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비중 감소

4월이면 수그러들 줄 알았던 전셋값 급등세가 여전히 기세를 떨치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전세난 때문에 지난 3월 전세 자금 보증 공급액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는 소식이다.

주택금융공사가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을 통해 무주택 서민에게 3월에 지원한 전세 자금 보증 금액이 총 8886억 원으로 전월보다 49% 증가했다. 이는 월간 기준으로 2004년 주택금융공사 창립 이후 최대치다. 국민·신한·우리·하나 등 4대 시중은행의 올해 2월 말 현재 전세 자금 대출 잔액(국민주택기금 대출 제외)도 총 2조9525억 원으로 작년 2월 말에 비해 103% 늘었다.

주택 임대차 시장에서 보증부 월세(전세를 낀 월세, 속칭 반전세)와 월세 비중이 늘고 전세 비중이 감소하고 있는데도 전세 자금이 늘어난 것은 전셋값이 그만큼 많이 올랐다는 얘기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3월 말 현재 국내 주택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45%로 집계됐다. 반전세는 16년 만에 23.3%에서 42.4%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한국의 주택 임대차 시장에 큰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고 말하고 있다.

전세는 세계에서 한국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임대차 제도다. 미국·유럽 등에서 민간 임대주택은 약 3개월 치의 임대료를 보증금으로 내고 매월 임대료를 지불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보증금은 임대료 연체나 주택 사용에 따른 보수비용을 담보하기 위한 성격으로 임대차 계약이 끝나면 임차인에게 돌려주거나 정산 처리된다.

전세 제도도 계속 유지될 것

전세난 심화되면서 반전세 물량으로 나오는 임대가 많아지고 있다. 잠실 한 아파트단지 상가에서 시세를 보는 임대인

/김병언 기자 misaeon@20110125..
전세난 심화되면서 반전세 물량으로 나오는 임대가 많아지고 있다. 잠실 한 아파트단지 상가에서 시세를 보는 임대인 /김병언 기자 misaeon@20110125..
한국의 전세 문제는 전세 시장이 주거 서비스 거래 기능보다 집주인이 주택 구입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집값의 절반도 안 되는 금액으로 임대하더라도 주택 가격 상승에 따른 이득이 훨씬 커 전세 시장이 형성됐다. 또한 투기꾼들과 일반인들이 달려들어 매번 전세금을 올려 고금리의 혜택을 독식하는 그야말로 공급자 우위 시장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저금리가 장기화되고 주택 가격이 하락하면서 전세 시장이 유지되기 어려운 구조로 바뀌었다. 주택 소유자들이 반전세나 월세로 주택을 임대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돼 버린 것이다.

한국의 전세 역사는 조선시대 말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지방 인구가 경성(서울)으로 옮겨오면서 주택 수요가 늘어나 주택의 일부를 부분 임대하는 시장이 형성되고 일제 때 도시화 과정에서 전세가 퍼지게 된다.

광복 후 해외 동포들의 귀국과 6·25전쟁으로 주택난이 심화되고 1960년대 산업화 과정에서 전세가 보편적인 현상이 됐다. 주택 부족으로 전세난이 심할 때는 전셋값이 주택 가격의 90%에 달하기도 하는 등 그 부작용이 심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1981년 주택임대차보호법을 제정해 법적으로 임차인 보호에 나섰지만 주택 임대차 기간과 소액 임차인의 보증금 일부를 보장하는 것 외에 별다른 보호 수단이 없다는 것이 한계다.

전세 비중이 줄고 있지만 100년 동안 이어온 전세 제도가 하루아침에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외국처럼 월세 비중이 점점 커질 것으로 짐작된다. 따라서 정부는 임대료(전세 및 월세) 인상분을 적정한 수준으로 낮춘다면 재산세 감면, 임대 소득 소득세 감면 등을 전제 조건으로 전월세 상한제 또는 영국과 같이 임대료를 조정하는 공정임대료(fair rents) 제도 도입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김문권 편집위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