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 자금 ‘아시아 유턴’ 왜?

글로벌 투자 자금이 아시아 증시로 몰려들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글로벌 투자 자금은 작년 말부터 선진국에 집중 투자되며 신흥국 시장을 이탈했다. 하지만 최근 미국 등 선진국 경기는 점차 꺾이는 반면 아시아 신흥국 경기는 인플레이션 우려가 마무리되며 조금씩 살아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글로벌 투자 자금이 방향을 틀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전 세계 펀드 중 신흥국 증시에 투자하는 펀드로 4월 마지막째 주에만 18억3200만 달러가 순유입된 것으로 집계됐다. 전주보다 15% 늘어난 금액이다. 5월 첫째 주에도 이 같은 분위기는 이어졌다.

더욱이 한국에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는 지난해 2분기 이후 최장 기간인 7주 연속으로 글로벌 자금을 흡수했다. 5월 첫째 주 글로벌 펀드 자산에서 한국으로의 유입 금액 비중은 0.39%로 이머징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이머징 주식형 펀드에는 6주 연속 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이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달러 가치가 하락해 미국 대신 신흥국에 대한 선호도가 커졌다”고 분석했다.

4월만 놓고 보면 신흥국 펀드로 110억1500만 달러가 순유입됐지만 선진국 펀드로는 75억2500만 달러 순유입되는 것에 그쳤다. 신흥국 펀드에서는 올 1월부터 자금이 대거 빠져나가면서 연간 누적 순유출 규모가 3월 초 한때 210억 달러에 달하기도 했지만 4월의 순유입세로 현재는 72억 달러로 크게 줄었다.

4월 신흥국으로 110억1500만 달러 투자돼
<YONHAP PHOTO-0200> A picture taken on April 7, 2011 shows Russian LUKOIL ice-resistant fixed platform LSP-1, built at the Astrakhansky Korabel shipyard, intended to drill and operate wells and collect and pre-treat reservoir content at Korchagin's oil field in the Russian sector of the Caspian Sea some 180 km outside Astrakhan. The fields productivity of oil and gas condensate will peak at 2.3 million tonnes oil and 1.2 bcm gas per year. AFP PHOTO / MIKHAIL MORDASOV
/2011-04-11 06:21:04/
<저작권자 ⓒ 1980-201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A picture taken on April 7, 2011 shows Russian LUKOIL ice-resistant fixed platform LSP-1, built at the Astrakhansky Korabel shipyard, intended to drill and operate wells and collect and pre-treat reservoir content at Korchagin's oil field in the Russian sector of the Caspian Sea some 180 km outside Astrakhan. The fields productivity of oil and gas condensate will peak at 2.3 million tonnes oil and 1.2 bcm gas per year. AFP PHOTO / MIKHAIL MORDASOV /2011-04-11 06:21:04/ <저작권자 ⓒ 1980-201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글로벌 투자 자금이 이처럼 다시 아시아 신흥국으로 유턴하는 이유는 인플레이션이 한풀 꺾이면서 중앙은행들의 통화 긴축정책이 올해 상반기쯤 마무리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작년 하반기부터 속도 조절에 나섰던 신흥국 경기가 1~2분기를 저점으로 다시 살아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분기까지 아시아 경제 성장세가 둔화되겠지만 이는 물가 상승 압력을 누그러뜨리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아시아 경제는 하반기부터 다시 높은 성장세를 회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각국의 물가는 서서히 안정되고 있는 모습이다. 5월 12일 크레디트스위스(CS)가 분석한 한국·중국·브라질 등 글로벌 이머징 마켓 10개국의 전월 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월에 0.3%로 추정됐다.

지난해 12월 0.6%였던 상승률은 올 1월에 0.99%로 고점을 찍은 뒤 2월에 0.65%, 3월 0.35%, 4월 0.3%로 3개월 연속으로 낮아지고 있는 추세다. 실제 지난 2월 1.2%까지 올랐던 중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월에 마이너스 0.2%로 하락 반전했고 인도네시아 역시 3월과 4월 마이너스 0.3%를 기록했다.

한국도 1월 0.9%였던 상승률이 4월에 0%로 떨어졌다. CS는 “전년 동월 대비로 이들 국가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7월쯤 고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전월 대비로는 이미 1월에 고점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미국 및 유럽 등 선진국 경기에 대한 눈높이는 조금씩 낮아지고 있다. 미국의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8%(연율 환산)로 예상치 2%를 밑돌았다. 미국 GDP의 70%를 차지하는 소비지출이 1분기 2.7% 증가에 그쳐 지난해 4분기 4%에 훨씬 못 미쳤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미국의 2011년 성장률 전망치를 3% 초반으로 하향 조정했다. 그간 미국 경기에 대해 지속적으로 낙관론을 펼쳐오던 골드만삭스마저 최근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낮췄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5월 6일 증권시장 마감 후 내놓은 경기 전망 보고서를 통해 내년 말까지 분기별로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5~1%포인트씩 하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올해 2분기 이후 내년 4분기까지 전년 동기 대비 경제성장률(연율 환산)이 3.0~3.5% 범위에서 움직일 것이란 전망이다.

기존 전망치는 2분기 이후 내년 1분기까지 4.0%로 같았다. 이에 따라 연간 성장률 전망치도 하락했다. 올해 성장률은 2.7%로 기존 2.9%에서 내렸다. CNBC는 “최근 미국의 부진한 경제지표가 일시적 부진이라는 의견과 침체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라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지만 경제성장률이 둔화될 것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고 보도했다.

유럽에선 인플레이션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현지 시각으로 지난 5월 3일 발표된 유로존 3월 생산자물가(PPI)는 작년보다 6.7% 상승,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유럽중앙은행 목표치인 2%를 크게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동부증권 김효진 애널리스트 “세계경제의 최대 복병인 인플레이션은 유럽이 3% 가까운 수준으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신흥국의 인플레이션 부담은 3월을 고비로 점차 완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스톡 인사이드] 인플레 해소 전망…성장세도 ‘뚜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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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경제성장률 둔화될 것

여기에 최근 이어지고 있는 상품 가격 하락은 중·장기적으로 보면 아시아 경제와 증시에 오히려 호재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상품가 하락이 아시아 경제와 증시에 수혜가 되는 이유는 아시아 경제의 가장 큰 골칫거리인 인플레이션 우려가 완화돼 긴축 속도가 늦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아시아 신흥국들은 경기의 급속한 냉각이 우려될 만큼 강력한 정책을 펼쳤다. 인도는 지난 5월 3일 기준금리인 재할인율을 0.5%포인트, 시장의 예상보다 더 큰 폭으로 인상했다. 지난 4월 29일에는 베트남이 기준금리를 1%포인트 대폭 올렸다.

이런 상황에서 상품 가격 하락은 좋은 소식이다. 팅 루 BOA 메릴린치의 중국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이 중국 정책 당국의 최고 고민”이라며 “유가를 비롯한 상품가 급락이 중국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가 적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상품 가격 하락은 아시아 각국의 재정 부담도 덜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아시아 각국은 유가와 식료품 가격이 급등하며 관련 보조금을 늘려 왔으며 이 때문에 재정지출 부담이 커졌다.

소시에떼제네랄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아시아 정부는 올해 유가를 배럴당 평균 80~90달러로 예상했지만 현재 유가는 이보다 30~40% 높은 수준”이라며 “고유가가 지속되거나 더 악화되면 일부 아시아 국가는 유류 보조금 등으로 재정에 심대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소시에떼제네랄은 베트남·인도·태국 등이 유가 상승에 따른 재정 취약성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상품 가격 하락에 따라 원자재에 몰렸던 자금이 증시로 이동하면서 아시아가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톰 리 JP모건 수석 미국 주식 전략 애널리스트는 “유가 하락은 소비자와 중앙은행의 긴축 부담을 줄이고 상품시장의 기대 수익률을 낮춰 증시로 자금 유입이 늘어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더욱이 아시아는 선진국에 비해 성장률이 높아 투자 시 고수익이 기대되기 때문에 증시의 수혜가 기대된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머징 아시아 시장의 상승세가 주춤했던 것은 인플레이션 부담과 긴축정책의 연장에서 나왔다”며 “인플레이션 부담은 상품 가격 급등으로 시작됐기 때문에 상품 시장의 조정은 이머징 주식시장에 중기적으로는 긍정적 효과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