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권 도약 꿈꾸는 러시앤캐시의 질주

계절의 여왕 5월에 축구 경기장을 찾는 스포츠 팬들은 낯선 업체가 경기장을 장식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올해 케이리그의 명칭이 ‘러시앤캐시컵 2011’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대기업이 스폰서를 해 오던 것에 비해 대부 업체가 후원사로 나선 것은 다소 파격적이라는 반응이다. 이름 있는 금융회사를 제치고 3금융권이 나선 것도 처음이다.

러시앤캐시(사명:A&P파이낸셜대부)의 스포츠 후원은 이것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5월 KLPGA 투어인 ‘제1회 러시앤캐시 채리티 클래식’을 제주 오라컨트리클럽에서 개최한 데 이어 올해도 5월 20~22일 같은 장소에서 2회 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축구와 골프 대회의 후원금은 각각 9억~10억 원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에는 프로골퍼 이태희·남민지와 후원 계약을 했다. 둘은 올 시즌 열리는 모든 대회에 러시앤캐시 로고가 부착된 모자와 의류를 입고 출전한다. 이 밖에도 러시앤캐시는 지난해부터 ‘아프로배 전국 농아인야구대회’를 개최하는 등 스포츠 마케팅을 본격화하고 있다. 아프로(APRO)그룹은 러시앤캐시가 속한 모그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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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골프 등 스포츠 마케팅 강화 이유는?

A&P파이낸셜 측은 “재일 교포인 최윤(49) 회장이 일본에 살 때 한국 스포츠 스타의 선전이 재일 교포들에게 힘이 된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마음의 빚을 갚아야겠다고 늘 생각하던 것을 실행한 것일 뿐”이라고 이유를 밝히고 있다.

그러나 “스포츠를 통한 마케팅 효과를 전혀 의도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스포츠 마케팅이라기보다는 사회 공헌 차원에서의 후원으로 봐 달라”고 얘기했다.

A&P파이낸셜대부는 일본에 적을 둔 페이퍼컴퍼니 제이앤케이캐피탈(J&K캐피탈)이 100%의 지분을 가지고 있어 외국계 회사로 분류된다. J&K캐피탈은 최윤 회장이 100% 지분을 갖고 있다.

재일 교포 3세인 최 회장은 일본에서 야키니쿠(한국식 숯불구이) 음식점으로 큰돈을 벌었고, 1998년 정보기술(IT) 붐 때 도쿄와 서울에 벤처캐피털 회사를 설립했으나 투자금을 대부분 날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일본에는 있지만 한국에는 없는 사업을 찾아 1999년부터 대부업을 시작했다.

당시 일본계 대부 업체 10여 개가 국내 진출을 동시에 시작하던 때로 최 회장이 설립한 ‘원캐싱’은 국내 대부업의 80%를 점유하던 A&O그룹에 밀려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그러나 A&O그룹이 노조 파업 등 어려움을 겪다가 부도 처리되면서 2004년 최 회장이 A&O그룹의 7개사를 인수했다.

브랜드도 러시앤캐시로 바꿨다. 2007년에는 러시앤캐시 브랜드를 쓰는 7개 계열사를 통합하고 사명도 (주)러시앤캐시로 바꿨다. 이후 미즈사랑·한국IB금융·예스신용정보 등을 인수했다. 러시앤캐시의 사명은 2008년 A&P파이낸셜대부로 바꿨다.

최 회장이 인수하기 직전 회사는 2년 연속 적자를 보면서 자본 잠식 상태에 빠졌다. 2003 회계연도(2002년 10월~2003년 9월)에 660억 원, 2004 회계연도에 71억 원의 순손실을 내며 자본금이 마이너스 116억 원이 됐던 것.

그러나 최 회장이 인수한 뒤인 2005 회계연도에는 순이익 174억 원, 2006 회계연도에는 322억 원의 흑자로 돌아섰다. 이어 2007 회계연도에는 1299억 원의 순이익을 내며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2008년 9월 15일 리먼브러더스 사태의 여파가 조금 미쳤지만 2008 회계연도에는 993억 원의 순이익을 냈고, 금융 위기가 절정을 이루던 2008년 10월~2009년 9월 사이(2009 회계연도)에도 매출액은 4408억 원, 순이익은 1194억 원으로 늘었다.

최근 2010 회계연도에는 매출 5440억 원, 순이익 1450억 원으로 또다시 사상 최고 실적을 경신했다. 인수 이후 매년 순이익을 전액 자본금으로 충당하면서 2010년 9월 말 기준 자본금은 7197억 원으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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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업체로 봐 달라’ 주문

사상 최대 실적을 내면서도 회사 측은 표정 관리에 바쁘다. 대부 업체는 신용도가 낮아 1, 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운 서민들이 주 이용 고객이다 보니 ‘서민의 고혈을 빨아 배를 불린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2010 회계연도 매출액 대비 순이익률은 26.6%에 이른다. 사회 공헌이나 스포츠 마케팅을 강화하는 것도 이런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A&P파이낸셜은 “단순히 고금리 때문에 실적이 좋아진 것이라면 모든 대부 업체의 실적이 다 좋아져야겠지만, 우리 실적이 좋아진 것은 타 업체보다 월등한 심사와 고객 관리 능력 때문”이라고 비결을 설명한다.

회사 측은 “타 대부 업체들은 9~10등급의 대출 위험도를 판단할 데이터나 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대출 승인이 제한되지만 러시앤캐시는 독자적인 신용 평가 시스템을 통해 한도 금액을 산출해 대출이 가능하다. 지난 2004년 아프러스시스템 인수 이후 전산 시스템 증강에 매년 엄청난 금액을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성공 요인으로는 타 대부 업체들이 대출 중개인을 통한 영업에 치중한 반면 러시앤캐시는 직접 영업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와 함께 고객만족팀을 별도로 두면서 고객의 재대출도 크게 늘었다고 보고 있다.

한편 A&P파이낸셜은 일본계로 분류되는 것을 의식한 듯 자사가 등록지는 일본이지만 한국 업체와 다름이 없다고 얘기한다. “A&O그룹 인수 당시 도쿄지방법원의 법정관리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일본에 등록된 것일 뿐, 우리는 일본에서 아무런 비즈니스를 하고 있지 않다.

최 회장도 일본에서는 대부업을 한 경험이 없으며 한국 진출 당시 사업 아이템을 찾는 과정에서 대부업을 선택한 것이다. 지금도 한국에서만 활동하고 있다.”

일본계 자금으로 출발하긴 했지만 현재 자금 조달도 국내 비중이 훨씬 높다. 2010 회계연도 자금 조달 중 원화 차입금은 4903억 원, 외화 차입금은 1062억 원이다. 사채 583억 원, 전환사채 1125억 원, 신주인수권부사채 800억 원 등을 포함한 차입부채 8631억 원 중 외화 차입급 비중은 12.3%다.

자금 조달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기업어음(CP)으로 1545억 원이다. 나머지는 저축은행 등에서 수십 억~수백 억 원 규모로 조달하고 있다. 기업어음 조달 금리는 9.05~10.4%, 저축은행 조달 금리는 10~12%다. 감사보고서상 외화 차입금 조달처는 한 곳으로 표시돼 있는데, 최윤 회장으로부터 1062억 원, 조달 이율은 2%다.

A&P파이낸셜이 속한 아프로그룹은 최근 자산 20조 원(1조7000억 엔) 규모의 일본 대형 대부 업체인 다케우치를 인수하면서 해외 진출도 서두르고 있다. A&P파이낸셜은 다케우치 인수 동기를 “큰 회사의 경험과 노하우, 데이터를 배울 수 있고 추후 일본 진출에 도움이 된다. 전 산업계를 통틀어 한국 업체가 일본 업체를 인수한 첫 사례”라고 얘기하고 있다.

한편 2008년부터 꾸준히 추진하고 있는 한국거래소 상장은 아직까지 구체적 일정이 나오고 있지 않다. A&P파이낸셜 측은 “우리가 원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금융 당국과 조율해야 하는 부분이다. 금융 당국도 대부 업체가 상장하는 것은 처음이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입장”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우종국 기자 xyz@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