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증권거래소

캄보디아는 인도차이나 반도의 남서쪽에 있는 나라다. 우리는 폴 포트 공산 정권이 잔혹하게 학살을 저지른 나라로 기억한다. 그러나 우리의 일반적인 상식과 달리 캄보디아는 현재 입헌군주제를 정치제도로, 시장경제와 자본주의를 경제제도로 채택하고 있는 국가다. 지난 5년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연평균 10.3%에 달하는 등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런 캄보디아에 증권거래소가 생긴다. 한국거래소가 지분 참여한 캄보디아 증권거래소는 올해 말 개장을 목표로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캄보디아 정부는 작년 10월 10일 문을 열고 현재 2개의 국영기업을 상장시킨 라오스 증권거래소에 자극을 받아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캄보디아로서는 한 수 아래라고 생각했던 라오스에 선수를 빼앗겨 적지 않게 자존심이 상한 것 같다. 캄보디아 증권거래소는 라오스 증권거래소와 마찬가지로 한국형 증권거래소의 설립을 목표로 한국거래소와 합작으로 설립됐다. 한국거래소가 45%, 캄보디아 재경부가 5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캄보디아 통화로 결제…투자 걸림돌
OLYMPUS DIGITAL CAMERA
OLYMPUS DIGITAL CAMERA
캄보디아 증권거래소에 상장이 예정된 기업은 프놈펜수도청·캄보디아통신·시아누크빌항만 3개의 국영기업이다. 캄보디아 국영기업의 상장 실무를 책임지고 있는 캄보디아 재경부는 상대적으로 회계 투명성이 높은 국영기업을 상장시켜 시장의 신뢰성을 높이고 사기업의 추가적인 상장을 촉진할 계획이다.

프놈펜수도청과 캄보디아통신은 한국의 동양종합금융증권이 캄보디아에 설립한 증권회사인 동양증권캄보디아가 상장 주간사로 사실상 선정됐다. 시아누크빌항만은 일본과 한국의 금융회사가 합작으로 설립한 SBI프놈펜증권이 주간사로 선정될 예정이다.

캄보디아 증권거래소가 한국거래소와의 합작으로 설립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캄보디아 자본시장은 한국인의 손으로 만들어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필자가 속한 법무법인 지평지성도 지난 3년간 캄보디아 증권거래소 설립과 국영기업 상장 등을 자문해 왔다. 한국의 금융회사와 로펌이 캄보디아 국영기업 상장 업무의 메이저 플레이어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캄보디아 증권시장이 개설되고 기업이 상장되면 중국 및 베트남 위주의 해외 주식 펀드에 라오스와 함께 캄보디아에 상장된 주식들도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캄보디아 증권거래소 상장 예정 국영기업들은 회계도 상당히 투명하고 건전한 재무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캄보디아 증권 전문가들은 캄보디아에는 국영기업 이외에도 아클레다 은행(Acleda Bank), 모비텔(Mobitel)과 같이 수익성과 재무건전성 측면에서 상장 가능성이 충분한 사기업들이 꽤 있다고 보고 있다.

캄보디아 증권거래소 개설은 그동안 캄보디아의 국가 리스크, 부정부패와 법률 미비 등 여러 가지 투자 제약 요인 때문에 발전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투자를 망설여 온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투자의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3월에 캄보디아 정부가 증권시장에서 기준 통화를 달러가 아닌 자국 통화인 리엘(Riel)로 정했다는 점이 문제다. 달러가 상용되는 시장에서 통화 주권을 회복할 기회로 증권거래소의 개장을 활용하려는 캄보디아 정부의 심중은 이해가 가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은 캄보디아 정부의 기준 통화 결정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올해 개장이 예정된 캄보디아 증권거래소가 성공적으로 안착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트렌드] 올해 말 개장…국영기업 3개 상장
유정훈 법무법인 지평지성 변호사

서울대 법대 졸업. 사법연수원 제32기 수료. 법무법인 지평지성 변호사·캄보디아 사무소장(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