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대한항공에 대한 투자 심리는 유가 상승과 지진이라는 두 가지 악재가 동시에 터짐에 따라 악화된 상태다. 역설적으로 항공주는 이럴 때 사야 한다. 과거의 사례가 이를 뒷받침해 준다.

2001년 9·11 테러로 폭락한 대한항공 주가는 7개월 동안 5.3배 상승했으며 2003년 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발생으로 하락한 주가도 1년 만에 두 배나 올랐다. 두 가지 악재에 따른 상반기 실적 악화 우려는 주가에 모두 반영됐다. 주가 바닥도 확인했다. 이제는 하반기 이익 모멘텀을 보고 주식을 다시 살 때다.

먼저 대한항공의 ‘노는 물’은 국내가 아니다. 세계를 누비는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는 모두 내수를 기반으로 토대를 다진 후 수출 시장에 진출해 성공했다. 이제 항공 업계에서 대한항공이 그 뒤를 따를 차례다. 실제로 국제선 여객 부문만 보면 2009년부터 원화보다 외화 매출 비중이 높게 나타나고 있으며 앞으로 외화 매출 비중이 더 높아질 전망이다.

이와 함께 주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국제선 여객 수요 전망이 과거 그 어느 때보다 밝다.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고 있어 내국인 출국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물론 외국인이 대한항공을 이용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지금 항공주를 부담 없이 살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근거다. 항공업은 여전히 유가 상승 영향이 크지만 유류 할증료가 있어 과거보다 부담이 적다.
[베스트 애널리스트 추천 히든 챔피언] 다시 주식을 살 때…‘노는 물’ 달라졌다
중국 경제 성장의 수혜 커

지금까지와 다르게 대한항공은 이제 EVA(Economic Value Added:경제적 부가가치)를 논할 수 있게 됐다. EVA는 세후영업이익에서 총자본 비용을 차감한 것으로, 세금과 자본비용을 차감하고 얼마나 이익이 남았는지 나타내는 지표다.

포지티브 EVA가 발생한다는 것은 투하된 자본이 기대하는 것보다 많은 이익을 냈다는 의미다. 대한항공은 2010년에 사상 최초로 590억 원의 포지티브EVA를 달성했다. “비행기 사느라 언제 돈 버나”라는 시각을 갖고 있던 많은 투자자들이 놀랄 만한 일이다. 올해도 1조 원의 영업이익이 달성된다면 포지티브 EVA가 예상된다.

이와 함께 중국 경제 성장에 따른 수혜주가 제조업체에서 서비스 업체로 넘어오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중국인들의 소득 증가로 소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제 대한항공도 대표적인 중국 수혜주다.

중국인들의 해외여행이 빠르게 늘어나는데, 중국 항공사가 이를 다 커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국에 취항하는 외국 항공사들 중 대한항공이 대표적으로 이 수혜를 보고 있다.

최근 5년 동안 한국인의 해외 출국자 수는 연평균 48만 명씩 늘어났는데, 같은 기간 중국인의 해외 출국자 수는 연평균 460만 명씩 불어났다.

이렇게 급증하는 수요를 중국 항공사가 충분히 커버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중국 항공사들도 항공기를 공격적으로 구매하고 있지만 항공 산업은 국제선 노선을 확보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려 수요가 급증하면 공급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이 부분이 대한항공에 기회인 것이다. 대한항공은 인천공항과 함께 동북아 항공 시장에서 허브 역할을 해 내고 있어 앞으로 중국인 해외여행 증가에 따른 수혜가 더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따라 ‘매수’ 투자 의견에 12개월 목표 주가로 10만 원을 제시한다.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 heedo@truefrien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