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르는 벤처 스타 CEO 16인이 사는 법

16명의 루키 최고경영자(CEO)들은 모두 기존에 없었거나 차별화된 서비스로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했다. 창업한 지 불과 1~2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창업 당시와 비교해 연매출, 직원 규모, 생산량 혹은 거래량 등이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창업 당시 적게는 2명, 많게는 8명의 직원과 시작했던 기업이 벌써 직원 50명 규모로 성장한 회사가 다수다. 매출도 창업 당시 몇 천만 원 수준에서 현재 많게는 수십억 원으로 늘어난 회사도 있다. 국내외 대기업에서 기술력을 인정해 파트너십을 맺거나 투자를 유치하는 등 이들 기업들은 각자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루키 CEO들이 기술과 아이디어를 비즈니스로 현실화하고 화려한 실적을 달성하기까지 밖에서 보이지 않는 시행착오와 시련을 겪었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다. 비즈니스에 모든 열정과 에너지를 투입하고 있다는 것을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16명의 CEO들은 야간과 주말을 가리지 않은 워커홀릭이다.

하루 근무시간을 묻는 질문에 대부분이 하루 12~15시간씩 매달려 일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태호 위스캔 대표는 보통 오전 8시에 출근해 오후 11시가 돼서야 집에 간다고 밝혔다. 업무 시간 외 여가 시간에도 시장 정보를 파악하고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많은 시간을 소비하고 있었다. 자기 계발을 위한 독서, 친한 사업가와의 교류, 국내외 우수 서비스 분석 및 관련 서적 읽기, 외부 교육 참가, 국내외 세미나 및 콘퍼런스에 참석하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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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 영입과 신뢰받기 가장 어려워”

경영상 가장 힘든 것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가장 많은 답변(7명)이 ‘인사관리’였다. 다수의 CEO들이 함께 회사를 키워갈 인재를 영입하는데 가장 어려움이 많다고 밝혔다. 김태우 모글루 대표는 “아무래도 초창기 스타트업이 가장 어려운 일은 좋은 인력을 구하는 것이다. 좋은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각종 인맥을 통해 많은 사람을 만나보고 각종 모임에 참석해 인재를 데려오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스타트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들과 대기업을 선호하는 관행 때문에 좋은 인력을 채용하는 데는 현재까지 난항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생사고락을 같이하고 있는 직원들의 신뢰를 얻는 것도 쉽지 않았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다윗 바닐라브리즈 대표는 “바닐라브리즈가 세 번째 창업인데 첫 번째 사업 실패를 통해 ‘머리만 있고 손발이 없으면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을 느꼈고, 두 번째 사업도 실패한 후 ‘조직 구성원들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하면 한순간에 망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다음으로 경영에서 힘든 부분으로 ‘제품 개발 및 신사업’을 꼽았다. 아무래도 모든 벤처 CEO가 기존에 없던 기술과 서비스를 세상에 내놓는 비즈니스를 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김세중 젤리버스 대표는 “새 기술을 만드는 게 큰 어려움이다. 수천 번의 실험이 필요했고 기술이 있어도 이를 제대로 상업화·제품화하지 못하는 것이 많기 때문에 그 과정의 노하우를 쌓는 것이 너무나 중요했다”고 토로했다. 이경준 노매드커넥션 대표는 “새 비즈니스 모델을 입증하는 기간 동안 먹고사는 문제가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벤처 창업에서 가장 큰 힘이나 도움이 됐던 지원군을 묻는 질문에 하나같이 ‘벤처 선배’들이 멘토가 됐다고 답했다. 전해나 애드투페이퍼 대표는 “초기 창업부터 성공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 겪어본 엔젤 투자 인큐베이션 네트워크 프라이머(Primer)의 권도균 대표와 이택경 대표 등으로부터 멘토를 받으며 실질적이고 귀중한 도움을 받았다”며 “창업자가 가져야 하는 자세, 스타트업으로서 흔들리지 않고 ‘선택과 집중’을 유지하며 가야 한다는 것, 또한 세무·법무·홍보(PR) 등 실무까지 전 부문에 걸쳐 마치 하나의 팀처럼 멘토링해 줬다”고 설명했다.

장원귀 퀵켓 대표도 “프라이머 인턴십으로 알게 된 이니시스의 창업자 권도균 대표와 다음의 공동 창업자 이택경 대표를 통해 사업 경험이 부족한 내게 필요한 지식과 지혜를 공유해 줬다”며 “등대와 같은 역할을 해 줬었고 현재도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김호근 아이쿠 대표는 “블로깅을 하면서 만난 분들이 정신적인 도움을 많이 줬고 사업 경험적인 측면에서 초기 인큐베이션을 해 준 네오위즈 네오플라이의 최환진 이사, 강원지주회사의 홍승표 대표, 현재 미국 시장 진출에 도움을 주고 있는 부가벤처스 송영길 대표의 큰 도움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심여린 스픽케어 대표도 “맨손으로 성공한 벤처 선배들의 경험담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즉 벤처 1세대나 그들이 만든 인큐베이션이 쌍끌이 역할을 했고 후배 벤처들이 창업하고 시장에서 자리잡아 성장해 나갈 수 있는 배경이 됐다는 얘기다. 이 밖에 본엔젤스의 투자, 기술보증기금의 도움, 정부의 창업 자금 지원, 서울인큐베이팅센터, 여성창업경진대회 대상, 함께 해준 동료들, 아내 등의 답변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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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를 벌고 얼마를 쓸까?

16명의 CEO들에게 한 달 평균 수입을 물었다. 9명의 CEO가 250만~500만 원의 개인 소득을 올리고 있다고 답했고 250만 원 이하도 4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500만~750만 원 수준이 가장 높은 수준으로 2명이 이에 해당했다. 대기업이나 금융권의 억대 연봉자에 비해 적은 수준이지만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벤처를 통해 수익이 많이 나더라도 개인 소득으로 돌리기보다 사업상 재투자에 돈을 투입하기 때문이다. 선호하는 재테크 수단을 묻는 질문에 역시 가장 많은 10명이 사업에 재투자한다고 밝혔다. ‘부동산에 투자한다’가 2명, ‘펀드 등 간접 투자’가 2명, 저축 등 기타 재테크가 3명이었다.

루키 CEO들은 씀씀이가 매우 알뜰했다. 한 달 평균 개인 지출 비용을 묻자 50만~100만 원 미만을 쓴다고 답한 이가 5명으로 가장 많았다. 100만~200만 원이 2명, 200만~500만 원이 4명 있었고 한 달에 50만 원 이하로 지출한다는 CEO도 2명 있었다. 가장 큰 씀씀이는 한 달 1000만 원 이상으로 단 한 명이 있었다. 부동산을 포함한 개인 보유 재산도 물었다. 답하기를 꺼린 이도 있었지만 최소가 1000만 원이었고 최대가 5억 원이었다. 보유하고 있는 차에 대한 질문도 있었는데 16명 중 3명이 외제차를 갖고 있었다.

그리고 기업을 운영하면서 받는 스트레스 강도에 대한 질문에 ‘받는 편이다’라고 답한 CEO가 5명으로 가장 많았고 ‘많이 받는다’고 답한 이도 3명이나 있었다. 스트레스 해소 방법에 대해 한다윗 바닐라브리즈 대표는 ‘가족과의 대화’, 이진수 포도트리 대표는 ‘비즈니스와 완전히 동떨어진 교회를 가거나 친구들과의 정기적인 모임’이라고 답했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스트레스는 대부분 사람과의 갈등에서 오기 때문에 당사자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고 답했다. 이와 같이 대부분의 CEO들이 지인·가족·친구 등과 친교 활동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있다고 답했다.

친교 활동은 스트레스 해소뿐만 아니라 사업 아이디어나 영감을 얻는 데도 매우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은 CEO(5명)가 각종 모임과 지인을 통해 아이디어를 얻고 있다고 답했다. 다음으로 책(4명), 신문·잡지·방송 등 미디어(3명), 인터넷 서칭 및 시장 흐름 등 기타(3명), 해외 정보 및 여행(2명), 사내 회의(1명)순으로 나타났다.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