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 Up_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아흔이 다 된 노 회장의 ‘고향 사랑’이 화제다.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5월 1일 고향인 울산 울주군 삼동면 둔기리 마을 주민들을 초대했다. 1971년부터 시작된 ‘마을 잔치’이니 올해로 41년째다.
고향서 41년째 ‘마을 잔치’ 열어
마을 잔치라고는 하지만 정작 마을은 없다. 신 회장의 생가가 있던 울주군 삼남면 둔기리 부락은 지난 1970년 수몰됐다. 울산공단 용수 공급을 위한 대암댐 건설로 마을 전체가 물에 잠기고 만 것.

신 회장의 친인척들은 물론이고 마을 사람들은 대대로 내려온 전답을 버리고 인근의 도시로 뿔뿔이 흩어져야 했다. 이런 소식을 들은 신 회장은 1971년부터 마을 이름을 따 ‘둔기회’를 만들었다.

당시 사재를 출연한 마을 잔치가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이다. 신 회장 자신도 1972년 당시 돈으로 수천만 원을 들여 대암호가 바라다 보이는 둔기리 근처에 별장과 둔기공원을 꾸몄다.

40년 전 처음 잔치가 열렸을 때만 해도 커다란 무쇠솥을 걸어 밥을 짓고 전을 부치며 돼지를 잡는 그야말로 마을 잔치 수준이었다. 롯데그룹이 대기업으로 성장한 것처럼, 50여 가구에 불과했던 둔기리 식구들도 올해 850가구 1500여 명으로 늘었다. 둔기리 사람들의 자손들이 그만큼 늘었다는 뜻이다.

잔치 당일 둔기공원 일대 잔디밭에는 이른 아침부터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 남녀노소 수백 명으로 붐볐다. ‘둔기회원 여러분 환영합니다’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중심으로 초로의 노인에서부터 아장아장 걷는 아이에 이르기까지 오순도순 모여 앉아 근황을 나누며 정겨운 이야기들이 오고갔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노래자랑 순서도 이어졌다.

선친 묘소 참배 처음 불참

롯데 측은 참석자들이 점차 늘면서 행사장 주변 교통이 혼잡해지는 것을 개선하기 위해 올해부터 인근 군부대의 협조를 받아 예비군 훈련장과 주변 공터에 250대 규모의 별도 주차장을 마련했다. 임시 주차장에서 공원 행사장까지는 셔틀버스를 운행했다.

신 회장은 이날 오후 1시가 다 돼 회색 모자와 흰색 점퍼 차림으로 검은 지팡이를 든 채 나타나 행사장 주위를 짧게 돌아봤다. 평소 언론이나 대중 앞에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신 회장이 마을 잔치만큼은 41년을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참석하는 것을 보면 그의 고향 사랑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신 회장은 이후 큰딸인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 부인인 시게미쓰 하쓰코 여사, 롯데 임직원 등과 함께 고향이 수몰된 대암호 경치를 10분 정도 감상했다. 한편 신 회장은 이번 공향 방문 길에 둔기공원에서 3km 정도 떨어진 선친의 묘소를 찾지 않았다.

매년 행사 때마다 오전 10시쯤 거르지 않고 묘소에 참배했던 것에 비하면 이례적인 일. 이에 대해 막내 동생인 신준호 푸르밀 회장은 “아마 불편해서 못 오신 것 같다”고 밝혔다.

올해 잔치 준비는 신영자 사장이 총괄했고 장남인 신동주 롯데홀딩스 부회장, 친동생인 신선호 일본 산사쓰식품 회장과 막내 동생 신준호 회장 등이 함께했다. 신동빈 한국롯데 회장은 해외 출장으로 참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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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서 41년째 ‘마을 잔치’ 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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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동정

고향서 41년째 ‘마을 잔치’ 열어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