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탐방 - 의왕청계 국민임대단지

청계산에서 흘러내려온 물은 사시사철 바닥을 드러내는 적이 없다. 건기인 초봄이 되었어도 천에는 아직 물이 흐르고 그 위에 청둥오리가 물장난을 치고 있다. 좌우 천변으로는 산책로가 시원하게 뚫려 있다.

따뜻한 봄볕을 쬐러 나온 이들은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아이에서부터 꼬부랑 할머니까지 다양하다. 콧속 깊이 들이마신 공기는 서울이나 수도권 다른 아파트에선 경험하기 힘든 청량감을 선물한다.
[BUSINESS SPECIAL] 녹지율 최고…평수만 작은 고급 임대단지
경기도 의왕시 청계동 788번지 일대에는 청계사천 좌우로 의왕청계 휴먼시아 아파트 단지가 자리하고 있다. 천을 중심으로 1단지부터 6단지가 배치돼 있는데, 마을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청계산 자락에 자리 잡은 녹색 환경이 일품인 곳이다.

그린벨트 해제 지역에 들어선 아파트답게 초고층 스카이라인 대신 6~15층의 아담한 건물들이 주를 이루고 녹지율도 32%에 이른다. 주변 환경에 역행하지 않고 자연 속에 지어진 아파트, 자연과 조화된 아파트를 짓겠다는 의지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BUSINESS SPECIAL] 녹지율 최고…평수만 작은 고급 임대단지
의왕청계지구는 개발 계획이 발표되면서부터 화제를 모았다. 1996호의 대단지 개발 중 일반 분양은 878호인데 반해 국민임대주택이 993호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1·2·4단지를 제외한 3·5·6단지는 전용면적 36~59㎡ 사이의 임대주택 단지다. 지난 2003년 착공에 들어간 의왕청계지구는 2007년 7월 24일 5·6단지 임대를 시작으로 2009년 1단지 분양이 마무리되며 모든 개발이 완료됐다.

일반 분양과 임대 단지가 청계사천을 중심으로 동서남북에 자리했지만 흔히 떠올리는 입주자 간 갈등 같은 건 찾아보기 어렵다. 평수만 다를 뿐 건축에 쓰인 내·외장재도 모두 같다. 건물 외관과 조경·조형물 같은 것만 봐선 임대와 분양의 차이를 느끼지 못할 정도다.

교통 환경도 좋다. 서울에서 불과 10~20km 정도 떨어져 있고 도심이라고 해도 25~40km 사이다. 이는 파주 운정, 인천 검단, 화성 동탄 같은 2기 신도시보다 더 가까운 입지 조건이다. 과천·안양·군포·성남·수원과 서울 남부의 광역도시권이 모두 연결돼 있고 과천~의왕 고속도로 등을 통해서는 평촌·분당·판교 신도시로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BUSINESS SPECIAL] 녹지율 최고…평수만 작은 고급 임대단지
서울 접근성 수도권 단지 중 최고

입주 초기에는 지하철역(4호선 인덕원)이 다소 멀다는 불만도 있었지만 현재는 역으로 향하는 마을버스 노선만 7~8개에 달한다. 5~7분 간격으로 10분 안에 도착할 수 있기 때문에 지하철을 이용하는 출퇴근자도 입주 초기에 비해 많이 늘었다. 수도권 어떤 단지와 비교해도 서울과의 접근성이 뛰어나다.

단지 곳곳에 꾸며진 조형물들도 아파트촌이 아닌 공원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올 정도로 예쁘게 꾸며졌다. 청계사천변 정자를 비롯해 체육·운동 등의 휴게 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그래서 청계의왕지구는 일반 분양과 임대주택 간의 갈등이 없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공동 이용 시설을 함께 사용하며 계층 간 갈등을 줄이면서도 단지는 완벽한 구획으로 정리돼 있어 계층 화합을 도모한 세심한 공간 설계가 돋보인다.
[BUSINESS SPECIAL] 녹지율 최고…평수만 작은 고급 임대단지
의왕청계지구는 LH의 국민 임대 아파트 중 최초로 외부 조명을 설치한 곳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관계 장관 등 정관계 인사들을 비롯해 학계, 중국·베트남 등의 후발 기업들의 견학 코스로도 인기다.

주변 자연환경, 민영 아파트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품질, 뛰어난 교통 여건 등은 의왕청계지구를 대표 임대주택단지로 손꼽히게 한 요소다. 최초 계약 3일 만에 86%의 계약률을 기록했던 것도 이런 장점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현지 3·5·6단지 관리를 맡고 있는 곽판희 소장은 “지난 2월 20가구를 모집하는 데 900명이 몰렸다”며 “여기 살았으면 소원이 없겠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한 번 들어오면 웬만해선 이주자가 나오지 않는 것도 이곳의 특징이다.

올 4월 현재 의왕청계 국민임대단지에 살고 있는 가구 가운데 월 40만 원 미만의 보조금을 수령하는 기초수급대상자는 40가구 정도다. 여기에 보훈 대상자 3가구, 장애인 60가구, 한 부모 가정 120가구 등이 총 가구 수의 22%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의왕청계 국민임대단지의 전세가는 인근 단지의 전셋값을 1㎡당 260만 원으로 잡았을 때 31~53% 수준이다. 관리비는 전기·수도·난방비 등을 모두 포함해도 월평균 16만5000~17만 원 사이다.

국민임대주택의 신청 자격은 저소득 계층 주거 복지와 안정을 위해 엄격히 제한된다. 우선 본인과 가구원 전원이 무주택 가구주여야 한다. 소득은 월평균 소득의 70% 이하인 280만5000원 이하(3인 기준)여야 하고 부동산은 1억2600만 원 이하, 차량가액도 2647만 원 이하여야 신청할 수 있다.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