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스완에 대비하라

[Book] ‘검은 백조’와 공존하는 10가지 원칙
미국발 금융 위기의 대혼란 속에서 ‘블랙 스완’이라는 참신한 아이디어로 전 세계를 매료시켰던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의 최신작이다. 완결된 단독 저작이 아니고 그에게 ‘월스트리트의 새로운 현자’라는 명성을 안겨준 ‘블랙스완’ 개정판(2010년)의 후기를 따로 떼어내 해설과 인터뷰를 덧붙여 묶어낸 것이다.

탈레브의 글은 철학과 역사, 금융을 넘나드는 자유분방한 사고와 통찰력으로 빛난다. 레바논 태생인 그는 철학자·역사가·수학자이며 현직 월스트리트의 투자 전문가다. 이 보기 드문 조합이 ‘블랙 스완’이라는 대작을 탄생시켰다.

‘블랙 스완’은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예측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지만 파급효과가 큰 사건을 의미한다. 호주에서 검은 백조가 발견돼 ‘모든 백조는 흰색’이라는 오랜 상식이 무너진 것과 같다. 문제는 누구도 예상할 수 없는 이런 사건이 특히 금융시장에서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것이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도 검은 백조의 사례다. 기존의 지식과 경험은 예상하지 못한 사태 전개에 무기력하기만 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불완전하더라도 ‘지도’가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는 것보다 낫지 않을까.

탈레브의 답은 명확하다. 평범한 상황을 위해 만들어진 방법을 검은 백조에 그대로 적용하려는 것은 뉴욕행 비행기 조종사가 애틀랜타 공항 지도를 들고 가는 것만큼이나 위험한 일이다. 그는 ‘여행에 나서기 전에 좋은 지도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은 할머니들에게는 쉽지만 직업 세계에 갇힌 사회과학 박사들에게는 낯선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검은 백조와 공존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탈레브는 검은 백조에 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10가지 원칙을 내놓는다. 우선 허약한 것은 규모가 작을 때 일찍 붕괴해야 한다. 경제생활은 숨겨진 큰 위험을 지닌 것이 최대 규모로 커지도록 촉진하는 경향이 있다.

손실의 사회화와 이익의 사유화도 결코 허용돼서는 안 된다. 구제 조치를 받는 금융회사는 국유화가 원칙이다. 무엇보다 기존 경제계가 2008년 시스템 실패로 정당성을 잃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그들에게 다시 운전대를 맡기는 것은 무책임하고 바보 같은 짓일뿐이다.

장승규 기자skjang@hankyung.com


이동환의 독서 노트

풀리지 않는 무한의 신비

[Book] ‘검은 백조’와 공존하는 10가지 원칙
우리는 생명에 끝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는 경험적으로 쉽게 알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요컨대 생명은 유한하다는 결론을 이끌어낼 수 있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사물이나 현상을 우리가 경험해볼 수는 없다.

예컨대 숫자를 생각해 보자. 우리는 가장 큰 수가 무엇인지 모른다. 가장 큰 수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그 수에 단순히 1을 더하기만 해도 새롭게 큰 수가 생겨난다. 이러한 과정은 지속된다.

그래서 옥스퍼드 대학의 수학자였던 존 월리스(John Wallis)는 1655년에 이런 수학적인 무한을 간단한 기호로 표시했다. 바로 ‘무한대(∞)’였다.

조르다노 브루노(Giordano Bruno)는 가톨릭교회 재판에서 이단죄로 판정받고 1600년에 화형 당했다. 그가 ‘우주는 무한하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주가 무한하다는 말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왜 죄가 되었는지 궁금하다.

브루노는 우주가 어느 곳을 보더라도 똑같고, 경계도 없고, 무한히 많은 별과 행성으로 가득 차 있다고 주장했다. 요컨대 이 말은 가톨릭교회에서 주장하는 지구중심설에 어긋났다.

우주의 중심에는 지구가 있었고, 알려진 행성이 몇 개 되지 않는 유한한 우주가 그 시대의 진리였고, 이것이 신의 뜻이었다. 그런데 브루노는 이런 진리를 훼손시켰기에 불경죄를 저지른 셈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유한한 세계를 만든 신은 본성적으로 무한하고, 모든 측면에서 한계도 끝도 없다고 신학자들은 주장했다. 중세 신학자인 아우구스티누스는 “인간에게 무한한 것이 신에게는 유한하다”라는 말로 유한과 무한의 경계를 구별했다. 이처럼 무한은 신학의 영역에서도 중요한 문제였다.

우주에 끝이 있을까. 우리는 아직도 이에 대해 확실한 대답을 할 수 없다. 우주론에서 새롭게 밝혀지고 있는 이론도 이에 대해 납득할 만한 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역시 우주론에 있어서도 무한은 주요한 연구 주제다.

이 책은 이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나타나는 무한을 소개해 주고 있다. “우리의 우주는 무한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말로 무한한지 아닌지는 가장 잘 감춰진 비밀 중 하나다. 무한은 유한에 의해 가려져 있다. 무한은 정보가 퍼져나가는 속도의 한계(광속)에 의해 보호된다.

당신은 우주가 무한한지 아닌지를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을 발견하는 데는 무한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p.194)”는 저자의 말처럼 무한을 이해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무한이라는 개념 자체가 우리의 인식 범위를 벗어나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저자가 말하는 무한에 대한 설명을 읽으면 한 가지 확실하게 알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우리가 세상에 대해 알 수 있는 부분은 극히 작고 유한하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우리를 겸손하게 만들어 준다.

이동환 북 칼럼니스트 eehwan@naver.com


희토류 자원 전쟁
[Book] ‘검은 백조’와 공존하는 10가지 원칙
김동환 지음┃208쪽┃미래의창┃
1만2000원

희토류는 첨단산업의 비타민으로 불린다. 전기차용 모터나 발광다이오드(LED)가 제 기능을 발휘하려면 반드시 첨가해야 하는 필수 소재다. 중국이 세계 희토류 생산의 96% 이상을 독점하면서 신자원민족주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과 영토 분쟁을 벌이던 일본이 맥없이 백기를 든 것도 바로 희토류 때문이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희토류를 중심으로 중국의 자원민족주의를 연구해 온 저자는 키르기스스탄 광산 개발을 대안으로 제안한다.


금융경제학 사용설명서
[Book] ‘검은 백조’와 공존하는 10가지 원칙
이찬근 지음┃528쪽┃부키┃2만 원

금융에 대한 통합적인 이해를 도모하는 금융 종합 개설서다. 금융 전문가는 많지만 금융의 전체 그림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금융 자체가 이론보다 현장 실무에 의해 발전해 왔기 때문에 금융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이론과 실무가 결합된 통합적인 사고가 필수다.

이 책은 상업은행·중앙은행·투자은행·펀드 등 금융을 주도하는 4개 금융회사를 다루는 1부와 주주 가치, 파생상품 등 최근 대두된 주요 관심사를 다루는 2부로 구성돼 있다.


피터 린치의 투자 이야기
[Book] ‘검은 백조’와 공존하는 10가지 원칙
피터 린치 외 지음┃고영태 옮김┃332쪽┃1만6000원

마젤란 펀드를 세계 최대의 뮤추얼 펀드로 키워낸 ‘월가의 영웅’ 피터 린치의 투자 지침서다. 그가 쓴 3권의 저서 가운데 투자 초보자의 눈높이에 맞춰 가장 쉽게 설명된 책이다.

피터 린치는 기업의 탄생에서 자본주의의 역사, 투자의 기초, 기업의 탄생과 쇠퇴, 그리고 기업을 움직이는 영웅들까지 현명한 투자를 하기 위해 알아야 하는 모든 것을 상세하게 알려준다. 그는 세상에 타고난 투자자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투자 교육을 강조한다.


메시
[Book] ‘검은 백조’와 공존하는 10가지 원칙
리사 갠스키 지음┃윤영삼 옮김┃292쪽┃1만4000원

자동차 산업의 거인 제너럴모터스(GM)가 구제금융에 목을 매는 신세로 전락하는 사이 전혀 새로운 형태의 자동차 회사가 탄생했다. 바로 자동차 공유 업체 메시다.

자동차를 만들지도, 판매하지도, 수리하지도 않는 이 업체는 2009년 한 해에만 1억30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집카처럼 고객이 필요로 하는 순간에 필요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잠시 사용하도록 공유해 주는 비즈니스 모델이 바로 저자가 말하는 ‘메시 비즈니스’다.
[Book] ‘검은 백조’와 공존하는 10가지 원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