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을 보유한 투자자에게 CDS는 완벽한 보험이나 헤지용 상품이지만 채권을 보유하지 않은 투자자에게 CDS는 완벽한 투자나 투기용 상품이 될 수 있다.

지난 9월 말 기준 우리나라 정부 발행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에 대한 크레디트디폴트스와프(CDS)의 프리미엄은 219bp(1bp=0.01%)로서 한 달 전인 8월 말의 128bp 대비 91bp 올랐다. 한 달 만에 100bp가량 상승한 것은 리먼브러더스 위기 당시를 제외하고는 처음인 상황이라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CDS는 A가 보유하고 있는 B 채권에 대해 제3자인 C로부터 원금을 보장받는 계약이다. 이는 일종의 보증보험이므로 CDS 프리미엄은 보증의 대가로 지급되는 일종의 보험료나 보증료에 해당하는 것이다.

채권에 대한 액면 보증 보험료가 올랐다는 것은 채권 발행자의 부도 위험이 증가한 것을 의미하므로 시장의 움직임에 대해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물론 이 시장의 순기능은 상당하다. 보유 채권에 대해 제3자가 보증해 주는 구조이므로 만일 자신이 보유한 채권에 우려가 생기거나 문제가 생길 가능성을 염두에 둔다면 이 시장을 이용해 보증을 받고 실제로 B가 부도나면 원금을 보장받게 되므로 매우 유용한 위험 관리 수단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CDS 시장은 조금은 복잡한 사정이 있다. 리먼 위기 당시 CDS는 상당한 비판의 대상이 됐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A가 B 채권에 대한 보증을 받겠다면서 C에게 보증료를 지불했는데 알고 보니 A가 B 채권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경우다. 이것을 네이키드(naked) CDS라고 부르는데, 이는 완벽한 투기적 거래다.

B 채권(액면가 100)을 보유하지 않은 상황에서 CDS를 체결했다면 투자자 A는 대박의 기회를 맞는다. 부도가 난 후에 B 채권을 매입하는 것이다. 시장에서 부도난 채권의 가치가 40이 되면 그는 40의 가격을 주고 B 채권을 사들인 다음 이를 C에게 넘기면서 100을 받게 되니까 60의 이익이 발생한다. 말하자면 B가 부도날 것에 대비해 베팅한 셈이다.

또한 CDS의 결제 방식에는 현금 결제도 있다. 이때 B가 부도나면 B 채권을 넘기지 않고 현금 보상만 받을 수 있기 때문에 CDS가 과열되면서 계약 액수가 B 발행 채권 전체 잔액을 초과하는 일이 흔히 나타난다.
[경제 산책] CDS 시장 규제가 필요한 이유
2008년 리먼의 파산 당시 리먼 발행 채권의 잔액은 약 1200억 달러였는데 리먼 채권에 대한 CDS 계약 잔액은 무려 2500억 달러 수준이었다.

결국 리먼 채권에 대한 보장 매도자, 즉 보증을 해준 기관들은 리먼 파산 이후 CDS 시장에서 2000달러가 넘는 자금을 보장 매입자에게 보상하느라 허리가 휘었고 이 때문에 자금시장은 급속도로 경색됐다.

채권을 보유한 투자자에게 CDS는 완벽한 보험이나 헤지용 상품이지만 채권을 보유하지 않은 투자자에게 CDS는 완벽한 투자나 투기용 상품이 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이 시장의 투명성과 적정성이 중요하며 프리미엄의 수준에 대한 검증도 필요하다.

CDS 시장에 대한 적절한 규제를 통해 이 시장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전 세계 감독 당국들이 이러한 부분에 공조적 조치를 서두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