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당선 개통 효과

그동안 여러 차례 연기된 끝에 드디어 9월 말 신분당선이 개통됐다. 이번에 개통된 신분당선은 분당 정자 역에서 강남역까지의 1단계 구간이다. 그러면 신분당선 개통이 집값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알아보자.

서울 및 수도권에는 2009년에 개통된 9호선을 포함해 여러 전철 노선이 있지만 그중에서 집값에 강력한 호재로 작용을 하는 노선은 2호선, 3호선, 9호선 정도다. 이들의 공통점은 업무 중심지, 그중에서도 강남 접근성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여기에 추가될 수 있는 노선이 바로 신분당선이다. 신분당선 개통으로 정자역에서 삼성전자 본사 등 여러 기업이 밀집한 강남역까지의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분당의 출퇴근 모습도 달라질 전망이다. 기존의 분당선은 성남과 송파 일부를 거쳐 강남으로 가기 때문에 서울(특히 업무 중심지로서의 강남)로의 접근성이 떨어진다. 정자역에서 선릉역까지 36분이나 소요되는 것. 강남역으로 갈 때 선릉역에서 환승 시간 6분을 포함해 46분 정도가 걸린다. 그래서 지하철보다 자동차를 이용해 출퇴근하고 차가 없다면 좌석 버스를 이용해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이 많았다. 지하철의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작았다는 의미다.

분당 출퇴근 모습 달라진다

그러나 이번에 개통된 신분당선은 정차하는 역이 적기 때문에 분당에서 강남까지 16분대에 돌파할 수 있다. 기존 분당선을 이용하면 정자역에서 강남역까지 46분이 걸렸던 것에 비하면 강남으로의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된 것이다. 이 정도면 자동차를 가지고 다닐 이유가 없다. 이런 이유로 신분당선의 미래를 밝게 보는 것이다.

같은 서울이더라도 16분 안에 강남역에 접근할 수 있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는 강남구·서초구와 잠실 일대를 제외하고는 거의 없다. 문제는 이들 지역이 집값은 물론 전셋값도 초강세라는 점이다. 100㎡형(30평형)대 새 아파트는 전셋값이 6억 원대에 이르고 낡은 아파트라고 해도 3억~4억 원에 달한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강남구의 ㎡당 아파트 전셋값은 375만 원, 서초구는 348만 원인 것에 비해 분당 정자동의 전셋값은 251만 원으로 강남이나 서초구 전셋값의 60~70%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신분당선의 개통은 분당 지역 주택의 수요를 증가시키는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철이나 KTX 등 어떤 노선이 개통되면 수혜를 보는 쪽과 그렇지 않은 쪽이 생기게 마련이다. 예를 들어 7호선을 보자. 아침 출근 시간대에 면목역 정도에 서서 양쪽을 지켜보면 노원구 쪽에서 강남구 쪽으로 가는 전동차는 사람이 꽉 차 있다. 하지만 반대로 강남구 쪽에서 노원구 쪽으로 가는 전동차에는 빈자리가 많이 보인다. 저녁 퇴근 시간대는 정반대 현상이 나타난다.

그런데 만약 지하철 7호선이 고장으로 운행이 중단된다면 노원구에 사는 사람과 강남구에 사는 사람 중 누가 피해를 받을까. 노원구에서 강남구로 출근하는 사람이 그 반대 방향으로 가는 사람보다 월등히 많기 때문에 7호선이 운행을 못한다면 당연히 노원구에 사는 사람에게 피해가 더 갈 것이다.

신분당선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신분당선이 분당에서 강남까지 뚫린다고 하더라도 분당에서 강남으로 출근하는 인구가 강남에서 분당으로 출근하는 인구보다 월등히 많기 때문에 그 수혜 지역은 당연히 강남이 아니라 분당이 된다.

그러면 같은 분당이라고 하더라도 어느 지역이 우선적으로 혜택을 볼까. 기존의 분당선은 분당을 남북으로 관통해 지나가기 때문에 분당 내 어느 특정 지역이 혜택을 보지는 않았다. 이런 이유로 제일 먼저 인프라가 구축된 서현동과 수내동이 분당의 중심이 된 것이다.

그러나 신분당선은 이와 다르다. 정자역에서 출발하는 신분당선은 분당 안의 다른 지역을 거치지 않고 판교와 양재를 거쳐 강남에 이르기 때문에 향후 분당의 교통 흐름은 정자역을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판단된다.

예를 들어 보자. 정자역에서 기존의 분당선을 이용하면 선릉역까지는 36분, 삼성역과 역삼역은 환승 시간(6분)까지 감안해 각각 44분, 강남역은 46분, 교대역은 48분이 걸린다. 그런데 신분당선 개통으로 정자역에서 강남역까지 16분밖에 걸리지 않고 교대역과 역삼역도 환승 시간(6분)을 감안하더라도 각각 24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선릉역은 26분, 삼성역은 28분이 걸린다. 선릉역조차 기존 분당선을 이용하는 것보다 신분당선을 이용하는 것이 훨씬 빠르다.

분당 교통 중심 정자역으로 이동

강남의 업무 중심지에 소재한 이 다섯 개 역세권 중심으로 볼 때 신분당선 개통으로 정자역 기준으로는 출근 시간이 평균 20분 절약되는 것이다. 같은 논리로 정자역 북쪽으로 한 정거장 떨어진 수내역을 분석해 보면 평균 10분이 절약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같은 한 정거장이더라도 남쪽에 있는 미금역은 다르다.

같은 방법으로 계산하면 평균 14분이 절약된다. 수내역보다 신분당선 개통 효과가 더 높은 것이다. 같은 계산법이면 오리역도 14분 개선 효과가 있다. 그러므로 분당 안에서 신분당선 개선 효과가 가장 큰 곳은 정자역, 그 다음은 미금역과 오리역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신분당선 개통으로 시장가격에 이미 반영됐을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그런데 그렇지 않다. 보통 전철이 들어서면 ‘계획 및 발표’, ‘착공’, ‘완공 및 개통’ 등 세 단계에 걸쳐 시세에 반영된다. 한 번에 호재가 반영되는 주식시장과 달리 여러 차례에 걸쳐 시세에 반영되는 이유는 부동산이 바로 실물이기 때문이다.
[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정자역 수혜…미금·오리 역세권도 주목
전철이라는 호재가 발표되거나 착공되더라도 전셋값이 금방 오르는 것은 아니다. 공사 중에는 불편하기 때문에 전셋값이 오르지 않거나 오히려 더 내리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일단 전철이 완공되면 그 편리함 때문에 전셋값이 먼저 오르고 뒤따라 매매가가 추가로 오른다. 전세를 끼고 사는 사람은 전세금 비율이 높을수록 적은 자본으로 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2009년 7월에 개통된 9호선을 예로 들어보자. 9호선은 가장 최근에 개통된 전철이라는 점, 강남 업무 중심지로의 접근성이 뛰어나다는 점, 급행 라인이 있다는 점 등에서 신분당선과 상당히 유사하다. 조인스랜드 통계에 따르면 2004년 7월부터 2009년 7월까지 5년 동안 서울시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는 59.2%, 전셋값은 23.5% 상승했다. 그런데 같은 기간 동안 9호선 개통 예정 구간의 매매가는 62.5%, 전셋값은 26.5% 상승에 달했다. 9호선 개통 이전이라도 호재가 시세에 선반영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번에는 9호선이 개통된 후 2년이 지난 올해 7월 말까지를 비교해 보자. 개통일로부터 1년이 지난 2010년 7월까지 서울시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는 0.8% 상승했고 전셋값은 10.3% 상승했다. 그런데 같은 기간 동안 9호선 개통 구간의 매매가는 4.3% 상승했고 전셋값은 14.5% 상승해 9호선 개통 구간의 매매가나 전셋값 모두 서울시 평균치 이상을 기록한 것을 알 수 있다.

이번에는 2010년 7월부터 올해 7월 말까지를 비교해 보자. 서울시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는 0.8% 하락했고 전셋값은 13.8% 상승했다. 그런데 같은 기간 동안 9호선 개통 구간의 매매가는 0.1% 하락했고 전셋값은 13.4% 올라 전셋값은 서울시 평균과 비슷하지만 매매가는 상대적 강세를 띠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지하철 개통 후에도 일정 기간 동안(2년) 호재가 살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현상이 신분당선 개통 구간에도 적용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이번에 개통된 신분당선은 정자역을 중심으로 미금역과 오리 역세권 아파트의 수요를 증가시키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아기곰 부동산 칼럼니스트 a-cute-bear@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