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타운 어디까지 왔나

뉴타운 사업의 핵심 목표는 ‘강남·북 지역 격차 해소’였다. 강남·서초·송파의 이른바 ‘강남 3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돼 있던 강북 지역과의 격차를 해소하겠다는 뜻. 서울시의 강남 개발은 1960년대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68년부터 시작된 영동 개발 이후 20년간 강북의 각종 시설은 강남으로 옮겨갔다. 과밀한 구도심이었던 강북의 난개발을 막기 위해 강북 지역에는 신규 시설의 도입이나 개발 행위가 극도로 억제됐다. 강북에 비해 낙후된 강남을 개발해 균형을 맞추겠다는 발상이었다.

30년이 훌쩍 지나자 이제는 ‘거꾸로 정책’이 시행됐다. 강남 개발에 집중한 나머지 이제는 오히려 강북이 낙후돼 버린 상황이 벌어진 것. 특히 주거 환경 부문은 아파트 숲을 이룬 강남에 비해 경제적으로나 삶의 질 면에서나 강북이 크게 뒤처진 상황이다.
서울 241개 지정…준공은 19곳뿐
서울시, 자치구 수보다 많은 지구 지정

서울시가 처음 시행한 뉴타운 사업의 시작은 2002년 3개의 시범지구를 지정하면서부터다. 은평구 진관내·외동과 구파발 일원의 은평 뉴타운, 길음동 624 일대의 길음 뉴타운, 성동구 왕십리동 40 일대의 왕십리 뉴타운이 2002년 10월 시범 뉴타운으로 지정됐다.

이후 2003년 11월에 2차 뉴타운 12개 지구가 지정됐고 2005~2007년 사이에 11개의 3차 뉴타운 지구가 다시 지정됐다. 뉴타운 외에도 2003년에 처음으로 5곳의 ‘시범촉진지구’가 지정된 데 이어 2005~2006년 2차 추가지구 2개와 재정비 촉진지구가 1개가 추가로 지정돼 현재 개발 계획 수립 중이다. 촉진지구는 주거 중심의 뉴타운을 보완하기 위한 제도로, 낙후된 각 지역 거점을 활성화해 도시 구조를 다핵화한다는 목적 아래 추진되고 있다.

서울시가 지정한 뉴타운 지구 수는 총 26개다. 서울시 자치구 수인 25개보다 1개가 더 많다. 여기에 각 지구별로 세부 구역을 나누면 전체 사업 대상은 241개에 이르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까지 뉴타운 사업의 진행 상황은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면 조합 설립을 위한 ‘추진위원회’조차 구성되지 못한 구역이 3분의 1에 이른다.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촉진지구를 포함한 241개 지정 구역 중 추진위가 구성된 곳은 171개소로 전체의 71%다. 실제 ‘조합설립인가’가 난 곳은 121곳으로 50.2%에 그치고 있고 ‘사업시행인가’가 난 곳은 63곳(26.1%)이다.

흔히 ‘재개발의 꽃’이라고 부르는 ‘관리처분인가’가 난 곳은 42개소(17.4%)뿐이다. 관리처분계획인가는 개발 이전의 토지나 건축물에 대한 소유권이나 지상권·전세권 등의 권리를 정비사업 이후의 토지와 건축물에 대한 소유권으로 이전하는 계획을 말한다. 관리처분계획 인가가 확정되면 곧바로 공사의 첫 삽을 뜰 수 있다는 뜻이다.

관리처분계획 인가가 단 한 건도 없는 곳을 서울시 자치구별로 보면 25개 중 10개 구에 이른다. 실제로 영등포구는 51개소나 뉴타운 지구로 지정돼 있지만 관리처분계획 인가는 ‘제로(0)’다.

성동구만 유일하게 3개 지구 모두 관리처분계획 인가가 난 상태이고, 마포구가 54%(11개 지구 중 6개), 강서구 50%(2개 지구 중 1개), 강북구 44%(9개 지구 중 4개), 서대문구 42%(14개 지구 중 6개)순으로 인가를 받았다. 실제로 공사를 시작했거나 마친 지구 수는 전체 241개 중 51개에 그치고 있다. 20%를 조금 넘어선 수준이다.
서울 241개 지정…준공은 19곳뿐
개발 반대 소송 ‘봇물’

경기도는 2007~2008년 사이에 12개 시에서 모두 23개 지구의 뉴타운이 지정됐다. 서울 은평·길음·왕십리 같은 시범지구 지정도 없이 1년 사이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된 것. 하지만 현재 안양시 만안지구와 평택시 안정지구, 군포시 금정지구는 도 차원에서 사업이 백지화됐다.

더욱이 양곡 뉴타운은 지난 4월 11일 주민들이 직접 투표에 참여해 사업 추진 중단을 결정했다. 전국의 뉴타운 사업 중 주민 투표로 사업이 중단된 첫 사례다.

나머지 19개 지구도 전망이 밝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김포시 김포지구를 비롯해 시흥시 대야·신천, 오산, 남양주 지금·도농과 퇴계원 지구 등은 공청회에서 주민들의 반대 의견이 많을 경우 백지화될 가능성이 큰 지역이다. 구리시 인창·수색지구도 시장과 비상대책위원회 간 논의를 가졌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과 경기를 제외하고도 전국의 재정비촉진지구(뉴타운)는 인천(21개 지구)·부산(51개)·대구(20개) 등의 광역시와 충남(11개)·강원도(9개) 등에도 지정돼 있다. 이쯤 되면 전국이 뉴타운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뉴타운 개발에 반대하는 행정소송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각종 재개발 사업 취소를 요구하는 행정소송 건수는 163건에 이른다. 이 가운데 뉴타운 관련 건은 53개다. 지구 지정 단계뿐만 아니라 이미 착공에 들어간 지구에서도 개발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서대문구 가재울 4구역은 조합원 간 소송으로, 마포구 아현 3구역은 조합장 비리 문제로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경기도에서는 부천·의정부 등에서 주민들의 시청 점거 농성이 벌어지는 등 반발이 심하다.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