 수 있는 도시는 불과 33% 수준이다. 런던의 복제도시화는 더욱 심하다.

각 지역의 중심지 중 48%가 이미 복제도시화했다. 런던 각 구의 절반가량이 모두 비슷하다는 뜻이다.
[Special Report Ⅱ] ‘새로운 창조 엔진’ 영국의 싱크탱크
모두가 똑같은 사회는 진화가 어렵다. 이 때문에 정부는 물론 지자체들은 복제도시화를 막고 다양성을 보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또 영국의 지자체들은 체인점을 통해 빠져나가는 지역의 세수입을 막고 또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떤 정책이 필요할까.

먼저 지역민들이 직접 운영하는 상점들을 거대 체인점들로부터 법률적으로 보호해야 한다.

또 지역민들이 운영하는 상점들의 업종이 지나치게 겹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일례로 걸어서 5분 거리 정도에는 같은 업종이 들어서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 지역민들이 운영하는 상점은 임대료 상한제를 마련해야 하는 한편 이들에 대해서는 지방세 감면 등의 혜택을 줘야 한다.

아울러 지역개발위원회 등을 마련해 대기업들의 테스코 등 대형 소매 체인 등에 대해서는 지역 내에 들어설 수 있는 상점의 개수 등을 제한해야 한다. 또 지자체별로 일종의 ‘공정거래위원회’를 마련해 대기업들과 지역 상인들 간의 갈등을 조정해야 한다. 나아가 지역 화폐(특정 지역에서만 쓰이는 화폐) 등의 도입도 고려해야 한다.

실제로 이 같은 정책들은 지방정부의 힘이 강력한 미국에서는 상당수가 이미 이뤄지고 있는 정책들이다. 일례로 미국은 대형 유통사가 들어서려면 반드시 경제적 환경영향평가를 하도록 하고 있으며 이를 통과해야만 하는 ‘허가제’를 도입하고 있다. 또 지역별로 ‘지역 보호 업종’을 선정해 대기업들의 일방적 진출을 막고 있다. 미국 도시들이 영국 도시들보다 훨씬 지역색이 강하고 이에 따른 ‘다양성’이 건전하게 유지되고 있는 이유다.

(2) 국립과학기술예술재단(NESTA: National Endowment for Science, Technology and the Arts, 이하 네스타) ‘중요한 6%(The vital 6 percent)’= 새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가 성장하는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주체는 신생 중소기업이다.
[Special Report Ⅱ] ‘새로운 창조 엔진’ 영국의 싱크탱크
네스타가 2002년부터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영국 경제에서 전체 기업의 6%가량인 설립 5년 미만 중소기업이 새 일자리의 절반을 창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이들 기업들은 국내 경제 전반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소기업은 매우 혁신적이며 이들의 혁신성을 바탕으로 놀라운 성장을 거듭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때문에 앞으로의 정부 정책은 이들 중소기업들이 보다 혁신적인 결과물들을 낼 수 있도록 하고 또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연구 결과 2008년 10여 명을 고용하고 있는 영국의 중소기업(OECD 기준)은 같은 해 창출된 240만 개의 일자리 가운데 130만 개의 일자리를 담당했다. 2005년 기준 60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던 중소기업은 2008년 170명의 직원으로 불어났다.

즉 영국이 직면하고 있는 일자리 문제와 관련해서는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주목할 점은 중소기업의 성장 가능성은 ‘고기술 업종(high-tech)’이나 ‘저기술 업종(low-tech)’이나 비슷했다는 점이다.
[Special Report Ⅱ] ‘새로운 창조 엔진’ 영국의 싱크탱크
문제는 이처럼 고용 창출 효과가 큰 영국 중소기업들의 자생력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조사 결과 설립 5년 미만의 신생 중소기업이 10년 후에도 살아남을 확률은 10% 수준이었다. 20년 후에도 살아남을 수준은 5%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신생 중소기업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이들이 혁신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 중소기업이 고용 창출 및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은 최근과 같은 불경기에 더 크게 나타나는 것으로 관찰됐다. 미국이 불경기에 빠졌던 1981년부터 1985년까지의 연구 결과 18%의 신생 중소기업이 전체 고용의 86%를 창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혁신성’을 가늠할 수 있을까. 조사 결과 ‘혁신성’의 지표는 ‘성장률’로 가늠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2002년부터 8년간 조사한 결과 혁신성을 유지하고 있는 기업은 그렇지 못한 기업보다 두 배 정도의 성장률을 보였다. 예를 들어 2002년부터 2004년까지 혁신적 기업은 매년 10%의 매출 성장, 4.4%의 고용 인원 증가를, 반면 그렇지 못한 기업은 5.8%의 매출 성장, 2%의 고용 인원 증가를 기록했다.

(3) 영재단(The young Foundation) ‘힘겨운 밤(Rough nights)’=
[Special Report Ⅱ] ‘새로운 창조 엔진’ 영국의 싱크탱크
응급실에서 우리의 생명을 책임지는 야간 간호사, 우리의 사무실을 깨끗이 해주는 청소부, 잃어버린 신용카드를 정지시켜 주는 전화 상담원까지 도시의 밤은 수많은 ‘야간 노동자’들이 지키고 있다.

야간 노동은 로마시대부터 있어 왔지만 산업혁명 이후 급증했다. 이유는 각 기업들이 보다 큰 효율성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야간 노동자들의 업무가 20세기 들어 점차 과중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야간 노동자들은 일반 노동자보다 세 배의 산업 재해를 입고 있다. 또 출퇴근길에 두 배의 교통사고를 당한다. 또 암 등과 같은 치명적 질병을 가지는 확률 역시 일반 노동자보다 훨씬 높다.

이 때문에 야간 노동자는 법적으로 더 많은 보호를 받아야 한다. 유럽연합(EU) 및 영국 노동법에서는 하루 근로시간을 8시간으로 규정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야간 노동자들은 12시간씩 근무하고 있다. 이에 대한 규제가 확실하게 이뤄져야 한다. 또 야간 노동자들이 자신의 일이 가지고 있는 위험성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하며 지금보다 더 좋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 아울러 사회단체들 역시 야간 노동자들을 지원하는 활동에 관심을 더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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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그린햄 네프 금융·경영 수석 연구위원
“금융 위기는 은행 대형화에서 비롯됐다”

토니 그린햄 신경제재단(nef, 이하 네프) 금융·경영 수석 연구위원은 글로벌 금융 시스템의 위기를 피하기 위해서는 “작은 것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영국 빅5 은행의 수장 중 4명이 투자은행 출신”이라며 “대형 은행이 투자 은행 활동에 비중을 크게 두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네프의 규모와 주요 활동이 궁금합니다.

현재 네프에는 50여 명의 연구원들이 상주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단지 ‘연구’뿐만 아니라 자신이 연구한 분야가 실제적으로 이뤄지는데 힘쓰고 있습니다. 우리의 연구 모토는 ‘유연한 사회’입니다. 기존 금융 시스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에 대한 대안을 내놓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최근 세계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져 있습니다. 이의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더 이상 ‘필요한 곳에 돈이 가게 하는’ 금융의 본질적 역할이 고려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금융은 실물 즉 상품경제에 기초해야 합니다. 하지만 파생 상품 등의 등장으로 이제 금융시장이 상품시장을 넘어서는 수준에 와 있습니다.

1980년대 이후 미국과 영국의 금융사들은 물리학과 수학까지 동원해 가며 ‘숫자놀이’에 더 매달리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일 겁니다. 또 은행의 지나친 대형화 역시 리스크를 키우고 있습니다. 영국을 예로 들면 은행은 이제 로이드와 HSBC 등 다섯 군데밖에 남지 않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중 한 곳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금융 시스템 전반이 붕괴될 수 있는 위험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기존 금융 시스템에 대한 대안은 있습니까.

돈의 유통 과정이 투명해져야 합니다. 소매은행과 투자은행이 결합된 지금의 금융 시스템에서는 내가 돈을 맡기면 이 돈이 어디에 투자되는지 전혀 알 수 없습니다. 이 때문에 소매은행과 투자은행이 확실히 분리돼야 합니다. 투자은행은 말 그대로 ‘돈을 벌기 위한 역할’에 충실한 곳입니다. 여기에 대한 리스크는 투자자 스스로 100% 안고 가야 합니다. 위기 발생 시 정부 차원의 지원은 필요 없다는 뜻이죠.

다만 소매은행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은 반드시 이뤄져야 합니다. 소매은행은 아무래도 수익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소매은행에 대한 지원이 없다면 수익성 확보를 위해 점포 수와 직원 수를 줄일 수밖에 없겠죠. 이는 곧 금융 서비스의 질이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렇다면 소매 은행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어떤 형식으로 이뤄져야 할까요.

첫째, 중소기업에 투자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를 주는 겁니다. 글로벌 기업들은 사실 자금 조달에 큰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지역에 기초한 중소기업들은 자금 조달이 매우 힘듭니다. 지역 사정에 밝은 소매은행들의 지점은 아마도 본사보다 가능성 있는 중소기업에 대해 더 잘 알고 있을 겁니다. 소매은행들의 ‘풀뿌리 투자’를 보다 활성화하자는 거죠.

둘째, 각 부문에 특화된 은행들의 네트워크를 활성화해야 합니다. 이는 규모의 경제를 살릴 수 있는 한편 대출과 회수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기존의 대형 상업은행은 성장성 있는 중소 정보기술(IT) 기업을 발굴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대출을 심사하는 사람들이 옥스퍼드나 케임브리지대에서 경영학과를 졸업, 취업 후엔 ‘책상 앞에 붙어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죠.

이보다는 관련 분야를 전공하고 현장에 밝은 IT 전문가가 훨씬 더 IT 기업의 투자 가치를 알아볼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특정 섹터의 사정에 밝은 은행들이 각 지역에 들어서고 이들 간의 네트워킹을 정부 차원에서 돕는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효율적인 금융 시스템이 이뤄질 것이라고 봅니다.


런던(영국)=글·사진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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