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 집중 분석

증시의 새 큰손으로 떠오른 연·기금. 이 연·기금의 힘은 누가 뭐래도 ‘3대 기금’인 국민연금·공무원연금·사학연금에서 나온다고 볼 수 있다.

국민연금에서 운용하는 기금은 2011년 1월 기준 324조9875억 원에 달한다. 국민연금 운용은 크게 공공부문·복지부문·금융부문으로 나뉘는데 금융부문이 절대적 액수인 324조884억 원을 차지한다.
주식시장 ‘ 안전판’…성과도 ‘ 굿’
주목할 만한 것은 국민연금의 주식 투자 금액이다. 국민연금의 주식 투자 금액은 2010년 1월 기준 76조7150억 원에 달한다. 국민연금 측은 주식 투자 금액을 점차 늘려갈 계획이다. 2015년까지의 중기 자산 배분 방침에 따라 수익률 향상을 위해 채권 비중을 줄이는 대신 주식 및 대체 투자 비중을 늘린다는 것이다.

실제로 2003년 말 국민연금의 주식 투자 금액은 9조1258억 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듬해 말에는 12조7016억 원까지 늘린 뒤 2005년 말에는 무려 두 배가량인 2조3949억 원까지 주식 투자 금액을 높였다.

국민연금, 올해 최소 7조 주식 투자 늘려
주식시장 ‘ 안전판’…성과도 ‘ 굿’
2008년 이후의 주식 투자 비중이 눈에 띈다. 국민연금은 2007년 말 38조4704억 원이었던 국민연금의 주식 투자 금액은 금융 위기가 있었던 2008년 말에 33조9737억 원까지 줄었다. 하지만 그 이후 과감한 투자를 통해 2009년 말 49조5051억 원, 2010년 말 74조8939억 원까지 크게 늘어났다.

또 2003년 말 국민연금의 국내 직접투자액은 5조4520억 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1년 1월 기준 국민연금의 직접 투자액은 30조178억 원에 달한다. 자산운용사·투자자문사 등 각 기관에 의뢰해 투자하는 국내 위탁 투자액 역시 2003년 말 3조5170억 원 수준이었지만 2011년 1월에는 26조9097억 원까지 늘어났다.

국민연금은 중기(2011~2015년) 자산 배분 계획에 따라 올해도 주식 비중을 늘리고 채권 비중을 줄일 계획이다. 다만 채권 비중을 줄인다고 해서 절대적인 채권 투자 규모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기금 운용액이 점점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금 운용액 증가는 앞으로도 지속돼 2015년에는 500조 원, 2045년에는 2500조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국내 주식시장에 풀릴 자금은 6조9000억 원 내외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민연금 측은 “중·장기 계획에 따라 2015년에는 주식 비중을 30%까지 높여야 한다”며 “순차적으로 조금씩 늘려가는 과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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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연금의 2010년 말 기준 총자산은 7조9056억 원이다. 공무원연금의 자산 운용은 크게 네 부문으로, 공공부문, 주택 및 시설운영사업, 금융부문, 기타부문으로 나뉜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문은 금융부문이다. 전체의 60%가량인 4조5133억 원 수준이다.

공무원연금 역시 주식 투자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다. 공무원연금의 2008년 금융부문 투자 금액은 3조4378억 원이었다. 이 중에 주식 투자는 1888억 원으로 5%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2009년 6250억 원으로 3배 이상 껑충 뛴 뒤 2010년 말 기준으로 공무원연금은 8639억 원에 달하는 주식 투자를 하고 있다.

공무원연금은 올해에도 고수익을 위해 주식 투자 비중을 늘릴 것으로 보인다. 2010년 말 기준 금융부문 내 주식 비중 15%를 올해 말까지 21% 정도로 끌어올릴 방침이다.
주식시장 ‘ 안전판’…성과도 ‘ 굿’
3대 연금 중 하나인 사학연금 역시 주식 투자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다. 2010년 말 사학연금의 전체 운용 규모는 11조9885억 원이다. 이 중 유가증권 즉 금융자산은 8조8766억 원으로 가장 많은 액수를 차지지하고 있다.

이 중 주식 자산은 1조9531억 원으로 국내 직접투자 7435억 원, 국내 간접투자 9564억 원, 해외 간접투자 2532억 원으로 자산 배분을 하고 있다. 사학연금은 최근 들어 주식 투자에 관심을 높이고 있다. 2001년 사학연금의 국내 주식 투자액은 745억 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듬해 2008년 855억 원을, 그 다음해인 2003년에는 두 배에 달하는 1951억 원까지 빠르게 늘렸다. 이후 주식시장이 상승세를 보인 2009년 사학연금은 국내 주식 직접투자를 5391억 원까지 크게 늘렸으며 국내 간접투자는 7080억 원 수준으로 크게 늘려 현재에 이르고 있다.

사학연금은 올 들어서도 주식 투자 비중을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 올해 1월 말 사학연금은 7772억 원의 기금을 국내 주식에 직접투자했으며 3월 말 기준 8264억 원으로 1월 대비 500억 원가량을 주식시장에 직접투자했다. 간접투자액 역시 1월 말 기준 9564억 원에서 1조138억 원까지 늘려 올 들어서만 1000억 원가량의 자금을 투자했다.

사학연금 측은 올해 채권 투자 비중을 낮추고 주식 및 대체 투자에 대한 비중을 더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유는 올해 기준금리가 오를 것으로 예상돼 채권 수익률 하락이 점쳐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주식 투자는 물론 사모 투자 펀드(PEF), 녹색 펀드 등 대체 투자 부문을 늘려나갈 방침이다.

교원공제회, 주식 비중 더 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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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3대 연금과 함께 또 하나의 연·기금 ‘큰손’은 바로 교원공제회다. 교원공제회의 총자산은 2010년 말 현재 18조2223억 원 수준이다. 이 중 금융 사업에 8조8101억 원을 투자하고 있다.

교원공제회는 이 밖에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등에 투자하고 있다. 교원공제회의 2010년 말 자산은 2009년 말 16조4788억 원 대비 10.6% 늘어난 수준이다.

교원공제회는 최근 투자 포트폴리오에 변화를 주고 있다. 교원공제회의 2009년 말 금융자산은 7조5915억 원이었다. 교직원공제회는 지난해 채권 비중을 줄이고 주식과 구조화 상품 비중을 늘렸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채권 직접투자를 자제하고 비교적 이윤이 높은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실제로 교원공제회의 주식 투자금액은 2009년 말 1조6726억 원에서 2010년 말 2조4219억 원으로 무려 7493억 원(44.8%)이나 늘어났다. 금융상품 역시 2009년 말 7043억 원에서 2010년 말 1조7000억 원까지 불렸다. 한 해 만에 141.4%나 늘어난 수치다.

반면 채권은 2009년 말 4조9302억 원에서 2010년 말 4조4831억 원으로 4471억 원가량 줄였다. 전년에 비해 9.1% 줄어든 수치다. 이에 따라 전체 금융자산에서 64.9%나 차지하던 채권은 50.9%로 비중이 크게 줄었다.

교원공제회는 올해도 금융 사업에서 채권 비중을 50%대로 유지하고 구조화 상품과 주식 투자를 대폭 늘릴 방침이다. 주식 비중 확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투자전략팀 관계자는 “2011년에는 직간접 투자를 합쳐 주식 비중을 27%에서 30%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반면 채권 투자 비중은 올해 말까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인 50%대를 유지할 방침이다.

연·기금 투자 풀에 참여 기관 늘어나

국민연금·공무원연금·사학연금·교원공제회와 함께 연·기금 중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주체가 바로 연·기금 투자 풀이다. 연기금 투자 풀은 2001년 12월 부족한 개별 연·기금의 자산운용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개별 연·기금이 예탁한 여유 자금을 투자 풀 운영위원회가 선정한 전문 금융회사에서 운용하도록 하는 일종의 ‘재간접 펀드’ 시스템이다. 2011년 5월 4일 현재 정부 내 53개 기관이 연·기금 투자 풀에 기금을 맡기고 있으며 현재 삼성자산운용이 주간사를 맡고 KB자산운용·한국투자신탁운용·동양자산운용 등이 운용에 참여하고 있다.

연·기금 투자 풀의 2011년 1분기 말 기준 총 수탁액은 7조9907억 원이다. 공개되지 않는 외국환 평형 기금 수탁액까지 더하면 연·기금 투자 풀 운용 규모는 웬만한 기금 운용 자산을 웃돌 것이란 게 금융업계의 평가다. 2009년 11월 말 기준 외평기금 수탁액은 추정치로 10조~11조 원에 달했다.
주식시장 ‘ 안전판’…성과도 ‘ 굿’
이 중 주식 관련 상품 비중은 2조4652억 원에 달한다. 안정성이 중시되는 기금 운용의 특성상 머니마켓펀드(MMF) 및 채권형 상품이 아직도 70%가량을 차지하지만 주식 관련 상품이 꾸준히 늘고 있다는 사실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2009년 1분기 말 기준 총 수탁액 4조3942억 원 중 11.2%에 주식 관련 상품 비중은 2010년 1분기 말 25%까지 두 배 이상 늘어났다. 2011년 1분기 말에는 30.8%로 크게 늘어났다.

연·기금 투자 풀의 수탁액은 현재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채권 금리가 낮다 보니 기금이 대기성 자금을 투자 풀에 넣어둔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2011년 5월 4일 기준 연·기금 투자 풀의 총 잔액은 8조7584억 원으로 MMF에 1조3781억 원, 채권형에 4조3323억 원, 주식형 및 혼합형에 3조479억 원으로 파악된다. 1분기 말에 비해 1조 원가량 늘어났으며 이 중 주식 및 혼합형이 6000억 원가량을 차지해 가장 많이 늘어났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