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아프리카

요즘 아프리카에 대한 예찬론이 쏟아진다. 이 광활한 미지의 대륙은 글로벌 자원 전쟁의 마지막 무대다. 나이지리아는 아프리카 최대의 산유국이며 콩고민주공화국은 코발트와 금이 지천으로 묻혀 있다.

수단은 석유 증산으로 벌써부터 경제가 들썩이고 있다. 거시경제 수치만 본다면 아프리카의 미래는 그야말로 탄탄대로다. 세계 기업들이 소비 여력을 갖춘 아프리카 신흥 중산층을 잡기 위해 앞다퉈 몰려들고 있다.
[Book] 검은 대륙 아프리카의 감춰진 속살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북부의 고급 주택가 샌튼을 처음 방문한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눈을 의심한다. 할리우드 영화에 등장하는 베벌리힐스의 저택이 샌튼 주택가에서는 ‘보통’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남아공의 ‘진짜 저택’은 숲으로 둘러싸인 유럽의 고성이라고밖에는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을 정도다.

그러나 이것은 아프리카가 직면한 복잡한 현실의 한 단면에 불과하다. 전기 울타리로 둘러싸인 외국인 거주 지역을 벗어나면 또 다른 장면이 펼쳐진다. 권총·자동소총·기관총·수류탄·박격포·대전차포·지대공미사일·지뢰 등 인류가 지상에서 사용하는 모든 무기를 늘어놓은 듯한 노점상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소말리아 바카라 시장의 처절한 광경은 마치 할리우드 SF 영화 속 한 장면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자원 개발의 주 무대인 나이지리아·콩고민주공화국·수단에서는 경제적 번영 대신 무장 조직에 의한 인신매매와 주민 학살이 끊이지 않는다. 범죄와 폭력은 아프리카에서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일상사가 돼 가고 있다. 자원 개발로 경제가 성장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일로다. 과연 성장의 혜택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일본의 아프리카 전문 기자인 저자는 아프리카의 속살을 발견하기 위해 범죄와 폭력의 현장에 과감하게 뛰어들었다. 경찰이나 주재원, 지역 언론에 의존하지 않고 직접 피해자와 범죄자, 무장 조직의 당사자들을 만났다.

그는 선진국에서 소비되는 장식재와 공업 제품의 원재료가 피 냄새 진동하는 아프리카 분쟁의 자금줄로 쓰인다는 충격적인 현실을 고발한다. 영화 ‘블러드 다이아몬드’가 그려 보인 그대로다.

장승규 기자skjang@hankyung.com


이종우의 독서 노트

비빔밥은 어디서 처음 시작됐나
[Book] 검은 대륙 아프리카의 감춰진 속살
‘겨울 연가’, ‘대장금’, 88 올림픽 그리고 2002년 월드컵….

모두 한국 음식의 세계화에 기여한 사건들이다. 일본인들에게 소와 돼지의 내장을 구워먹는 비루한 것 정도로 여겨졌던 한국 음식은 ‘겨울 연가’의 히트와 함께 인식이 바뀌기 시작했다.

드라마에 나왔던 장소를 방문하는 드라마 투어를 하는 동안 각종 한국 음식을 접하게 됐고, 일본에 돌아간 후에도 그 맛을 찾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격이 달라진 것이다. 종국에는 한국 음식에 빠지지 않는 고춧가루가 다이어트에 좋다는 소문이 나면서 일본 여성들이 상시 휴대하는 물건이 됐다.

‘대장금’은 한국 궁중 음식의 멋과 맛을 세계에 알리는데 기여했다. 워낙 많은 나라에서 방영되다 보니 가깝게는 일본과 중국에서부터 멀게는 중동까지 한국 음식이 위세를 떨쳤다. 베이징 최첨단 지역인 중관춘에 있는 비빔밥 전문점에서는 매주 일요일 비빔밥 만들기 경연 대회가 열리고 있는데 참석자가 끊임없이 모이고 있는 것도 ‘대장금’ 덕분이다.

20세기 들어 음식은 특정 민족의 문화적 정체성을 나타내는 중요한 문화 요소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민족 음식’이란 주제는 자본주의 경제 체제를 근간으로 하는 근대적 국민 국가의 틀 속에서 형성돼 왔다.

확산은 민족 간 지배자-피지배와 중국같이 구성원이 여러 지역에 흩어지는 과정을 통해 이뤄졌는데, 한국 음식은 한류와 이벤트를 통해 세계에 전파됨으로써 또 다른 경로의 가능성을 보여 줬다.

‘음식 인문학’은 우리 음식이 어떻게 한국인의 삶속에 들어와 정착됐는지 보여주는 책이다. 다루는 주제가 생활과 너무 밀접한 관계로 연원을 찾고 발전 경로를 만드는 작업에 각고의 노력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데, 저자는 이를 문헌 참조와 탐방을 통해 해결했다.

예를 들어 이런 형태다. 우리가 가장 손쉽게 먹는 비빔밥, 그 처음은 어떻게 시작됐을까. 궁중에서 시작됐다는 설, 제사 의례를 치른 후 참석한 모든 사람들을 빠른 시간에 먹이기 위해 만들었다는 설, 그리고 많은 찬거리로 유명한 호남 지방에서 새참으로 반찬을 밥과 함께 가져오면서 시작됐다는 설을 제시한다.

그리고 하나하나의 가능성을 따져 가는 작업이 진행되며, 한국의 비빔밥을 양분하던 전주와 진주 중 전주 비빔밥이 대표 주자가 된 사연도 나온다.

21세기는 음식의 시대다. 세계 어디를 가도 매스콤에서 무엇을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어떤 지역의 어떤 음식이 유명한지, 우리가 왜 그 음식을 먹어야 하는지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을 던진다. ‘음식 인문학’에서는 한 번도 제대로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우리 음식에 대한 물음들에 대답을 줄 것이다.

솔로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jwlee@solomonib.com


10년 후 미래
[Book] 검은 대륙 아프리카의 감춰진 속살
대니얼 앨트먼 지음┃고영태 옮김┃307쪽┃청림출판┃1만5000원

‘중국은 지고 유럽연합은 붕괴할 것이다.’ 이 책에 담긴 흥미로운 미래 예측 중 일부다. 저자는 세계경제사에서 중국의 시대는 강력하지만 짧게 기록될 것이라고 말한다.

중앙집권적 체제에 따른 경직성과 유교 문화의 영향으로 경제성장률이 급격히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유럽연합도 더 이상 경제공동체로 존속하기 어려울 것이며 결국은 분열이 불가피하다. 또한 저자는 경제 식민지 시대의 도래와 새로운 자원 전쟁도 예고한다.


성장의 광기
[Book] 검은 대륙 아프리카의 감춰진 속살
마인하르트 미겔 지음┃이미옥 옮김┃332쪽┃뜨인돌┃1만5000원

여전히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성장 지상주의에 대한 비판서다. 독일의 저명한 사회학자인 저자는 경제가 성장할수록 삶이 피폐해지는 이유를 파고든다.

현대인이 발을 딛고 서 있는 물질적 복지라는 땅은 공짜로 주어진 것이 아니다. 성장주의는 굶주린 자들에게 순간적으로 환영 받을지 몰라도 온전한 삶의 기초가 되기는 어렵다.

성장은 스스로를 파괴하는 일종의 광기다. 성장 신화에 사로잡힌 삶은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불안의 시대

[Book] 검은 대륙 아프리카의 감춰진 속살
기디언 래치먼 지음┃안세민 옮김┃432쪽┃아카이브┃2만 원

지난 30년간의 세계사를 독특한 시각에서 재구성했다. 1978년 중국의 개방부터 대처와 레이건의 등장, 베를린 장벽의 붕괴, 소련의 글라스노스트와 페레스트로이카, 소련 몰락 이후 미국 패권의 시대, 세계화와 9·11 테러, 2008년 경제 위기 이후까지의 사건이 드라마틱하게 펼쳐진다.

저자는 크고 작은 역사적 사건과 한 시대를 풍미한 인물을 촘촘히 엮어가면서 세계가 어떤 변화를 거쳐 지금에 이르게 됐는지 선명하게 보여준다.


기업의 사고와 위기관리 119
[Book] 검은 대륙 아프리카의 감춰진 속살
박재훈 지음┃174쪽┃커뮤니케이션북스┃1만2000원

기업 위기관리에 대한 매뉴얼 북이다. 국내 기업의 위기관리 실태를 분석하고 컨설팅해 온 저자의 노하우가 압축 돼 있다.

기업에서 발생하는 위기의 유형을 분석해 보면 지진이나 전쟁 같은 통제 불가능한 상황을 제외하고 90% 이상이 바로 사람에 의해 발생한다.

사람에 의해 통제 가능한 상황이었는데도 위기로 발전한 인재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거의 모든 위기는 사람으로부터 나온다. 그래서 위기관리의 핵심은 바로 사람 관리다.
[Book] 검은 대륙 아프리카의 감춰진 속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