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기업 분할 후 주가는?

“빠르게 변화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 독립 및 책임 경영 체제 구축을 통해 각자 영역에서 최대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신세계라는 하나의 상자를 신세계와 이마트라는 각각의 상자로 나눴습니다.”

이마트는 지난 5월 1일 신세계에서 분사한 후 대형 마트 전문 유통 기업으로 홀로서기를 시작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겸 이마트 공동사장은 5월 3일 서울 성동구 이마트 본사에서 열린 이마트 법인 설립 선포식에서 애플의 스티브 잡스처럼 청바지 차림으로 나타나 젊고 활기찬 이마트를 강조했다. 정 부회장은 성장 정체에 묶여 있는 이마트를 해외 사업 확대를 통해 ‘글로벌 종합 유통사’로 발전시키겠다는 다짐을 이날 밝혔다.

삼성생명 지분 발판으로 M&A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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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업계와 증권가에서는 일단 이마트가 독립에 성공하고 시장에서 기대하는 수익성 개선을 보여줄 때까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한다. 정 부회장이 강조했던 해외 사업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지 않는 한 신생 이마트 법인의 가치는 투자자가 볼 때 아직 매력적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분할 후 신세계(백화점 부문)는 명품 비즈니스의 호조와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높은 성장 등에 힘입어 기업 가치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주류를 이룬다.

신세계는 기업 분할을 위해 지난 4월 28일자로 주식시장에서 거래가 일시 정지됐다. 그리고 분할된 신세계와 이마트의 재상장은 6월 10일로 예정돼 있다. 이때까지는 ‘일단 지켜보자’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신세계는 지난 10여 년간 이마트의 질적·양적 성장으로 시장에서 프리미엄 가치를 누렸지만 2008년 이후 이마트 성장 정체로 마진이 크게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명품 사업을 위시한 최근 백화점 사업이 고성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이마트 실적에 연동돼 있었다.

백화점과 이마트가 분할 후 재상장될 때 두 회사의 주가가 어떻게 설정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미래에셋증권의 한국희 애널리스트는 “재상장될 때 분할된 두 회사의 주가가 얼마로 설정되느냐에 따라 분할 후 두 회사의 가치에 대한 시장의 평가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분할 전 신세계의 주가는 37만 원이었다. 각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추정한 상장 후 주가는 백화점에 대해서는 대략 36만~40만 원 정도로 의견이 모아졌지만, 이마트의 주가를 두고는 20만 원대 초반에서 37만 원까지 의견이 분분하다.

신세계는 올해 1분기 총매출액 4조385억 원에 영업이익 2632억 원을 올려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작년 1분기와 비교해 총매출은 14.8%, 영업이익은 7.4% 증가한 실적이다.

한화증권의 김경기 애널리스트는 “이마트의 가격 인하 정책이 높은 외형 신장에도 영업이익을 소폭 훼손시켰지만 백화점의 외형과 수익의 성장이 이를 커버했다”고 진단했다. 분할 전 신세계의 매출은 백화점 25.5%, 이마트 74.5%로 구성됐었다.

신세계 실적에서 이마트의 손익은 2010년 영업 이익률이 전년 대비 0.4%포인트 감소했다. 이번 1분기 실적에서는 이마트의 영업 이익률이 0.2%포인트 감소에 그쳐 시장의 우려보다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올해 2분기 이후 이마트의 마진 감소가 더 이상 크지 않다면, 이번 기업 분할 효과를 통해 그동안 이마트에 대한 저평가를 극복하고 반전을 이룰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백화점은 분할을 계기로 그동안 이마트의 수익성 악화로 훼손돼 왔던 백화점 사업부문의 기업 가치를 회복하고 귀속 계열사들의 시너지를 통해 레벨업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신세계가 투자한 계열사들은 사업 연관성에 따라 두 회사에 귀속됐다. 신세계인터내셔날·신세계첼시·광주신세계·신세계 의정부 역사는 신세계에, 조선호텔과 신세계푸드·신세계아이앤씨·신세계건설·스타벅스코리아·신세계L&B·이마트 중국 현지법인(10개)은 이마트에 귀속됐다.

신세계는 현재 삼성생명 주식 2200만주(시가 기준 2조3000억 원)를 보유하고 있다. 5월 중 보호 예수 해제가 예정돼 있어 이 지분은 백화점과 이마트에 분할 비율에 따라 배분될 예정이다.

삼성생명 지분 매각을 통해 신세계백화점은 약 8000억 원, 이마트는 1조5000억 원 내외의 자금 확보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두 회사 모두 향후 이 자금을 바탕으로 신규 상장을 위한 인수·합병(M&A)을 어떤 식으로 진행하느냐가 기업 가치 상승의 열쇠가 될 것으로 분석된다.

이마트는 우선 이랜드리테일이 소유한 킴스클럽마트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인수 제안서를 제출했던 이마트·롯데쇼핑·홈플러스가 삼파전을 벌이고 있던 가운데 지난 5월 3일 이마트는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이마트가 제시한 금액은 2000억 원 안팎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마트는 기업형 슈퍼마켓(SSM) 형태인 킴스클럽을 인수함으로써 SSM 시장 진출을 본격화한다는 계산이다.

이마트는 킴스클럽을 인수한 후 매장 분위기를 대대적으로 바꾸고 중·소형 매장인 ‘이마트 메트로’로 론칭할 계획이다. 마트의 점포 신설이 포화 상태인 가운데 SSM 사업 진출이 수익률 개선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이마트 측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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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M·해외시장 진출로 돌파구 모색

또한 이마트 법인 설립 선포식에서 정 부회장은 공격적으로 해외시장을 개척할 것을 강조했지만 이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그동안 이마트는 중국 등 아시아에 적극적으로 진출해 왔지만 이렇다 할 성과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마트는 지난해 기준으로 연간 900억 원이 넘는 중국 법인의 손실을 우선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신설 법인 이마트는 중국 시장에서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베트남 등 동남아 시장을 적극 개척하는데 한동안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마트의 실적 개선에 영향을 끼치는 외부 요인인 생필품 가격 인플레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그리고 경쟁사와 할인 경쟁에 따른 마진 하락도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결국 홀로서기에 나선 이마트는 장기적으로 수익성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당분간 이익률 개선은 한계가 있을 것으로 증권가에서는 보고 있다.

한편 이번 기업 분할이 각 사업 부문의 효율성 제고라는 취지도 있지만 경영권 승계의 기반을 다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마트는 정용진, 백화점은 정유경’이라는 2세 경영 구도를 확립하고 지배구조를 대대적으로 조정해 계열사 간 통합·분리하기 위한 시발점으로 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공식적으로 신세계 측은 이번 분할이 경영권 승계와 무관하다고 밝히고 있지만 시장 관계자는 신세계 기업 분할은 이명희(17.3% 지분) 회장이 자녀인 정용진(7.3%) 부회장과 정유경(2.5%) 부사장에게 재산을 나눠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번 분할로 나뉜 계열사에 따라 앞으로의 소유 구조는 이마트의 정 부회장 아래 신세계푸드·신세계건설·조선호텔 등이 포함되고 백화점의 정유경 부사장 아래 신세계첼시·신세계인터내셔날 등이 속하게 될 전망이다.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