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처 24시
“국민연금의 의결권 확대를 통해 대기업을 견제해야 한다”던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의 발언으로 불거진 논란은 결국 곽 위원장의 개인 의견에 불과한 것이며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는 식으로 일단락됐다.곽 위원장의 발언이 언론에 보도된 후 재계의 반발이 거세지자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 “현 정부의 정체성은 친시장”이라며 “개인이 불쑥불쑥 시장에 혼선을 줘선 안 된다”고 못을 박은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곽 위원장 측은 “사전 협의가 있었다”며 여전히 소신을 굽히지 않고 있어 논란이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과연 어느 쪽이 진실일까.
![‘국민연금 의결권 확대’ 발언 진실은](https://img.hankyung.com/photo/202102/AD.25523690.1.jpg)
지난 4월 26일 미래기획위원회 주최로 열렸던 토론회에 모습을 보인 곽 위원장은 무척 자신에 찬 표정이었다. 그는 논란이 된 기조연설을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대기업들이 정부의 말을 안 듣는다. 정부가 무슨 힘이 있느냐. 국민연금의 의결권 확대는 가입자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서라도 꼭 해야 한다”며 강성 발언을 쏟아냈다.
곽 위원장은 자신의 발언이 언론에 소개된 후 재계의 반발이 쏟아지는 상황에서도 트위터를 통해 “반발은 당연히 예상했다. 그래도 가야 할 길”이라며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또 “청와대와 정부 안에서도 동조자가 적지 않다”고 밝혔다.
실제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토론회가 열리기 사흘 전인 4월 23일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 각 부처 장관들이 모였던 재정전략회의를 통해 곽 위원장이 자신이 발표할 글을 직접 읽었다”며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나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 김석동 금융위원장 등 관계 부처 장관들도 이를 놓고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고 전했다.
특히 이날 윤 장관은 “취지는 옳다. 잘 검토해서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도 “10% 상한선만 지켜진다면 주주권을 행사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진 장관은 “국민연금 이사장을 정부가 임명하는 만큼 주주권을 행사하면 ‘관치’로 비쳐질 수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이 같은 장관들의 토론 과정에서 특별한 찬성이나 반대 의견을 표명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곽 위원장은 재정전략회의가 끝난 뒤 청와대 측에 “이 내용 그대로 토론회 때 발표하겠다”고 했으며 이를 제지하지 않았다. 다만 이 대통령은 “그러면 ‘사견(私見)’이라는 부연 설명을 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임종룡 기획재정부 1차관은 최근 기자와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만나 “솔직히 (곽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전혀 몰랐다”며 “실무적인 차원에서 전혀 협의된 내용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임 차관은 또 “한국노총·민주노총 관계자 등 비전문가들이 위원으로 위촉돼 있어 전문성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며 “관계 부처 장차관으로 이뤄진 정부 측 위원들이 대부분 의사결정을 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임 차관의 이 같은 설명은 현 시스템에서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확대하면 관치 논란이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확대하겠다면 먼저 국민연금이 독립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기틀부터 마련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호기 한국경제 경제부 기자 h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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