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섭 골드만삭스자산운용 공동대표

골드만삭스자산운용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작년 10월 하나은행과 손잡고 외국계 자산운용사 최초로 일반인 대상 투자자문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올 3월에는 동양종합금융증권과 자산관리 서비스에 대한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며 시장의 눈길을 끌었다.

또 같은 달 ‘브릭스 펀드(주식형)’와 ‘글로벌하이일드(채권형)’ 펀드를, 4월에는 ‘미국주식형펀드’를 잇달아 론칭했다. 골드만삭스자산운용 임태섭 공동대표를 만나 그 이유와 앞으로의 계획을 들었다.

[스페셜 인터뷰] “원자재 관련 기업 성장 커질 것”
최근 골드만삭스자산운용의 빠른 발걸음이 눈에 띕니다.

“골드만삭스자산운용은 2007년 10월 출범했습니다. 안타깝게도 2008년은 글로벌 금융 위기로 금융 산업 전체가 움츠러들었던 해죠.

2009년은 국내 뮤추얼 펀드의 대규모 환매가 이뤄졌던 해입니다. 우리는 이 시기를 무리한 영업보다 내실을 다지는 시기로 삼았습니다.

그 때문에 리스크 매니지먼트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고 투자 프로세스를 골드만삭스의 글로벌 운용 시스템에 통합하는 데 힘썼습니다. 결국 2년여 동안의 탄탄한 준비 작업을 거쳤으니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움직일 때가 된 거죠.”

작년 간판 펀드인 ‘골드만삭스코리아증권’ 펀드의 수익률이 매우 좋았습니다.

“작년 이 펀드는 연간 41.80%라는 높은 수익률을 냈습니다. 주목할 부분은 총자산 40% 수준의 액티브 운용입니다. 한 해 동안 400회 넘게 증권·보험·은행애널리스트 등으로 구성된 운용팀의 직접 현장 방문을 통한 기업 경쟁력 분석이 주효했습니다.”

최근 국내 주식시장이 연일 신고점을 경신하고 있습니다.

“국내 증시는 내년 상반기까지 상승 사이클이 지속될 것으로 봅니다. 하지만 경기에 선행하는 증시의 특성상 2009년 상반기부터 시작된 상승 사이클이 이제 중반을 지나 내년 상반기쯤을 피크로 한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고 있다고 봅니다.

이 때문에 이 같은 장세에서는 업종이나 종목 선정이 특히 중요합니다. 올해 중반까지는 큰 변화가 없으리라고 봅니다만 이후부터는 증시의 작은 움직임도 예민하게 모니터링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증시에 영향을 미칠 여러 변수를 체크해 봐야 할 때가 아닌가 합니다.

“수출 기업과 내수 기업의 경기 온도차가 지나치게 크다는 것은 꼭 생각해 봐야 할 문제인 것 같습니다. 기업의 실적 상승이 생각보다 소수 섹터와 기업에 한정된다는 것은 시장의 변동성을 높이는 요인이 될 겁니다.

또 금리 인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본다면 국내 가계의 부채 비율이 좀 큰 편이므로 이 요인이 내수 시장 회복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따져봐야 합니다. 이와 함께 유가 상승과 일본 대지진의 여파도 생각해 봐야 할 겁니다. 또 그리스 등 국가들의 크레디트디폴트스와프(CDS) 프리미엄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는 것을 눈여겨봐야 합니다.”

그러면 앞으로 어떤 업종이 유망하다고 보시나요.

“최근 정부 정책의 무게중심은 인플레이션 해소에 있다고 봅니다. 이에 따라 달러화 대비 원화의 가치가 높아질 것으로 봅니다. 제조업 중심의 수출 기업보다 서비스 중심의 내수 기업이 혜택을 볼 수 있을 겁니다.

또 이머징 국가는 통화 절상이 이뤄짐에 따라 구매력이 올라갈 것이라고 봅니다. 즉 이머징 국가의 원자재에 대한 수요가 더욱 늘어나게 되겠죠. 이 때문에 원자재 관련 기업의 성장성이 커지고 이 기업을 평가하는 ‘프레임 워크’ 자체가 달라질 겁니다.”

최근 원자재(상품:Commodity) 투자에 특히 주목하고 있는 듯합니다.

“첫째, 인플레이션 때문입니다. 단기적으로 글로벌 인플레이션은 2분기에 정점에 달한 뒤 하반기에 완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인플레이션 문제가 다시 부각될 것으로 보입니다. 인플레이션을 헤지하는 데는 원자재가 매우 좋은 투자처입니다. 둘째, 글로벌 경기를 이끄는 이머징 국가의 성장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스페셜 인터뷰] “원자재 관련 기업 성장 커질 것”
원자재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만.

“말씀대로 원자재는 크게 네 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원유 등 에너지, 금·은 등 귀금속, 구리 등 산업용 금속, 옥수수 밀 등 농축산물입니다. 이 중 구리 등 산업용 금속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 중입니다. 귀금속인 금은 물론 은까지 사상 최고치죠. 농축산물 역시 겨울이라는 계절적 요인까지 고려돼 많이 오른 상태입니다.

하지만 원유는 아직까지도 2008년 기록됐던 사상 최고치와 상당한 거리가 있습니다. 물론 선진국의 원유 수요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 상태입니다. 하지만 이머징 국가들의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이를 상쇄하고 남습니다.

또 2008년 금융 위기는 원유 생산능력 확충이 더디게 이뤄지는 계기가 됐습니다. 이 때문에 2012년 하반기쯤까지는 여러 요인이 맞물리며 유가가 꾸준히 상승할 것이라고 봅니다.”

세계 최대의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의 성장 비결은 무엇이라고 봅니까.

“첫째도, 둘째도 리스크 매니지먼트입니다. 증권사의 규모가 커질수록, 상품의 종류가 늘어나고 복잡해질수록 더욱 더 위험관리가 중요해집니다. 실제로 골드만삭스의 고위 임원이 한국에 방문했을 때 살펴보니 매일매일 시간 단위로 리스크를 체크하더군요. 골드만삭스가 다른 IB들과 달리 2008년의 금융 위기를 무난하게 넘길 수 있었던 큰 이유입니다.”

애널리스트 생활을 오래하셨습니다. 기업 분석을 하면서 주요하게 고려하는 요인은 무엇입니까.

“첫째가 성장성이죠. 제가 이머징 마켓 담당이었기 때문인지 시장 대비 아웃퍼폼(시장 초과수익률)할 수 있는 기업을 찾는데 무엇보다 주력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수익성입니다. 즉 자본을 투입해 얼마만큼의 수익을 낼 수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저는 성장성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자본이 투입되는 것을 ‘버블’이라고 정의합니다. 대표적인 게 한국의 외환위기겠죠. 기업들이 거대 산업에 지나치게 많은 자본을 투입한 게 외환위기를 불러왔습니다. 솔직히 최근 통신사들의 마케팅 경쟁, 유통사들의 대형 마트 경쟁에서 이런 단초를 봅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제가 알기로는 100년이 넘는 골드만삭스의 역사에서 ‘광고’라는 것을 한 적은 세 번 정도에 불과합니다. 그중 한 번이 최근 한국에서 진행한 ‘당신의 꿈은 지금도 자라고 있습니다’ 캠페인입니다. 당연히 미국 이외의 첫 해외 광고입니다. 그만큼 골드만삭스는 한국을 중요한 시장으로 보고 있습니다.

더욱이 저는 한국이 본격적인 자산 축적이 진행 중인 유일한 신흥국이라고 평가합니다. 베이비부머의 은퇴가 본격화되면 가계 자산의 금융자산화가 이뤄지며 자본시장은 더 빠른 성장을 보일 겁니다.

하지만 이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자산관리’라는 영역에 대해 아직 미숙한 상태입니다. 우리는 그간 한국 시장에 기울인 노력을 바탕으로 골드만삭스의 글로벌 네트워킹을 활용해 고객들이 자산을 키우는 데 더 힘쓸 계획입니다.”

이홍표 기자 hawling@hankyung.com┃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