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속 연수 긴 기업들

평균 근속 연수가 긴 기업들은 어디일까. 669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평균 근속 연수가 15년이 넘는 기업은 57개사다. 이 중 기업은행(17년)·외환은행(16.8년)·대구은행(15.1년)·KB금융(15년) 등 금융회사 4곳과 KT(18.7년)·한국전력공사(17.8년) 등을 제외한 53개 기업이 제조업이다.

힘 있는 노동조합이 있는데다 웬만하면 정년이 보장돼 있는 제조업 특성이 반영된 조사 결과로 보인다. 상위권에 오른 기업은행은 공기업이고 KT와 한국전력공사는 민영화된 공기업이다. 역시 정년이 보장되는 공기업 문화가 남아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대BNG스틸 21년‘넘버원’
철강·화학·금융사 상위권 포진

평균 근속 연수가 20년이 넘는 기업은 현대비앤지스틸(21.4년)·카프로(20.8년)·S&T중공업(20.5년) 등 3개사다. 1위인 현대비앤지스틸은 현대차그룹 계열사로 철강 제조업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철강업의 특성상 기존 직원들의 이직이 거의 없고 신규 채용도 활발하지 않다”고 말했다.

신규 채용이 활발하지 않은 이유는 아웃소싱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비앤지스틸을 비롯해 포스코(18.9년)·유니온스틸(18.2년)·한국철강(17.9년) 등 철강 회사들은 대부분 상위권에 올라 있다.

S&T중공업은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다. 자동차 부품 업체들은 생산 직원들의 숙련도가 매우 중요하다. 불량이 없는 좋은 품질의 제품을 빠른 속도로 생산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안정된 품질의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경험 많은 직원이 필요하다.

게다가 젊은 층의 제조업 기피 현상도 한몫하고 있다. S&T중공업 관계자는 “젊은 층의 제조 현장 기피 현상이 심해지면서 평균 근속 연수가 차츰 길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동원금속(19.0년)·대원강업(18.8년)·한국프랜지공업(18.6년) 등 자동차 부품 업체들도 대부분 상위권에 진입해 있다.

주요 그룹으로 따지면 현대비앤지스틸·현대자동차(17.5년)·기아자동차(16.6년) 등 현대차그룹의 주력 계열사들이 가장 많이 50위권에 진입해 있다. 작업 숙련도가 높은 직원들이 많은데다 노동조합의 목소리도 높은 곳들이다.

기업은행과 외환은행 등 은행들이 상위권에 오른 이유는 급여나 복지 혜택 등이 일반 제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좋기 때문에 이직률이 낮은 것으로 풀이된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전문가 육성 프로그램이 잘 돼 있고 직장의 안정성도 뛰어난 덕분에 오랜 기간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백화점과 TV 홈쇼핑 등 유통 업계와 식품 업계, 정보통신 업계 등에서는 평균 근속 연수 15년 이상 기업을 찾아볼 수 없었다.

권오준 기자 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