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투자를 결정하는 몇 가지 기준

대부분의 개인 투자자들은 수익률이 높은 펀드에 투자하는 것을 좋아한다. 만일 수익률이 좋은 펀드와 나쁜 펀드를 가지고 있다면, 후자를 환매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금융회사들도 최근 수익률이 좋은 펀드를 추천 펀드에 올려놓고 투자자들에게 권유한다.

이처럼 수익률이 좋은 펀드를 찾아 투자하는 것이 좋은 투자 전략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미국의 한 연구 조사에 따르면 1984년부터 2002년까지 펀드 투자자들의 연평균 수익률은 2.57%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의 수익률은 연평균 12.22%였다. S&P 500을 따라가는 인덱스 펀드에 돈을 넣어두고 가만히 있었으면 12.22%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었지만 개인 투자자들이 올린 투자 성적표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게다가 이 시기는 미국 증권시장 역사상 최대 호황 장이었다. 연구의 결론은 이렇다. ‘수익률이 낮은 펀드에서 돈을 빼 수익률이 높은 펀드로 갈아타는 투자자들의 경향이 그 원인이었다.’

5년 이상의 펀드 성적표 봐야
[이상건의 재테크 레슨] 수익률 위주 투자, 실패 확률 높아
그러면 개인 투자자들이 이렇게 펀드 갈아타기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대표성 편견’ 때문이다. 대표성 편견은 작은 모집단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인간들의 심리적 경향을 뜻한다.

전체 펀드에서 수익률이 좋은 펀드가 차지하는 비중을 놓고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몇 개의 수익률이 좋은 펀드만을 모집단으로 해서 판단해 버리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펀드 유·출입을 분석해 보면 수익률이 좋은 펀드로 돈이 몰리고 수익률이 나쁜 펀드에서는 돈이 빠져 나가는 경향을 보인다. 당연히 펀드를 많이 팔면 팔수록 수익이 늘어나는 금융회사들은 수익률 위주로 마케팅을 전개하게 된다.

그러나 최근 수익률 위주로 펀드 투자를 하는 것은 자칫하면 펀드 운용 회사의 운과 실력을 혼동하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더욱이 정보력과 분석력이 떨어지는 개인 투자자들이 이를 분석해 내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결국 수익률 위주로 펀드를 쫓아가는 투자법은 성공보다 실패 확률이 높다고 할 수 있다.

개인 투자자들이 이런 오류에 빠지지 않는 방법은 몇 가지 간단한 기준을 갖고 펀드 투자를 하는 것이다. 먼저 1~3년 정도의 펀드 성적표를 보지 말고 5년 이상의 투자 성과를 살펴봐야 한다.

1~3년 정도의 기간만 놓고서는 운과 실력을 구분하기 어렵다. 5년 이상 좋은 성과를 냈다면 어느 정도는 실력이 큰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둘째, 기간 기준이다. 앞서 지적했듯이 아무리 호황 장이라고 하더라도 펀드를 자주 갈아타면 좋은 성과를 내기 어렵다.

그러나 심리적 차원에서 인내심을 갖고 장기 투자하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절충의 방법으로 기간을 투자 기준으로 삼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노후 자금처럼 장기 투자가 필요한 상품을 우선적으로 가입하는 것이다.

10년 이상 불입해야 비과세되는 연금 펀드나 변액연금과 같은 상품을 이용해 장기로 투자하고, 나머지 자금은 5년을 전후로 한 시간 축을 세워 놓는 것이다. 5년 정도의 시간이면 주식시장이 커다란 위기를 겪더라도 치유할 수 있는 기간이다.

셋째, 일정 자금을 항상 주식시장에 묻어 두는 포트폴리오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다. 자신의 자산 중에서 30% 정도를 주식에 할당한다고 하면 이 비중을 지속적으로 가져가는 것이다.

만일 시장이 좋아 30%가 넘어서는 일부를 환매해 예금과 같은 현금성 자산으로 바꾸어 놓고 반대로 상황이 나빠져서 비중이 준다면 현금성 자산에서 주식 자산으로 이동해 놓는 것이다.

이 세 가지 방법에는 ‘최근 수익률’이 투자 전략에 포함돼 있지 않다. 수익률은 매우 중요한 투자의 기준이지만 수익률 위주의 투자 의사 결정은 오히려 독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수익률이란 달콤한 사과에는 때때로 독약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상건 미래에셋 투자교육연구소 상무 sg.lee@miraeasse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