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계열사 주식 매각한 최은영 회장

세 차례 팔아…형제 분가 실현되나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 일가의 한진그룹 계열사 주식 매각이 화제다. 최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 회장은 5월 초 대한항공 주식 4만3335주를 매각했다. 최 회장의 두 딸도 각각 이 회사 주식 1만8320주와 1만9160주를 팔았다.

세 사람이 보유한 대한항공 주식은 1만6185주로 줄어들었다. 이는 전체 지분의 0.03%에 불과하다. 앞서 최 회장 일가는 5월 들어 세 차례에 걸쳐 (주)한진 주식 1만7875주를 매각했다.

최 회장 일가의 잇따른 한진그룹 주식의 매각 의도는 뭘까. 계열 분리를 위한 포석 다지기일까. 아니면 한진해운 측의 주장대로 “개인적으로 파는 것일 뿐”일까.

우선 이번 매각은 주식 수만 따져서는 별 의미가 없다. 최 회장과 두 딸이 매각한 주식은 8만815주다. 대한항공 전체 주식 수는 7197만여 주로 겨우 1%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아직 팔지 않고 있는 1만569주를 더해도 큰 차이가 없다.

계열 분리 요건은 한진해운이 보유한 한진그룹 지분이 3% 미만이면 된다. 이미 이전부터 한진해운은 계열 분리 요건을 갖추고 있었다. 따라서 이번 주식 매각이 계열 분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볼 수 없다.

다만 이번 매각 건을 일종의 여론전 차원으로 해석할 수 있다. 지분 매각이 계열 분리를 위한 포석이라는 재계 분석이 그것이다. 최 회장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게 ‘한진해운은 계열 분리를 위한 모든 준비를 마쳤다’는 신호를 지속적으로 은근히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계열사 지분을 한꺼번에 매각하지 않고 소량으로 팔고 있는 것도 일종의 전략적인 차원으로 해석하고 있다. 실제로 최 회장과 두 딸은 이미 2007년 6월 한국공항을 시작으로 한진그룹 계열사 주식을 조금씩 매각하고 있다.

그렇다면 최 회장이 굳이 여론전을 펼쳐야 할 이유가 있을까. 계열 분리는 손뼉이 마주쳐야 가능하다. 한진해운은 최대주주(37.14%)인 한진해운홀딩스가 지배하는 형태다. 한진그룹은 대한항공(16.71%)·한국공항(10.70%)·(주)한진(0.04%) 등이 한진해운홀딩스의 지분 27.45%를 갖고 있다.

최 회장의 지분율은 두 자녀와 함께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양현(9.90%)의 지분을 합쳐 26.49%다. 여기에 자사주(4.02%) 등 우호 지분을 더하면 50.67%로 늘어나게 된다.

경영권을 행사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계열 분리의 법적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한진그룹이 한진해운의 지분을 3% 미만으로 낮춰야 한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한진해운홀딩스와 한진해운 지분을 처분하지 않는 한 계열 분리는 요원하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점은 양측 모두 공식적으로는 계열 분리에 이견이 없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신년사나 기자간담회 등 발언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계열 분리를 공언해 왔다.

조 회장도 계열 분리 방침을 갖고 있다는 것이 한진그룹 측의 귀띔이다. 그런데도 한진해운이 여론전을 펼친다면 지분 매각 방식이나 계열 분리 시점 등을 두고 양측의 입장 차이가 엄연히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재계에서는 조 회장이 ‘경영 경험이 일천한 최 회장이 전문 경영인들에게 휘둘리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소문이 퍼져 있다. 분가는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이뤄져야 하는데, 최 회장이 지나치게 서두르고 있다는 것이다.

아무튼 지분을 매각할 때마다 분가설이 고개를 쳐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따라서 최 회장의 진심이 뭐든 간에 분가의 키를 쥐고 있는 조 회장으로서는 압박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재계의 분석이다.

권오준 기자 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