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주거사업 대안은?

서울시는 지난 4월 14일 ‘무조건 철거하는 주거정비 안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신주거정비 5대 추진 방향’을 발표했다. 전면 철거 후 획일적 아파트 건설이라는 지금까지의 방식을 중단하고 필요한 곳은 개발하되 양호한 저층 주거지는 보전·관리한다는 방침이다. 이로써 40년에 이르는 주거 정비 사업의 역사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맞았다.

이번 서울시의 발표에 대해 전문가들은 “방향성은 맞다”며 입을 모으고 있다. 다만 뜨거운 감자인 뉴타운 사업 부분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뉴타운에 대한 서울시의 방침은 더 이상 추가 지정을 하지 않되 진행 중인 뉴타운 사업이 일정 궤도에 오를 때까지 안정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세종대 도시부동산대학원 김수현 교수는 “뉴타운 사업은 출발부터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한 뒤 “기존 뉴타운을 어떻게 할 것이냐가 화급한 문제”라며 “새 정책이 빛을 발하기 전에 당면한 문제를 수습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동산1번지 박원갑 소장도 “사실상 뉴타운 개념의 폐지로 앞으로는 불확실성 때문에 거래를 하지 않으려고 할 것”이라며 “뉴타운이 그대로 진행된다고 해도 문제가 많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지정된 뉴타운은 추진…개발·보전 ‘양립’
획일적 아파트 건설 방식 중단

서울시는 그동안의 정비 사업으로 소위 ‘달동네’라고 불리는 열악한 주거지도 대부분 정비되고 기반 시설도 확충됐으나, 그로 인해 획일적 아파트 건설에 따른 단조로운 도시 경관과 도시 단절성을 극복해야 하는 과정에 있다고 주거 정비 패러다임의 혁신 배경을 밝혔다.

이에 따라 앞으로의 정비 사업은 지역의 고유성과 커뮤니티 등을 고려해 이뤄지도록 유도함으로써 양호한 저층 주거지는 지속 가능한 형태로 보전하는 등 주거 유형을 다양화하고 원주민의 재정착률도 높여나간다는 계획이다.

5대 권역별 주거지종합관리계획 체제로

서울시는 정비 사업만을 위주로 계획하는 ‘도시·주거환경 정비기본계획’을 대체해 정비예정구역과 기존 재개발·재건축·뉴타운 사업을 모두 흡수, 서울시 전체 주거지를 대상으로 하는 ‘주거지종합관리계획’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그동안 사업 단위별로 개별 진행되던 재개발·재건축·뉴타운 사업은 도심권·서남권·서북권·동남권·동북권 등 5대 권역별로 수립되는 생활권 단위의 광역 주거지 관리체제 속에서 정비·보전·관리가 이뤄지는 방식으로 전환된다.

이와 관련해 일단 서울시는 2012년을 목표로 서남권역(강서·양천·영등포·구로·금천·관악·동작구 일원)을 대상으로 한 시범 계획에 이미 착수했으며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점 등을 보완, 향후 2~3년에 걸쳐 나머지 4개 권역에 대한 계획 수립을 완료할 계획이다.

진행 중인 뉴타운 사업은 추진

지정된 뉴타운은 추진…개발·보전 ‘양립’
서울시는 뉴타운 사업에 대해서는 진행 중인 사업이 일정 궤도에 오를 때까지 안정적으로 추진하는 데 주력한다는 기존의 방침을 재확인하고, 공공 관리 제도 등을 통해 행·재정적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많은 구역이 동시에 추진되면 주택 멸실 물량 집중에 따른 수급 불균형이 초래돼 전월세 시장에 충격을 주기 때문에 정비 사업 시기 조절 정책도 병행 추진 중이다.

이와 함께 시는 현재 건축 허가 등 제한을 받고 있는 121개 일반 정비예정구역과 뉴타운 지구 내 존치 지역 중 장기간 건축이 제한된 지역을 중심으로 주민 의견을 수렴해 건축 제한 해제를 추진하고 해제 구역은 휴먼타운 우선 조성 지역으로 관리하기로 했다.

정비예정구역제 장기적 폐지 추진

부동산 과열과 투기 광풍의 원인이 돼온 정비예정구역제도도 대대적으로 손질된다. 우선 서울시는 정비예정구역 신규 지정을 올해로 종결하고 장기적으로는 제도 자체를 폐지할 계획이다.

또 정비예정구역으로 지정되고도 오랜 기간 추진위원회를 설립하지 못하고 있는 지역이나 주민들이 해제를 요청하는 지역은 예정구역 해제를 적극 추진하고 해제되는 지역에는 휴먼타운 조성을 검토할 계획이다.

다만 서울시는 정비예정구역에서 해제되는 지역 중 휴먼타운으로 조성하지 않는 지역은 향후 정비 사업 여건을 만족할 경우 정비구역 지정 재추진 가능성도 열어둔다는 방침이다.
지정된 뉴타운은 추진…개발·보전 ‘양립’
소규모 정비 사업 모델 개발 및 도입

서울시는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저층 주거지에 대한 적정한 관리에도 역점을 둘 방침이다. 휴먼타운 등 다양한 정비 사업을 병행 추진하는 한편 노후·불량 건축물 밀집지역이나 저층지에 적용 가능한 미래형 소규모 주거지 정비 모델을 개발, 보급하겠다는 것.

소규모 정비 사업은 대지 면적 5000㎡ 이하를 대상으로 기존 도시 골격을 유지하면서 지역의 고유성과 커뮤니티를 유지하는 방식이다. 또한 소형 주택의 비율을 늘리거나 부분 임대형 아파트 계획을 통해 기존 거주 가구 수 이상 확보하도록 수요자 맞춤형 정비 사업도 함께 추진해 재정착률을 높일 계획이다.

이와 함께 날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도시형생활주택·장기전세주택·소형주택 등의 1~2인 가구 서민 주택을 교통이 편리한 지역에 지속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소형·저렴 주택 공급을 확대하고 역세권 고밀복합형 재정비촉진사업의 추진을 검토하고 있다.

박진영 기자 bluep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