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대장주 CT&T 둘러싼 ‘미스터리’

[스톡 인사이드] 감(정부보조금) 떨어지기 바라다 실적 ‘곤두박질’
지난 5월 17일 서초구 반포동 CT&T 본사에서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는 보기 드문 결정이 내려졌다. 내용은 코스닥 상장 업체인 CT&T의 전체 주식 수를 2억5123만 주에서 2512만 주로 줄이는 10 대 1 감자안이 통과된 것이다. 이에 따라 자본금은 6월부터 1256억 원에서 125억 원으로 축소된다.

이런 결정이 이뤄진 이유는 1분기 기준 약 90%에 달하는 자본 잠식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코스닥 시장 규정에 따르면 사업연도 말 자본 전액 잠식이거나 자본 잠식률 50% 미만이 2반기 연속 지속되면 시장에서 퇴출된다. 이 때문에 CT&T는 상반기 중 이를 50% 이하로 줄이지 못하면 상장폐지가 될 운명이었다.

지난해 CT&T는 매출액 405억 원, 영업 손실 338억 원, 당기 순손실 698억 원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에도 매출액 64억7800만 원에 영업 손실 52억4600만 원, 당기 순손실 61억6400만 원을 기록하는 등 부진한 실적을 이어갔다. 이 때문에 CT&T는 감자를 통해 자본금 규모를 줄여 퇴출을 피하는 방법을 썼다. 정상적 영업을 통해서는 자본 잠식을 해소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건실한 중소기업서 ‘개미지옥’으로

CT&T는 한때 국내 전기차 업체의 대표 주자로 관심을 한몸에 받은 기업이다. 2002년 설립된 CT&T는 골프장 전동 카트를 생산해 온 전문 업체다. 2008년 이후부터 전기차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CT&T는 미래 시장을 개척한 공로로 벤처기업에 주는 각종 상을 싹쓸이했다. 2008년 5월 개발한 저속 전기차 e-존은 일본·중국과 수천 대를 수출 계약했다. 이 과정에서 CT&T는 빠른 자본 확충을 위해 우회 상장 카드를 꺼내들었다.

하지만 탄탄한 중소기업 CT&T의 히스토리는 이때부터 삐걱대기 시작했다. 뜬구름 같은 합병 루머만 믿고 CT&T의 우회 상장 대상 회사에 투자한 투자자들의 피해가 속출하기 시작한 것. 당연 CT&T를 향한 원성도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당시 합병 대상으로 거론됐던 회사는 엑큐리스·선우중공업·지앤디윈텍·뉴로테크·세진전자 등 다양했다. 대표적인 게 가수 비가 대주주로 있던 제이튠엔터(현 JYP엔터)다. 2009년 10월쯤제이튠엔터를 통해 우회 상장할 것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제이튠엔터의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하기도 했다.

이유는 비가 CT&T의 홍보대사직을 맡았기 때문이다. 당시 증권가에는 비가 CT&T에 직접투자하기로 했다는 소문도 돌았다. 실제로 제이튠엔터는 2009년 10월 23일 CT&T와의 합병 및 우회 상장 여부를 묻는 거래소의 조회 공시 답변에서 우회 상장 여부에 대해 “CT&T에 지분 투자 등을 포함한 사업 협력을 협의한 바 있지만 우회 상장과 관련해 현재 결정된 바는 없다”고 모호하게 답변했다. 그 결과 2009년 10월 16일 주당 3800원이었던 제이튠엔터의 주가는 불과 한 달 만인 11월 20일 8825원까지 수직 상승했다.

물론 CT&T가 이를 부인하는 내용의 공시를 내며 제이튠엔터의 주가는 폭락했다. 같은 해 12월 30일 종가 기준으로 이 회사의 주가는 3225원에 불과하다. 이처럼 무성하기만 한 우회 상장 소문과 높은 합병가, 물량 부담 등이 겹쳐 CT&T는 감독 당국으로부터 수차례 상장 승인을 보류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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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2010년 6월 CT&T는 CMS라는 코스닥 회사를 통해 우회 상장했다. 사실 CMS 또한 대표이사 횡령설 및 만성 적자로 구설에 올랐던 회사다. 이 과정에서 대상 회사인 CMS의 주가는 또 한 번 크게 출렁였다.

2010년 3월 5일 주당 595원에서 한 달 만인 4월 9일 주당 2020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지난해 정부가 역설한 녹색 성장과 가장 부합하는 상장사라는 부푼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됐기 때문이다.

마침내 우회 상장을 이룬 CT&T의 화려한 시절(?)은 채 3개월을 가지 못했다. 같은 해 6월 9일 주당 2450원까지 올랐던 CT&T의 주가는 이후 끝없는 하락을 이어갔다. 이 회사의 5월 17일 기준 주가는 118원으로 12개월 수익률은 마이너스 93.99%를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CT&T의 주가가 급전직하한 이유는 주력 제품인 NEV(저속 전기차)의 성장성이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초 전기차의 시내 주행이 허용됐지만 올해 3월 기준 등록된 저속 전기차는 79대가 고작이다. 이마저도 지원 보조 정책이 공공 기관에만 한정돼 있어 개인이 보유한 차는 전국을 통틀어 10대도 안 된다.

또 믿었던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도 개인에게 지급하지 않기로 하면서 된서리를 맞았다. 전기차는 보조금이 없으면 운행에 따른 유지비가 저렴할지라도 구매할 때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다. 눈을 돌렸던 해외 매출도 지지부진했다. 내연기관 차량과 비슷한 사양의 고속 전기차가 출시되기 시작하면서 전기차 수요 대부분을 흡수했다.

더욱이 무리한 사업 확장도 문제였다. 2인승인 e-존도 채 대중화되기 전에 4인승 승용차와 택시, 버스를 개발하겠다며 연구·개발 인력을 대폭 늘렸다. 2009년 150명 수준이던 직원 수는 지난해 330여 명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중국에 전기차 공장을 세우고 고속 전기 스포츠카 개발을 위한 자회사와 전기모터 회사를 잇달아 설립했다. 그 결과 작년 CT&T는 처참한 경영 실적을 남겼다.

하지만 그 사이 CT&T는 증자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등으로 발행 주식을 2억5000만 주까지 크게 늘렸다. 문제는 CT&T가 쏟아낸 발행 주식을 온몸으로 받아낸 게 개인투자자들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이 회사 주식의 대부분은 개미들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이 가지고 있다. 2010년 12월 말 기준 이 회사의 주식을 5% 이상 가지고 있는 주주는 이영기 대표(16.51%) 단 한 명에 불과하다. 반면 회사 주식의 77.41%를 가지고 있는 지분 1% 이하의 소액주주는 3만280명에 달한다.

물론 CT&T의 노력이 없었던 건 아니다. 올해 초 이 회사는 직원 수를 절반으로 줄이는 대규모 구조조정도 실시했다. 100억 원대의 본사 건물을 비롯한 보유 부동산도 매각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경영 정상화에 대한 의지를 표현하기 위해 지난 4월 임직원 34명을 대상으로 하는 1억4000만 원가량의 ‘미니 유상증자’을 실시하기도 했다. 이영기 대표도 지난 3월 열린 주총에서 “CT&T를 인수할만한 새로운 투자자가 나온다면 대표직을 사임하고 백의종군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톡 인사이드] 감(정부보조금) 떨어지기 바라다 실적 ‘곤두박질’
오락가락 행보에 투자자도 지쳐

하지만 롤러코스터 같은 행보를 보였던 CT&T를 향한 시장의 시선은 이미 싸늘해진 게 사실이다. 시장에서는 CT&T의 이번 감자에 대해 일단 상장폐지 위기를 모면할 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실적이 뒷받침되지 못해 큰 의미가 없다는 반응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CT&T를 커버하는 애널리스트는 거의 없다”며 “이는 CT&T의 성장성에 대다수의 애널리스트들이 물음표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감자를 계기로 상장폐지를 면했지만 대규모 투자자를 찾지 못한다면 운영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또 유상증자나 전환사채, 신주인권부사채 발행이 필요하다”며 “기본적으로 적자 규모가 크므로 투자에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애널리스트는 “전기차 시장은 분명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향후 전기차 시장은 완성차 업체가 주도하게 될 것이므로 완성차 업체와 그 부품 업체에 관심을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