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발전재단·한경비즈니스 공동 기획 ① 여성 고용 어디까지 왔나

①여성 고용 어디까지 왔나
②여성 고용 왜 필요한가
③여성 친화 기업, 경쟁력의 원천은
④여성 고용 확대, 대안은 무엇인가
여성친화적기업으로 인정되고 있는종로구 수운회관에 있는  (주)여행이야기 직원들이 여행프로그램을 짜기 위해 회의를 하고 있다. 여행이야기는 서울 및 경기지역 여성인력개발센터와 업무협약을 통해 초등학교 현장체험학습 등을 운영하기 위한 100여명의 여성강사양성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misaeon@ 20090713..
여성친화적기업으로 인정되고 있는종로구 수운회관에 있는 (주)여행이야기 직원들이 여행프로그램을 짜기 위해 회의를 하고 있다. 여행이야기는 서울 및 경기지역 여성인력개발센터와 업무협약을 통해 초등학교 현장체험학습 등을 운영하기 위한 100여명의 여성강사양성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misaeon@ 20090713..
“직장 생활 12년. 저는 아기를 가지면서 육아 휴직을 결심했죠. 그런데 회사에 육아 휴직이란 말을 꺼냄과 동시에 전 일명 ‘찍힌 사람’이 됐습니다. 상사들은 하나같이 ‘그런 선례를 남기지 마라’, ‘누군 애를 낳지 않느냐’는 등 이런 말들을 하셨습니다. 끝내 육아 휴직을 한다면 회사에서 복귀 후 원하지 않는 부서 이동을 해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일하고 싶다고 말했지만 임신한 몸으로 폐만 끼치지 말고 그냥 퇴사했다가 애 좀 키우고 나오면 어떻겠느냐고도 말하더라고요.”(아이디 ‘라니’, 2011년 10월 1일 ‘다음 미즈넷’ 게시판 게재)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많이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워킹맘들이 겪는 냉혹한 현실과 차별은 2011년에도 현재 진행형이다. 기혼 여성들이 주로 이용하는 포털 사이트 다음의 ‘미즈넷’에는 워킹맘의 하소연이 줄을 잇고 있다. ‘결혼·출산을 앞두고 회사로부터 받는 불이익’, 아니면 ‘경력과 능력이 있어도 일을 육아와 병행해야 한다는 이유만으로 재취업에 좌절한 사례’ 등이 대부분이다.


‘30대 여성 직장인을 보호하라’

1990년대 기업 내 인력의 이슈가 성차별이었다면 앞으로의 화두는 여성 인력을 어떻게 확대할 것인가의 문제일 것이다. 1990년대 초 정부가 남녀 고용 평등 정책을 강화하면서 대기업들은 본격적으로 대졸 여직원을 선발했다.

1990년대 초·중반 삼성은 대졸 여성만을 대상으로 한 ‘여성 공채’까지 실시하기도 했고 다른 대기업들도 매년 100~200명씩 대졸 여직원을 뽑았다. 2011년 현재 이때 입사한 직원들은 16, 17년 차인 만큼 현재 과장·차장 등 관리자로서 활약하고 있어야 할 때다.

하지만 상당수가 중도에 회사를 그만뒀다.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해 여성들의 경력 단절이 30대부터 두드러지는 점에 주목한다. 출산·육아기와 일치하기 때문이다. 출산·육아기 여성의 경력 단절이 사회적으로 해결되지 않으면 여성 인력의 성장은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성인지 통계에 따르면 2010년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25~29세 연령 집단의 여성이 69.8%로 역대 가장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30~34세 집단은 54.6%로 크게 하락한다. 자녀의 성장으로 여성 인력이 다시 노동시장으로 돌아오는 40~44세는 65.9%, 45~49세는 65.6%로 확대된다.

이와 같은 M자형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 형태는 1985년 이후 근본적으로 달라진 것이 없다. 다만 여성의 만혼화로 출산과 육아 시기가 늦춰지면서 노동시장 퇴장 연령이 24~29세(1985년 35.9%)에서 1995년 30~40세로 이동됐고 최근 35~39세로 이동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언뜻 보면 출산·육아 때문에 어쩔 수 없는 현상으로 인식할 수 있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과 비교해 보면 문제를 발견할 수 있다. OECD 평균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은 25~29세와 30~34세에서 63.8%에서 63.4%로 거의 비슷한 수준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30대 여성 고용률을 남성과 같은 수준(2009년 기준 89.1%)으로 끌어올린다면 전체 여성 고용률은 OECD 평균보다 높은 60.6%로 나타나고 한국의 여성 고용률 순위도 10계단 상승하게 될 것으로 예측됐다.

각 분야별로 여풍(女風)이 강하게 불고 있다. 공무원 사회에서 2009년 5급 이상 관리직 여성 공무원의 비율은 중앙정부 10.5%, 지방자치단체 8.1%로 전년 대비 각 0.8% 포인트, 0.5% 포인트 증가했다. 그리고 외무고시 합격자 중 여성 비율은 60%로 남성을 넘어섰다.

여성 법조인의 비율도 2000년 이후 꾸준히 증가해 2010년 기준으로 판사가 619명(24.4%), 검사가 365명(20.5%), 변호사가 1208명(11.7%) 수준이다. 만화·음악·에듀테인먼트·캐릭터·영화 등 문화·예술 산업 종사자도 여성이 18만6022명으로 전체 종사자의 43.3%를 차지하고 있다.
[여성 인력을 춤추게 하라] 30대 경력 단절 막아야 여성 임원까지 성장
CEO의 인식 전환 요구돼

사회 전반적으로 여성의 참여 비율이 크게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로니컬하게 인재가 경쟁력을 승부하는 기업에서 여성 인력의 활약이 더디게 나타나고 있다. 고위 관리직으로 올라갈수록 여성 인력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어 여성 승진의 벽이 두껍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이유에 대해 박경희 이화여대 경영대학장은 기업과 관련한 경제·경영 분야가 여성들에게 가장 마지막으로 열리는 문이라고 말한다.

“행정·사법고시에서 여풍이 분다고 해도 기업 안에서 여성이 느끼는 한계는 아직도 많아요. 사회적 약자인 여성에게 가장 마지막으로 돌아오는 재원이 ‘돈’이라고 봅니다. 따라서 (돈과 관련된) 경영·경제 분야가 여성에게 접근 가능성이 가장 늦게 열립니다.”

고용노동부가 2010년 500인 이상 민간기업과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조사한 ‘적극적 고용 개선 조치 남녀 근로자 현황 분석’에 따르면 직급이 높아질수록 여성 비율이 급격히 줄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1000인 이상 사업장의 임원급 여성 비율은 6.81%에 불과했고 과장급 이상은 15.55%, 과장급 미만은 41.52%로 나타났다. 여성 임원이 아예 없는 기업도 조사 대상 674개 중 절반이 넘는 394개소(58.46%)였다.

여성 고용에 적극적인 삼성전자라도 할지라도 여성 임원은 총 34명으로 전체 1760명의 1.9%에 불과하다. 승진에 있어서는 여전히 남성 위주의 조직 문화가 잔존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8월 “한국 여성도 사장까지 돼야 한다”고 밝혔다. 여성 인력의 활약을 가로막고 있는 남성 위주의 조직 문화를 바꾸기 위해서는 최고경영자(CEO)의 인식 전환이 가장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또한 노르웨이·스페인·네덜란드·이탈리아 등과 같이 대기업 임원의 최소 40%를 여성에게 할당하는 법안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취재=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