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된 노후를 위한 자산 분산

‘삼식이’는 ‘삼세기’라는 바닷물고기의 전라도 방언이다. 지방에 따라 경남에서는 ‘탱수’, 강원도에서는 ‘삼숙이’라고도 불린다. 이 물고기는 맛은 있지만 ‘아귀’처럼 못생긴 물고기여서 못난 사람을 ‘삼식이 같다’라고 놀리게 됐다.

예전엔 천한 이름을 지어야 명이 길다는 속설 때문에 일부러 ‘삼식이’로 이름을 짓는 경우도 많았다. 이러한 유래가 와전돼 삼식이가 무식한 사람의 대명사가 된 듯하기도 한데, 최근 들어 퇴직 후 집에서 꼬박꼬박 밥 세끼를 챙겨먹는 남자를 부인이 귀찮다는 의미로 사용하기도 한다. 또한 2005년 인기를 얻었던 ‘내 이름은 김삼순’이라는 드라마에서 김삼순 역을 맡았던 김선아가 현빈에게 “삼식이”라고 불러 크게 유행하기도 했었다.
‘삼식(三式)이 투자법’을 아십니까
최근에는 증권가에서 ‘삼식이’가 유행하고 있다. 바로 ‘삼식(三式)이 재테크’다. 삼식(三式)이 재테크는 기존에 있던 적립식과 거치식 투자법에 월 지급식이라는 새로운 투자법이 인기를 끌면서 등장하게 된 신조어로, 적립식·거치식·월지급식에서 맨 끝 글자를 따서 만들어졌다. 발 빠른 투자자들은 똑같은 자산에 투자하면서도 삼식(三式)이 투자법을 적절히 활용해 다른 투자자들보다 더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적립식·거치식·월 지급식’ 의미 신조어

적립식이나 거치식, 월 지급식 투자법은 자금 목적이나 투자자 성향에 따라 다양한 조합이 가능한 만큼 시장 상황에 따라 적절히 활용하면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 2007년 주식형 펀드 열풍을 일으켰던 주역인 적립식 투자는 매달 일정 금액을 지속적으로 넣는 투자 방법이다.

주가의 변동이 심할 때에도 매수 시점을 분산함으로써 위험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조정장에서도 향후 주가 상승이 기대된다면 만기 때 수익이 발생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꾸준히 투자하게 된다. 처음 투자를 시작하는 투자자나 장기 투자자에게 적합한 방식이다.

이렇게 모아진 목돈은 거치식으로 투자하게 되는데, 적립식이 번거롭다고 생각되거나 한꺼번에 수익을 내고자 할 때 활용하는 방식이다. 적립식에 비해 높은 수익을 기대하는 투자자에게 적합하다. 월 지급식은 거치식처럼 한꺼번에 목돈을 투자하기도 하지만 매달 일정한 수익을 손에 쥔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은퇴 생활자나 투자 방식을 점진적으로 바꾸고자 할 때 유용한 방식이다.

삼식이 재테크를 활용한 대표적인 방법으로는 적립식으로 목돈을 모은 후 대세 상승장에 거치식으로 투자해 고수익을 챙기고 일정 목표 수익률을 달성하면 한꺼번에 환매해 돈을 찾지 않고 매달 투자 수익을 나눠서 돌려받는 월 지급식으로 옮겨 타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는 방식이 꼽힌다.

사실 이러한 투자 방법은 주식시장 투자뿐만 아니라 은행과 보험사에서는 오랫동안 기존 상품 형태로 존재해 왔는데, 은행의 적·부금과 보험사의 적립식 저축보험은 ‘적립식’에 해당하고 정기예금과 거치식 저축보험은 ‘거치식’, 월 이자 지급식 정기예금과 연금보험은 ‘월 지급식’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투자자들이 은행보다 높은 수익, 보험사보다 짧은 기간의 월 지급식 상품을 찾고 투자사의 운용 기법이 발달하면서 ‘월 지급식’ 상품이 투자 상품 형태로 다양하게 판매되고 있다.

‘삼식이 재테크’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안전하고 수익성 높은 월 지급식 상품 선택이다. ‘삼식이 재테크’라는 말 자체가 ‘월 지급식’ 상품이 판매되면서 만들어진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월 지급식 상품의 성과에 따라 삼식이 투자법의 최종 성과가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최근에 많이 판매되고 있는 월 지급식 투자 상품은 다음과 같이 3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먼저 해외 채권형 상품이다. 채권 고유의 특성인 이자와 채권 자체의 시세 차익을 활용한 방식이다. 채권은 일반적으로 매월 혹은 3개월이나 6개월에 한 번씩 사전에 확정된 이자를 지급하는 이표채 형태로 발행되는데, 이러한 ‘이표(이자지급교부표)’를 통해 투자자는 매월 일정 수익을 받을 수 있다.

국내 채권시장에 비해 해외 채권시장은 브라질과 같이 연 10%가 넘는 고금리 국채를 발행하는 이머징 국가의 채권을 비롯해 하이일드 채권처럼 신용 등급은 낮지만 높은 이율로 발행되는 채권이 많다. 따라서 해외 채권에 투자하는 월 지급식 상품이 일반적이다.

다만 외국 통화 표시 채권의 특성상 수익이 환율에 따라 변동하며 채권 발행 회사와 해당 국가의 신용도에 따라 원금 자체의 평가액이 달라질 수도 있다. 그러므로 투자 대상 채권과 관련된 해당 국가의 환율과 신용 등급 변화 추이를 잘 살펴보고 투자해야 한다.

파생 상품은 투자 성과 꼼꼼히 살펴야

다음으로는 복합 투자형 상품이 있다. 매월 일정 수익을 지급하기 위해 주식과 채권에 나누어 투자하거나 헤지 펀드와 같은 일정 수익을 꾸준히 추구하는 유형의 상품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보다 높은 수익을 얻기 위해서는 일정 비율을 주식에 투자하지만 매월 일정 금액의 수익 분배를 위해 안정적인 채권에도 나누어 투자하는 방식이 주식 채권 혼합형 펀드다. 시황에 따라 적극적으로 주식과 채권의 비중을 조절해 주식의 수익성과 채권의 안정성을 추구하는 방식이다.

최근에는 주식과 채권뿐만 아니라 다양한 헤지 기법을 활용한 상품도 판매되고 있다. 다만 이러한 상품은 투자 성과의 변동에도 일정 금액을 매월 지급하기 때문에 시장 예측이 빗나가 성과가 예상보다 적을 수 있고 이때 수익이 아니라 원금에서 월정액을 지급하게 되므로 나중에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시장 예측이 상당 기간 틀리면 원금이 지속적으로 감소해 나중에 하락 기간만큼 성과를 낸다고 하더라도 원금 감소분을 만회하지 못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파생형 상품이다. 파생형 상품에는 월 지급식 주가연동예금(ELD)·주가연계증권(ELS)·파생연계증권(DLS) 등이 있다. 이 중에서도 월 지급식 상품으로 가장 많이 판매되는 상품이 ELS다. 월 지급식 ELS는 일정 조건하에서는 원금의 운용 성과와 무관하게 일정 수익을 매월 지급하고 있다.

이렇게 투자자는 원금의 운용 성과와 무관하게 일정 금액을 매월 지급받으므로 만기에 있을 수 있는 원금 손실액을 감소시키는 장점이 있다. 대부분의 원금 비보장형 ELS가 만기까지 일정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수익은 고사하고 원금에 큰 손실이 발생하는데 비해 사전에 일정 월 지급을 미리 받는 투자자는 만기 조건을 만족하지 못하더라도 투자 기간 동안 나누어 받은 월 수익으로 원금 손실분을 일정 정도 채울 수 있게 된다.

단, 월 지급식 ELS는 사전에 정한 일정 조건을 만족해야만 원금과 수익을 받을 수 있으므로 투자를 결정하기 전에 이러한 조건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되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파생 상품의 특성상 중도에 해지가 불가능하거나 해지할 때 중도 수수료를 크게 부담해야 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삼식(三式)이 투자법은 가입할 때 적립식과 거치식이라는 두 가지 투자 방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투자금을 회수할 때에는 전액 회수와 분할 회수라는 두 가지 회수 방법을 사전에 정하는 것이다. 수익성 측면에서는 시장 예측만 정확하다면 거치식 투자와 전액 회수 방법이 가장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겠지만 투자자가 신(神)이 아닌 이상 시장을 정확히 예측해 수익성을 높이기보다 분산을 통한 안정적인 수익률 제고 측면에서 삼식(三式) 모두를 활용한 투자가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양재진 미래에셋증권 WM강남파이낸스센터 웰스매니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