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화한 전력난

‘세계의 공장’ 중국이 전력난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 중국전기위원회는 2004년 이후 최악의 전력난에 직면해 있다고 경고했다. 올여름 전력 부족량이 3000만kWh에 이를 것이라는 게 중국전기위원회의 전망이다.

전력난은 이미 현실화했다. 중국 남동부 저장성 타이저우시에 있는 자동차 부품 업체 저장정스기계. 지난 3월 1주일에 하루 공장 가동을 멈추라는 통보를 받았다. 전력을 끊겠다는 통지였다. 제한 송전 기간이 4월엔 1주일에 2일로, 5월부터는 3일로 늘었다. 후난성 웨양현에 있는 신창공업단지 입주 기업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5월 들어 하루 6시간만 전력을 공급받고 있다.

제한 송전이 이뤄지고 있는 곳은 후난성을 비롯해 상하이·충칭·저장·장시·광둥·후베이·안후이·칭하이성 등 10개 이상의 성과 시에 이른다. 상하이를 중심으로 한 창장 삼각주 지역의 많은 기업들은 이미 ‘3일 가동, 1일 휴무’ 등 제한 송전의 영향을 받고 있다.

중국 최대 철강 회사인 바오산강철도 예외가 아니다. 전력 부족 지역은 가로등 절반 소등, 네온사인 소등, 식당 에어컨 끄기, 전등 대신 촛불 켜기, 오락 장소 단전, 전력 공급 홀짝제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으나 한여름으로 접어들면서 전력난이 더 심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전력 부족량 3000만kWh에 이를 전망

전력난 배경엔 중국 전력 생산 업체들의 재정난이 있다. 중국 전력 생산의 70%를 책임지는 화력발전소의 주 연료인 석탄과 경유 가격이 올 들어 15~20% 급등하면서 원가는 늘어났는데 전기료는 이에 맞춰 올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YONHAP PHOTO-2708> (110517) -- RONGCHENG, May 17, 2011 (Xinhua) -- Photo taken on May 17, 2011 shows windmill power generators in Rongcheng City, east China's Shandong Province, May 16, 2011. 
The coastal Rongcheng City has attracted such large energy companies as Huaneng Group to invest wind power projects with the operational and under-construction installed capacity totaling 25,000 kW and accumulative electricity generation of 600 million kWh. (Xinhua/Guo Xulei) (lfj)
/2011-05-17 23:20:17/
<저작권자 ⓒ 1980-201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110517) -- RONGCHENG, May 17, 2011 (Xinhua) -- Photo taken on May 17, 2011 shows windmill power generators in Rongcheng City, east China's Shandong Province, May 16, 2011. The coastal Rongcheng City has attracted such large energy companies as Huaneng Group to invest wind power projects with the operational and under-construction installed capacity totaling 25,000 kW and accumulative electricity generation of 600 million kWh. (Xinhua/Guo Xulei) (lfj) /2011-05-17 23:20:17/ <저작권자 ⓒ 1980-201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인플레이션이 사회불안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한 중국 당국이 전기료 인상을 억제한 때문이다. 화력발전용 석탄 가격은 작년 8월 이후 30% 이상 올랐다.

같은 기간 중국의 전기료는 2% 오르는데 그쳤다. 샤먼대의 에너지경제 전문가인 린보창은 “전력 생산 업체들은 정부 당국에 발전소를 풀가동하고 있다고 얘기하지만 실상은 손실을 우려해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중국 전력 생산 업체들은 올 1분기 183억 위안의 손실을 냈다.

중국 정부가 2009년 이후 처음으로 전기료 인상을 조만간 허용할 것이라는 설이 도는 이유다. 여기에다 지난해 말부터 중국 중남부 지역에서 계속되고 있는 가뭄이 전력난을 심화시키고 있다. 가뭄으로 창장(長江) 중·상류 지역의 싼샤(三峽)댐 등 수력발전소의 발전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 이상 줄어들었다.

중국의 전력난으로 경유를 사용하는 소형 디젤 발전기에 의존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중국 정부가 경유 수출을 잠정적으로 중단하라고 5월 13일 지시한 것도 이 같은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또 중국 당국이 인플레를 우려해 경유 가격을 억제하면서 정유 업체들이 내수보다 수출을 늘린 것도 경유 부족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원유 가격이 상승했는데 휘발유와 경유 등의 가격이 오르지 않는다면 정유 업체들이 손실을 우려해 감산할 것이기 때문에 휘발유와 경유 부족 사태를 겪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저효율·고오염 기업이 다시 생산을 늘리고 있는 것도 전력난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에너지 절감 정책 영향에 따라 12월 중공업 분야 성장률이 13.7%에 머물렀으나 올해 3월 다시 15.8%로 증가하는 등 에너지 소모형 산업의 전력사용량이 20% 급증했다.

중국의 산업 고도화 정책이 유명무실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중국의 전력난에서 정부가 시장을 왜곡함으로써 치러야 하는 대가와 산업 업그레이드의 어려움을 읽게 된다.

오광진 한국경제 국제부장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