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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타운 사업이 좌초 위기에 놓였다. 서울시가 지난 4월 14일 ‘신주거정비 5대 추진 방향’을 발표하면서부터다. 실제로 뉴타운 사업이 속속 중단되는 곳이 늘고 있고 지분 가격이 시세보다 크게 낮아진 급매물들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지난 10년간 투자자들에게 ‘황금알을 낳는 거위’ 역할을 톡톡히 해줬던 뉴타운 사업이 새로운 주거 정책에 따라 애물단지로 전락하게 된 것이다. 서울시의 새로운 주거 정책인 ‘신주거정비 5대 추진 방향’은 뉴타운의 추가 지정 중단과 기존의 개별적·획일적인 정비 사업 대신 ‘보전과 개발’을 함께하겠다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따라서 그동안 사업 진행이 지지부진했던 사업장은 사실상 사업 진행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반면 사업성 확보로 속도에 탄력이 붙은 곳은 오히려 반사이익을 볼 수 있어 투자의 옥석 가리기가 중요한 시점이다.

서울시가 지난 4월 14일 발표한 주요 내용은 전면 철거 후 아파트를 짓는 획일적인 정비 사업을 지역 특성을 살려 개발할 곳은 개발하고 그렇지 않은 곳은 지속 가능한 형태로 보전한다는 것이다. 향후 추가적인 뉴타운 지정은 없지만 기존 사업은 계속 유지한다는 내용도 있다.

新주거정비 추진…‘옥석’ 가리기 시작됐다
지분 가격 하락 및 사업 취소 이어져

이를 위해 서울 전역을 도심권·서남권·서북권·동남권·동북권 등 5대 권역별로 나누고 개별 사업장 단위로 추진됐던 재개발·재건축·뉴타운 사업장을 묶어 정비·보전·관리 방식으로 전환해 추진한다.

서울시는 또 재건축·재개발 정비 예정 구역과 뉴타운 존치구역은 주민 의견을 수렴해 50% 이상이 찬성하면 건축 제한을 해제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새 뉴타운 주거 정책이 전면 철거 후 획일적인 아파트를 짓는 기존 주택 개발 사업을 지양해 전세난 문제 등을 다소 해결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 업계에선 사실상 뉴타운 제도의 폐지로 보는 견해가 많다. 뉴타운의 종말은 부동산 경기의 급속한 냉각과 무분별한 뉴타운 지정이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주거 환경 개선이라는 본래 목적이 사라지고 지분 가격만 상승하면서 원주민의 재정착률도 극히 낮아져 사업의 본래 목적에도 충실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금융 위기,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등으로 주택 시장이 크게 위축된 가운데 새 주거 정책 발표로 시장 분위기는 더 위축되고 있다. 곳곳에서 뉴타운 사업 취소가 이어지고 있고 매물도 시세보다 크게 떨어져 나오고 있다.

수도권 뉴타운 붕괴가 현실화되는 가운데 서울 거여뉴타운 2-1구역의 조합 설립이 취소되고 경기도 김포시 양곡지구 뉴타운이 무산되는 등 뉴타운 사업 취소가 이어지고 있다. 매도자는 ‘사겠다는 사람만 있으면 어떻게든 팔아 달라’는 처지고 매수자는 ‘뉴타운 사업 취소에 해당되지 않을까’하는 처지여서 거래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서울 강서 방화뉴타운 지역에선 2억6000만 원을 호가했던 뉴타운 구역 내 빌라 매물이 8000만 원 하락한 1억8000만 원에 급매로 나온 상황이지만 찾는 사람이 없다. 문의 전화도 뚝 끊겼다. 사업 수익성 악화로 투자 메리트가 떨어져 거래 자체가 형성되기 힘들다는 게 주변 중개업소 관계자의 말이다.

강북 미아뉴타운과 중화뉴타운 등 그동안 사업이 지지부진했던 곳에선 상황이 더 심각하다. 문의 전화가 끊긴 지는 이미 오래고 매수세와 매도세 모두 실종 상태다. 구역 지정 취소에 대한 목소리도 터져 나오고 있다. 미아뉴타운 지역 내 중개업자는 “간간이 오던 문의 전화도 없다. 모든 게 올스톱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新주거정비 추진…‘옥석’ 가리기 시작됐다
희소가치로 풍선효과 볼 지역 ‘유망’

서울시의 새로운 주거 정책으로 뉴타운 투자 가치가 크게 떨어졌지만 오히려 득이 될 뉴타운 사업지도 있다. 사업 추진이 원활하고 사업성이 높은 뉴타운 지구는 오히려 희소가치로 풍선효과를 보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내년에 이주와 철거를 목표로 한 흑석뉴타운 3, 7, 8구역도 사업 진행이 원활한 편이다. 시장 분위기와 맞물려 현재 분위기는 한산한 편이지만 지난해 초만 해도 3.3㎡당 4800만 원에서 많게는 6000만 원까지도 호가할 정도로 인기가 높은 지역이다. 흑석뉴타운은 한강변과 역세권을 포함하고 있어 장기적인 미래 가치도 높다.

왕십리뉴타운 등 사업 진행이 원활한 뉴타운은 투자 메리트가 더 커졌다. 더욱이 왕십리뉴타운은 역세권과 사통팔달의 교통망 등 입지 환경이 좋고 사업 속도도 빠른 편이다. 1구역과 3구역이 연내 일반 분양될 예정으로 중소형 일반 분양분이 많아 투자 메리트가 높다.

공공 관리제를 시범 적용 받는 한남뉴타운도 사업 진행에 속도가 붙어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또 한강 조망과 교통 환경 등 미래 가치가 높은 지역이어서 시장 환경이 개선되면 투자 가치가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3.3㎡에 6500만 원 선이지만 가격 변동은 없다. 지역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현재 시장 상황에 의해 거래가 뜸한 편이지만 한남뉴타운의 미래 가치는 변함이 없다”며 “조합 설립 인가 후엔 지분 가격이 다시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재개발 사업이 전면 개편됨에 따라 사업 추진 속도와 사업성 등에 따라 뉴타운 옥석 가리기가 필요한 시점이 됐다. 단기적으로는 시장의 급속한 위축으로 분명 투자 가치가 있는 뉴타운 지역도 가격 하락세와 급매물 출현, 거래 감소 등의 현상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인 안목으로 미래 가치를 생각할 때 사업 추진이 원활하게 추진되고 있고 입지여건·역세권·조망권 등의 장점을 가지고 있는 뉴타운 사업장은 분명 투자 메리트가 높다.

김지훈 내집마련정보사 정보분석팀장 reman@yesap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