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김문수·오세훈·이재오….’ 한나라당 차기 대권 후보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대선 후보들이다. 하지만 이들의 경쟁보다 더 치열한 ‘마이너 리그’가 있다. 이른바 잠룡들의 ‘가신’으로 불리는 최측근 인사들의 경쟁이다.

현재 가장 유력한 대권 주자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겐 측근이 거의 없다. 특정 인사에게 힘을 몰아주지 않는 그의 정치 스타일도 그렇고, 측근의 손에 생을 마감한 부친의 모습을 본 경험도 박 전 대표가 측근을 키우지 않는 하나의 이유라는 전언이다.

대신 박 전 대표는 주변 참모들에게 골고루 임무를 나눠줘 힘의 분산을 도모한다. 하지만 여러 참모 중에서도 눈에 띄는 인사는 있다.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는 이정현 의원과 수행실장을 맡고 있는 안봉근 비서가 대표적이다.
한나라당 잠룡들의 최측근 인사들
박근혜 전 대표 휴대전화 소지 측근은

한 친박계 중진 의원은 “박 전 대표와 수시로 연락이 되는 의원은 이정현·유정복 의원이 유일하다고 봐도 된다”고 할 정도로 박 전 대표를 가장 지근에서 모시는 인사로 분류된다. 이 의원은 가신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24시간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다. 운동이나 샤워를 할 때도 휴대전화·메모지·볼펜을 항상 가지고 들어갈 정도로 그의 삶은 ‘박근혜 중심’으로 변하게 된다.

안봉근 실장은 박 전 대표가 삼성동 자택에 들어가는 시간을 빼고 항상 그를 보필한다. 박 전 대표의 개인 휴대전화를 소지하고 있을 정도로 신임이 두텁다. 친박계 초·재선 의원은 반드시 안 실장을 거쳐야 박 전 대표와 통화가 될 정도다.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최측근 가신은 차명진 한나라당 의원이다. 김 지사의 보좌관 출신이면서 운동권 후배인 차 의원은 김 지사의 그림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년 말 반복되는 국회 폭력 사태에서 언제나 선봉에 나서는 차 의원도 ‘거사’를 치르기 전에 김 지사에게 반드시 ‘허락’을 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차 의원은 김 지사의 의중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덤벼든다. 같은 친이계로 분류되는 이재오 특임장관과 개헌 문제로 이견을 보였던 김 지사가 개헌의 불필요함을 주장하자 차 의원은 여권 최고 실세인 이 장관 면전에서 ‘개헌 시기상조론’을 주장해 껄끄러운 관계가 된 일이 대표적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에게는 ‘강철원·황정일·이종현’의 ‘가신 트리오’가 있다. 이 중 강철원 서울시 정무조정실장이 맏형 격이다. 오 시장의 보좌관 출신인 강 실장은 오 시장의 행보와 관련된 모형 정무적인 판단과 뒤처리를 도맡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오 시장이 명운을 걸고 추진했던 무상급식 관련 시의회와의 협상에서 전면에 나서 오 시장의 ‘복심’임을 인정받은 바 있다.

이재오 특임장관의 핵심 측근은 진수희 보건복지부장관이다. 진 장관은 이 장관이 총선에 떨어져 야인 생활을 하던 시절에도 매일 아침마다 직접 찾아가거나 전화를 걸어 문안 인사를 드릴 정도다.

입각 당시에도 이 장관이 진 장관을 대통령에게 직접 추천해 성사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둘의 관계는 ‘바늘과 실’이라는 단어가 가장 어울릴 정도로 ‘주군과 가신’의 관계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구동회 한국경제 정치부 기자 kugi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