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부동산 시장

베트남 부동산 경기는 세계적인 금융 위기의 여파와 베트남 정부의 인플레이션 억제 정책으로 한동안 침체기를 겪었다. 그러다가 2009년부터 서서히 회복세로 돌아서더니 작년에는 과열을 우려할 정도로 급속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부동산 경기 회복세에 힘입어 작년 한 해에만 호찌민시에 새로 공급된 주택이 2만 가구(2009년 1만여 가구)가 넘었고, 하노이시에는 1만5000가구(2009년 1만5000가구)가 새로 공급됐다. 오피스 건물도 하노이시에 50만㎡, 호찌민시에 160만㎡가 넘게 공급됐다.

이러한 흐름은 올 들어서도 계속되고 있다. 주택은 호찌민시에 4만 가구 이상이 신규로 공급될 예정이고 하노이시에도 1만6000여 가구가 추가로 분양될 예정이다. 오피스 건물은 호찌민시에서 200만㎡, 하노이시에서 90만㎡가 새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 경기가 활발해진 것은 지속적인 경제 성장 속에서 축적된 자본, 호찌민시 및 하노이시 등 대도시에 지속적으로 인구가 유입되면서 주택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오피스 건물은 그동안 공급 부족 사태로 오피스 임대료가 계속 상승하자 베트남 투자자들의 투자가 크게 늘어나면서 부동산 경기를 이끌어 온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분양가 이하로 떨어진 아파트 시세
[트렌드] 거품 빠지는 주택·오피스…투자 적기
주택과 오피스 건물 공급이 늘어나는 가운데 가격도 계속 오르는 모습을 보였다. 베트남인들이 선호하는 빌라 및 연립주택의 가격이 상승세를 나타냈고, 아파트는 베트남인들의 자기 집 갖기 욕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중저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거래됐다. 오피스 건물도 신도시 및 신개발 지역을 중심으로 B급, C급 오피스 건물의 건축이 활발하게 진행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빌라 가격이 폭락하고, 아파트 시세가 분양가 이하로 떨어지는 등 부동산 경기가 침체 국면으로 전환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과다한 주택 공급량과 대출이자(연 27%) 부담을 원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더욱이 정부 차원에서도 부동산 관련 대출을 규제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어 부동산 경기를 급속히 냉각시키고 있다. 오피스 시장도 공급 물량이 크게 늘면서 임대료가 하락하는 추세며 공실률이 크게 늘어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부동산 개발 회사들이 자본을 조달하기 위해 공공연하게 시행해 오던 선분양에 대해 인프라 공사가 시작된 후 20%까지만 선분양이 가능하도록 하는 조치가 시행돼 개발 사업이 더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토지 가격도 올 상반기를 지나면서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고 부동산 개발 사업자들의 자금난이 심화돼 다수의 프로젝트들이 매물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형성된 부동산 시장의 거품이 빠지고 실제 가격으로 회귀하는 추세여서 오히려 지금이 실수요자가 투자할 수 있는 적기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또한 자금 여유가 있는 투자자가 프로젝트를 인수해 개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주현 법무법인 지평지성 파트너 변호사ㆍ하노이 사무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