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3인이 본 애플의 성공 비밀

제이 엘리어트(69) 누벨 대표가 들려준 ‘청년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와의 첫 만남이 흥미롭다. 1980년 어느 날 그는 유럽 남부 작은 도시의 레스토랑에서 우연히 스티브 잡스와 마주쳤다. 당시 엘리어트 대표는 인텔에 근무했다.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아내를 기다리는 대기실 한쪽에 히피 차림의 한 젊은이가 앉아 있었다.
제이 엘리어트 누벨 대표 “애플은 세계에서 가장 큰 스타트업 기업”
그들은 대화를 나누다 컴퓨터에 대한 열정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엘리어트 대표는 “스티브는 내가 그때까지 들어본 적도 없는 애플컴퓨터 사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하고 즉석에서 함께 일하자고 제안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 뜻하지 않은 만남으로 애플 수석부사장이 됐다. 자신들을 ‘해적’이라고 부르는 괴짜들이 모여 있던 매킨토시 개발팀도 지원했다. 스티브 잡스는 ‘엘리어트만 빼고 40이 넘은 사람은 누구도 믿지 말라’고 말하곤 했다. 엘리어트 대표는 올 초 이 시기의 경험을 토대로 내부인의 시각으로 애플을 분석한 ‘아이리더십’을 펴내 주목을 받았다.

제이 엘리어트 누벨 대표 “애플은 세계에서 가장 큰 스타트업 기업”
스티브 잡스는 전통적인 경영자상(像)과는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그의 리더십의 특징은 무엇입니까.

그는 완벽하게 제품에 집중합니다. 주가나 재무 실적이 중요한 게 아니죠. 아이폰을 만들 때 먼저 자기 자신이 정말 갖고 싶은 최고의 제품을 만들려고 했어요. 다른 사람은 그다음이죠. 미래의 CEO들은 이런 방식을 따라야 합니다. 자신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재능 있는 사람들을 찾아내는 데도 전문가였죠. 그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매우 정확하게 지시해요. 자신의 비전을 전달하는데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을 만큼 뛰어났어요.

그의 끝없는 열정은 어디에서 나온 것입니까.

열정은 그를 가장 잘 표현하는 단어예요. 위대한 제품을 만들고 싶은 강한 욕망에서 그런 열정이 나오죠. 그의 열정은 제품에 대한 것입니다. 그의 열정은 소비자들이 손에 든 제품이 그 사람을 더 돋보이게 만든 것이에요. 그것이 스티브가 제품으로 하려는 것이죠. 애플이 어떤 제품을 소비자들에게 전달하든 그것이 세계 최고이길 원해요. (스티브 잡스가 심취해 있는) 불교적 전통도 지적할 수 있어요. 단순함이나 감성성에서 확실히 불교적 배경이 많이 느껴집니다.

스티브 잡스는 타고난 경영자입니까.

그의 모든 재능은 컴퓨터 세계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지요. 컴퓨터 분야가 잘 맞았죠. 역사적으로 보면 월트 디즈니에 비견할만 해요. 디즈니는 짧은 단편 만화영화에서 시작해 거대한 디즈니 왕국을 창조했어요. 그런 인물은 드물죠. 그들이 어떻게 그토록 위대한 일을 할 수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제품에 대한 열광이 그들을 그렇게 만든 게 아닐까요.

스티브 잡스가 배우고 싶어 한 롤모델이 있었습니까.
제이 엘리어트 누벨 대표 “애플은 세계에서 가장 큰 스타트업 기업”
헨리 포드가 스티브의 영웅 중 한 명이었어요.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발명한 에드윈 랜드도 독창적인 인물로 평가했어요.

활판 인쇄술을 발명한 구텐베르크도 존경했죠. 월트 디즈니도 빼놓을 수 없고요. 모두 세상을 바꿔놓은 사람들이죠. 오라클의 래리 엘리슨은 스티브의 오랜 멘토였어요.

한때 애플 이사회에 참여하기도 했지요. 애플에 있을 때 스티브를 위해 유명한 다른 기업 CEO들을 불러 저녁을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만든 적이 있어요. 스티브는 그들이 말한 것보다 더 많은 말을 쏟아내곤 했죠.(웃음)

애플이 최고의 기업이 된 원동력은 무엇입니까.

애플이 항상 성공만 한 것은 아니에요. 초기 매킨토시는 그다지 성공을 거두지 못했죠. 디자인도 별로인데다 기업 시장을 타깃으로 했어요. IBM과 경쟁하려고 잘못된 판단을 한 거죠. 반면 애플의 초기 히트작인 ‘애플Ⅱ’가 성공한 이유는 두 가지예요.

애플리케이션과 사용자를 잡은 겁니다. 애플Ⅱ는 비지칼크라는 좋은 소프트웨어를 갖고 있었죠. 최초의 재무 프로그램으로 금융계 종사자와 교사들이 아주 좋아했고 그들이 애플Ⅱ를 쓰도록 만들었어요. 1985년 스티브가 애플을 떠난 후 매킨토시는 고전을 면치 못했어요. 그가 새로 창업한 넥스트도 잘못된 제품과 잘못된 시장이라는 똑같은 실수를 반복했죠.

하지만 픽사에서는 엄청난 성공을 거뒀어요. 거기서 소비자에 대해 배웠습니다. 소비자가 제품을 결정한다는 것이죠. 이것이 (스티브 잡스가 애플에 복귀한 이후) 애플이 그토록 성공하게 된 비결이에요.

초창기 애플 직원들은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해적’으로 불렀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입니까.

해적은 과거에 있던 길을 그대로 따라가지 않습니다. 그들은 새로운 길, 새로운 방법을 생각하고 창조하죠. 세상에는 세 종류 사람이 있어요. 과거를 생각하는 사람과 현재를 생각하는 사람, 미래를 생각하는 사람이죠.

해적은 지난 것을 무조건 따르지 말고 미래를 개척하자는 뜻입니다. 스티브가 이런 말을 했어요. 애플은 세계에서 가장 큰 스타트업 기업이라는 거죠. 기업이 커지면 관료주의가 나타나고 정치 다툼이 벌어집니다. 하지만 애플은 스타트업 기업의 사고방식을 지키려고 해 왔어요.

어떻게 그게 가능합니까.

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모든 것을 그냥 내버려둬서는 안 되죠. 배경이나 출신에 상관없이 얼마나 제품을 개선하고 혁신에 기여하느냐에 따라 인정하고 보상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해요. 문화를 만들고, 그것에 따라 운영되도록 해야죠. 그것이 바로 애플 문화예요.

애플이 소규모 팀을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애플은 초기부터 조직이 지나치게 커지지 않도록 작은 팀을 유지하려고 노력했어요. 스티브는 ‘이 건물 안에 100명 이상 일하게 하지 말자’고 했어요. 한 명을 더 늘리려면 한 명이 빠져야 했어요. 지금은 규모가 커져 이 규칙을 지키는 게 불가능하지만 가능하면 조직을 작게 유지해야 한다는 원칙은 그대로예요.

작은 팀은 그들이 하는 일에 고도로 집중합니다. 이렇게 되면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해져요. 제품이 나오기 위해서는 각 팀 사이에 엄청난 정보들이 오고가야 하거든요. 다른 측면에서 보면 각 팀들은 하나의 제품군 아래 움직이죠. 모든 제품이 다른 제품과 함께 움직이는 거예요.

스티브 잡스는 어떻게 동기부여를 했습니까.

그는 오케스트라 지휘자처럼 보였어요. 각 파트를 주시하고 그들과 만나 대화하죠. 아이폰 버튼 개선 같은 아젠다를 제시합니다. 누구나 잘 볼 수 있도록 끊임없이 돌아다니죠. 그러면서 항상 아이디어를 던집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실행되도록 명료하게 지시를 내리죠.

어떨 때는 아무 설명도 없이 와서 ‘이런 것을 만들고 싶다’고 말합니다. 그러면 어떻게든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내야 해요. 그러면 그가 돌아와 더 개선할 수 있는 새로운 통찰을 줍니다. 매우 조직화되고 치밀한 과정이죠.

인재는 어떻게 뽑았습니까.

스티브는 직관적으로 그가 만들려고 하는 제품에 적합한 재능 있는 사람을 찾아냈어요. 이력서에 적힌 내용이나 인텔과 IBM 출신이라는 사실에 얽매이지 않았죠. 앞으로 나올 제품의 방향에 대해 이야기하고 새로운 통찰을 얻으려고 했어요.

독창적인 사고만이 그를 움직일 수 있었어요. 때로는 즉흥적이기도 했죠. 면접자에게 눈에 보이는 케이블을 던져주면서 그 케이블에 대한 생각을 묻기도 했어요. 그에 대한 반응을 통해 그가 어떤 사람인지, 정말 그가 원하는 사람인지 판단했죠.

신제품 발표회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다시 제품 문제로 돌아갑니다. 그는 100% 제품에 집중하죠. 제품을 처음 공개하는 발표회에서 무대에 설 때 스티브는 제품 그 자체입니다. 어떤 제품을 소개하든 마찬가지예요.

제품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죠. 자신이 어떻게 그것을 만들어 왔는지 정확하게 전달합니다. 그러니 완벽할 수밖에 없어요. 곧 팀 쿡 신임 CEO가 아이폰5를 공개할 텐데, 그때 이 모습이 어떻게 이어질지 볼 수 있겠죠.

애플은 소수 핵심 제품에 집중합니다. 이런 전략이 위험하지 않습니까.

오히려 기업들은 너무 많은 제품을 만들 때 문제가 생깁니다. 소니가 대표적인 사례죠. 스티브와 함께 일본에 가서 모리타 아키오 소니 창업자를 만나기도 했지요. 그는 스티브가 가장 좋아하는 제품 중 하나인 워크맨을 발명했어요. 아이팟은 워크맨의 확장이죠.

소니가 워크맨으로 하지 못한 것을 아이팟이 한 것이죠. 소니는 제품이 많아지면서 느슨해졌어요. 사실 그 많은 제품을 제대로 관리할 방법이 없어요. 애플은 제품 수가 적지만 기능은 더 다양해요. 애플 제품을 가지면 아이튠즈에도 연결되고 이제는 아이클라우드에도 연결됩니다.

애플이 개선해야 할 점은 없습니까.

애플은 기부를 하지 않아요. 재단도 없어요. 그들이 세상을 위해 할 수 있는 기여를 하지 않는 거죠. 700억 달러의 현금을 쌓아두고만 있어요. 이를 다른 경제 부문을 활성화하는데 사용하는 방법을 찾아야 해요. 새로운 아이디어와 새로운 기업가들을 길러내는데 써야죠.

서니베일(미국)=글·사진 장승규 기자 sk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