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 Up_서남표 카이스트 총장

[비즈니스 리더 라운지] 개혁 급브레이크…새 돌파구는?
한국 최고의 과학 수재들이 모인다는 카이스트(KAIST)가 연일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카이스트라기보다 서남표(75) 총장이 비난의 대상이다. 지난 1월 8일부터 시작해 올 들어 4명의 재학생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삶을 마감했고, 4월 10일에는 2010년 최우수 교수상을 받았던 교수까지 자살해 학내는 물론 사회 전체를 패닉으로 몰기에 이르렀다.

연구비 유용 감사와 이에 따른 심리적 압박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진 박모 교수를 제외하더라도, 재학생 4명이 한 달에 한 번꼴로 목숨을 끊었다는 것은 분명 어딘가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2006년 부임해 작년에 연임에 성공한 서남표 총장의 ‘카이스트 개혁’이 애꿎은 목숨을 사지로 몰았다는 비판에 처한 배경이다.

서 총장은 1936년 한국에서 태어났다. 이후 1954년 하버드에서 강의하던 아버지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고, 고등학교를 마친 후 매사추세츠공과대(MIT)에 입학했다. MIT 기계공학 학사·석사, 카네기멜론대학원 박사를 거쳐 2001년까지 MIT 기계공학과 학과장으로 재직했다.

“학생 자살 무리한 개혁 때문”

“카이스트를 세계 최고의 대학으로 만들겠다”며 52년 만에 고국에 돌아온 서 총장은 그러나 연임 과정에서 교수협의회와 총학생회의 반발을 사는 등 ‘독불장군’이라는 평도 많이 받아왔다. 징벌적 등록금제, 100% 영어 강의, 교수 테뉴어(정년 보장) 심사 강화 등이 그가 추진한 대표적 개혁 정책이다.

‘독단·독선적’이라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서 총장의 개혁은 착착 진행됐고 영국의 일간지 ‘더타임스’의 세계 대학 평가에서 2006년 198위에 머무르던 카이스트가 2009년에는 69위로 128계단이나 상승하기도 했다. 카이스트의 개혁이 곧 ‘서남표식 개혁’으로 불린 이유다.

이번 자살 사태는 서남표식 개혁에 브레이크를 걸 전망이다. 당장 서 총장은 징벌적 등록금제를 없애고 영어 강의도 전공 수업에만 적용한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사태 초기 거세게 일었던 총장 퇴진 요구도 오히려 학내에서는 숨을 고르는 모양새다.

개교 이후 처음 열린 비상학생총회에서 치러진 ‘서 총장의 개혁 실패 인정 요구’에 대한 투표는 ‘찬성 48%, 반대 37%, 기권 14%’로 부결됐다. 학생들도 서 총장의 개혁이 실패라고 보지는 않는다는 뜻. 다만 징벌적 등록금과 100% 영어 강의 폐지는 모두 통과됐다.

서 총장은 지난 4월 13일 교수대표단과의 면담을 통해 ‘혁신비상위원회’ 구성에 합의했다. 혁신위는 총장 추천 교수 5명과 평교수 5명, 학생 대표 3명 등으로 꾸려진다. 혁신위는 석 달간 징벌적 수업료와 영어 강의 등의 개선 방안을 찾을 예정이다.

서 총장의 진퇴 여부도 관심이다. 당장 주무 부처인 교육과학기술부를 비롯해 여야 의원들과 여론은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이 큰 게 사실이다. 하지만 서 총장은 지난 4월 12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의원들의 잇따른 사퇴 질의에 ‘의사 없음’을 분명히 밝힌 상태다.

여기에 총장 퇴진을 결정할 수 있는 16명의 이사회 멤버 대부분이 서 총장이 임명한 이들이어서 이사회 차원의 총장 경질은 사실상 힘든 구조다.


New Face
[비즈니스 리더 라운지] 개혁 급브레이크…새 돌파구는?
[비즈니스 리더 라운지] 개혁 급브레이크…새 돌파구는?
[비즈니스 리더 라운지] 개혁 급브레이크…새 돌파구는?
[비즈니스 리더 라운지] 개혁 급브레이크…새 돌파구는?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