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스타일 & 마케팅 전략 분석

각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실질적 수장인 이수만 프로듀서(SM), 양현석 대표(YG), 박진영 프로듀서(JYP), 홍승성 대표(큐브)는 현재의 K-팝의 열풍을 가능케 한 주역들이다. 2001년 보아의 일본 진출을 시작으로 글로벌 시장을 개척해 온 이수만은 국내 음악 산업의 혁명을 불러일으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선구적인 인물이다.

그를 벤치마킹한 박진영은 제작자와 가수라는 타이틀을 동시에, 그것도 오랫동안 지속하면서 월드스타 비, 빌보드차트에 첫 진입한 원더걸스 등을 길러냈다. 이수만과 함께 좀처럼 외부에 모습을 보이지 않기로 유명한 양현석은 까다롭지만 정확한 ‘눈’으로 아이돌 틈새시장을 공략해 성공 신화를 썼고, 최근 JYP에서 독립한 홍승성은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단기간에 회사를 메이저 기획사 반열에 올려놓았다.
[SPECIAL REPORTⅤ] 색깔도 제각각, 그들만의 ‘성공 신화’ 썼다
SM, 현지화를 통한 전략적 해외 진출

SM의 최대 주주(24.43% 보유)인 이수만 프로듀서는 여러 면에서 선구적인 인물이다. 1995년 SM엔터테인먼트를 설립, 연예 기획사 중 최초로 2000년 4월 코스닥 시장에 주식을 상장했고 설립 당시부터 일찌감치 전문 경영인 체제를 도입해 경영과 창작의 영역을 분리했다.

자본금 5000만 원으로 시작된 SM은 현재 이수만의 주식 평가액만 1600억 원이 넘을 정도로 눈부신 성장을 거듭했고, 그 이면에는 보아를 시작으로 동방신기·소녀시대·샤이니 등 10년 전부터 시작된 소속 가수들의 전략적 해외시장 진출이 있었다. 오늘날 K-팝 열풍의 발판은 SM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SM타운 라이브 월드 투어 인 파리'  콘퍼런스

    (파리=연합뉴스) 김홍태 특파원 = 11일 프랑스 파리에서 유럽 작곡가와 프로듀서 7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SM타운 라이브 월드 투어 인 파리'  콘퍼런스에서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회장(오른쪽에서 두번째), 김영민대표(왼쪽), 소녀시대 티파니 등이 자리하고 있다.

 2011.6.12

    hongtae@yna.co.kr/2011-06-12 10:16:48/
'SM타운 라이브 월드 투어 인 파리' 콘퍼런스 (파리=연합뉴스) 김홍태 특파원 = 11일 프랑스 파리에서 유럽 작곡가와 프로듀서 7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SM타운 라이브 월드 투어 인 파리' 콘퍼런스에서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회장(오른쪽에서 두번째), 김영민대표(왼쪽), 소녀시대 티파니 등이 자리하고 있다. 2011.6.12 hongtae@yna.co.kr/2011-06-12 10:16:48/
SM이 택한 전략은 현지화였다. 보아와 동방신기 등을 일본에 진출시킬 당시 현지 기획사에 매니지먼트를 일임했고 소속 가수들에게도 일본어 공부를 철저히 시켰다.

SM은 지금도 연습생 시절부터 해외에 진출하기 위해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수 개인뿐만 아니라 음악·춤·패션에 이르기까지 글로벌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제작하고 탄생시키기 위해 꾸준히 투자하고 있고 인재 발굴을 위한 글로벌 오디션도 개최하고 있다.

전 세계 작곡가들과의 네트워킹을 통해 수천 곡의 음악을 받아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해 놓은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얘기다.

지금은 대부분의 기획사가 트레이닝 시스템, 즉 연습생 시절을 거쳐 콘셉트에 맞는 멤버들을 구성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지만 국내 엔터테인먼트 기업 중 가장 먼저 캐스팅-트레이닝-프로듀싱-매니지먼트로 이어지는 프로세스를 도입한 것도 SM이다. 이는 실력 있는 아이돌이 탄생할 수 있는 배경이 됐다.

한편 2005년부터 현재의 김영민 대표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SM은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공룡이다. 소속 가수들의 해외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SM엔터테인먼트 재팬·아시아·USA 등을 비롯해 계열사만 12개, 전략적 제휴를 목적으로 출자한 회사만 7개에 달한다.
[SPECIAL REPORTⅤ] 색깔도 제각각, 그들만의 ‘성공 신화’ 썼다
JYP, 현장감 있는 제작자 박진영

2001년 JYP를 설립한 박진영 역시 경영과 창작을 분리해 본인은 프로듀서를 맡고 대표 자리는 홍승성(현 큐브 대표)에게 일임했다. 박진영은 프로듀서의 역할에 충실해 소속 가수들의 곡을 거의 직접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다 보니 일각에서는 “음악 스타일만 봐도 JYP 소속 가수인지 알 수 있다”고 말할 정도다. 음악은 물론 안무도 직접 만들고 제자들의 뮤직 비디오에도 직접 출연하는 열정을 불사한다.

SM이 일본을 교두보로 해외시장에 진출했다면 JYP는 미국을 먼저 공략했다. 특이한 점은 소속 가수의 진출이 아닌 프로듀서인 박진영이 먼저였다는 점. 아시아인 최초로 미국 대중음악 시장에 진출한 박진영은 프로듀서 간 교류를 통해 아티스트들이 보다 쉽게 미국에 진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목적의식이 있었고, 이는 원더걸스의 미국 시장 진출 성공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다른 수장들과 달리 박진영은 프로듀서와 아티스트를 겸하고 있어 현장감 있는 제작자라는 평가를 듣는다. 1년에 1월부터 11월까지는 JYP 프로듀서로 살고 12월 한 달은 가수로 살며 현장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이다. 한편 SM과 달리 JYP는 회사 규모를 키우지 않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대신 ‘임대 시스템’이라는 특이한 제도가 있는데, 소속 가수의 매니지먼트를 다른 엔터테인먼트 회사에 맡기는 식이다. 현재 JYP 소속인 2am의 매니지먼트를 작곡가 방시혁이 세운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서 담당하고 있는 식이다.
[SPECIAL REPORTⅤ] 색깔도 제각각, 그들만의 ‘성공 신화’ 썼다
YG, 패밀리십 강조하는 양현석의 리더십

YG를 말할 때 ‘의리’와 ‘신뢰’라는 단어가 빠지지 않을 정도로 YG는 패밀리십이 철저한 회사다. 이는 YG의 수장인 양현석의 경영 스타일이기도 하다. 소속 가수들을 가족으로 생각하고 존중하는 그의 리더십은 업계에서도 유명하다. 이 때문에 방송가에서는 “YG 가수들을 섭외하는 게 가장 까다롭다”고 말할 정도다.

그도 그럴 것이 섭외의 ‘전권’을 양현석 대표가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방송 관계자는 “담당 매니저들이 섭외 관련 사항을 페이퍼로 만들어 보고하면 양 대표가 직접 결정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소속사 대표가 아니라 가족으로서 가수들을 배려한 스케줄을 ‘짜는’ 식이다. 그렇다 보니 ‘YG는 들어가는 것보다 나오는 게 어렵다’는 말까지 나돈다. 아닌 게 아니라 YG는 소속 가수들과 그 흔한 ‘분쟁’ 한 번 겪지 않았고 빅마마·휘성 등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가수들이 YG를 떠나지 않아 철저한 패밀리십을 형성하고 있다.

YG는 해외시장 진출 또한 SM·JYP 등과 다른 방식으로 이뤄졌다. 직접적으로 시장을 뚫기 위한 제스처를 취하기보다 다른 제작사들과 차별화된 아이돌 그룹을 만들어 틈새시장을 공략한 것이다. 빅뱅은 그 대표적인 예로 직접 곡을 쓰고 편곡까지 하는 실력 있는 아이돌 그룹이면서 멤버들의 외모와 캐릭터 또한 ‘꽃미남’ 위주의 기존 아이돌 그룹과 차별화를 꾀했다.
[SPECIAL REPORTⅤ] 색깔도 제각각, 그들만의 ‘성공 신화’ 썼다
큐브, 가수·부모들과 적극적 ‘소통’

2008년 세워진 큐브는 어쩌면 K-팝 열풍의 최대 수혜자인지도 모른다. 이미 일본 등 아시아권에서 K-팝에 대한 수요가 넘치고 있는 상황이었고 다른 엔터테인먼트사들이 미국 등 더 넓은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기적인 ‘운’이 전부는 아니다.

8년을 JYP 대표로 지내며 수많은 아이돌들이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본 홍승성 대표는 ‘성공 방식’에 대한 나름의 노하우를 숱하게 쌓았고 그 결과 남들보다 빨리 국내외 시장에서 인정받는 회사로 성장시킬 수 있었다. 큐브는 유니버설뮤직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전 세계에 이미 구축된 네트워크를 전격 활용했고 해외 뮤지션들과도 적극적으로 교류하는 등 공격적으로 해외시장을 공략했다.

큐브가 빨리 자리 잡은 데는 홍 대표의 경영 스타일도 한몫했다. 가족적 분위기, 인간미를 강조하는 홍 대표는 소속 가수들뿐만 아니라 부모들과도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아티스트와 회사, 부모와 회사 간에 신뢰가 쌓여야 한다는 게 홍 대표의 철학이다. 이 방침은 ‘소득 분배’에도 그대로 적용돼 분배의 법칙을 두고 가수 및 부모님들과 ‘협의’ 하에 결정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박진영 기자 bluep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