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건설사 PF 대출액 규모

대규모 부동산 개발 사업에 투자하는 프로젝트 파이낸싱, 이른바 ‘PF사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 올 들어 LIG건설·삼부토건·동양건설산업 등 중견 건설사 6곳이 PF 대출을 갚지 못해 법정관리나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그리고 돈을 빌려줬던 저축은행들도 PF 부실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PF 대출은 총 25조 원, 5~6월에만 14조 원의 PF 대출 만기가 다가오고 있어 건설업계에 추가 부도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대형 은행들과 함께 PF 대출로 부도 위기에 몰린 건설사들을 구제하기 위해 이들의 부실채권을 사들이는 ‘배드뱅크’를 만드는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시공 능력 순위 상위권 건설사들의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PF 대출 잔액이 가장 많은 곳은 대우건설로 3조8507억 원에 달했다. 그리고 SK건설(2조5616억 원)·GS건설(2조5138억 원)·롯데건설(2조3100억 원)·두산중공업(2조1414억 원)순으로 뒤를 이었다.

대우건설은 대부분의 PF 잔액이 민자 사업 등에 대한 제1금융권 대출이라 문제가 없지만 올해 안에 PF 대출 만기일이 다가오는 지방의 아파트 사업장 1~2곳에 대해서는 대주주인 산업은행에서 대환대출을 받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우건설은 한남동 사업 관련 4800억 원의 PF 대출이 4월 27일 돌아오지만 현재 입주 단계로, PF 사업 진행 관련 리스크가 거의 소멸된 상황이다.
[뭐든지 랭킹] 시공 능력 상위 건설사도 ‘ 빨간불’
SK건설은 국내 10대 건설회사 중 자기자본 대비 PF 우발채무 부담이 가장 높다. 올 3월 해외 사업 호조로 신용 등급이 ‘A’로 오르는 기쁨을 누리기도 했지만, PF 우발채무를 부채에 포함한 수정부채비율은 상반기 말 646%로 10대 건설회사 평균 282%의 두 배를 크게 웃돈다. 건축 사업 비중이 매출의 4분의 1로 크지 않은 편이지만 미분양과 입주 부진으로 상당 규모의 금융비용 부담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GS건설은 미분양이 많아 PF 대출 변제에 어려움을 겪는 사업장에서는 할인 분양을 통해서라도 빨리 사업을 정리할 계획이다. GS건설은 이번 PF 사태가 본격적으로 터지기 직전인 3월 말부터 용인 구성자이3차 잔여 가구에 대해 최대 17%까지 할인 분양 중이다.

시공 능력 10위권 내 건설사들의 PF 지급보증 총액은 2010년 말 기준 20조434억 원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자산유동화증권, 즉 ABS나 ABCP 발행을 통해 조달한 금액은 9조9043억 원 수준이다.

ABS나 ABCP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은 은행을 통하지 않고 자본시장에서 직접 자금을 조달한다는 측면에서 조달 금리가 낮지만 투자자 구성이 복잡해 만기 연장 협의가 힘든 문제를 지니고 있다.

전문가들은 은행권의 PF 관련 리스크 관리가 강화됨에 따라 대형 건설사들이 궁여지책으로 비은행권에서 대출을 늘린 것으로 해석했다. 중소 건설사뿐만 아니라 대형 건설사도 금융권의 ‘PF 대출 옥죄기’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경실련이 지난 4월 13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시공 능력 평가 100위권 건설사 가운데 25%가 넘는 27개 업체가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부동산 활황기에 시작한 PF 사업들 가운데 금융 위기와 갑작스러운 건설 경기 침체로 미분양이 늘어나면서 이자조차 부담하기 어려운 상황에까지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경실련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들도 PF 부실의 안전지대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