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물가 실태 조사

세계경제는 서로 맞물려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고 있다. 한국처럼 원자재를 대부분 수입해 가공 후 판매하는 국가에서는 원자재 가격과 환율이 오를수록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주택가 편의점, 동네 슈퍼, 대형 마트에서는 어떻게 다르게 변화하는지 1년간 몇몇 생활 품목을 통해 물가를 조사했다. 조사 대상은 정부가 정한 생활필수품 52개 품목 중 대형 마트와 동네 슈퍼, 편의점 등 각기 다른 장소 3곳에서 모두 구매할 수 있는 품목인 가공 식품류 11개 품목을 정했다.

서로 비교할 수 있게 밀가루는 백설 부침가루 1kg, 식용유는 해표 식용유 0.9리터, 라면은 진라면으로 정했다. 고기류는 서로 비교하기 어려운 품목이기 때문에 스팸(340g)과 참치 통조림을 조사했다. 케첩은 정부가 정한 생필품이 아니지만 가정에서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품목이기 때문에 조사에 포함했다.

1년간 11개 품목 현장 조사

조사 기간은 2009년 8월 5일부터 2010년 8월 9일까지 1년간 한 달여 간격으로 매달 1회씩 각각의 장소에서 같은 날 가격 조사를 실시했다. 대형 마트는 이마트, 일반 슈퍼는 서울 삼성동 주택가에 있는 곳, 편의점은 청담역 앞 GS25다. 가격 조사 이후 내용 분석에서 궁금한 점은 이마트 일선 지점의 담당자를 직접 만나 면담했다.

대형 마트와 동네 슈퍼, 편의점 간에 가격 차이가 가장 작은 품목은 서울우유였다. 동네 슈퍼는 대형 마트에 비해 연평균 4%, 편의점은 8.6% 가격이 비쌌다. 매장별 가격 차이가 가장 큰 품목은 식용유였는데 대형 마트에 비해 동네 슈퍼는 연평균 24.5% 편의점은 56.18%나 가격이 비쌌다.

그러나 스팸은 편의점이 대형 마트보다 연평균 가격 비율이 26.5% 높았으나 동네 슈퍼에서는 대형 마트보다 가격이 싸 연평균 6.3%가량 더 쌌다는 점이 이색적이었다. 대부분의 품목에서 동네 슈퍼보다 편의점 가격이 비쌌는데 유독 부침가루는 동네 슈퍼가 대형 마트보다 31.7%, 편의점은 25.9% 비쌌다.

이런 결과로 볼 때 소비자들이 대형 마트에서 사는 것이 저렴하지만 스팸만은 동네 슈퍼에서 구입하는 것이 가격 면에서 유리하다. 반면 부침가루는 동네 슈퍼에서 구입하지 않는 것이 좋다. 또 하나 동네 슈퍼나 편의점은 모든 품목에서 1년 동안 가격 변화가 거의 없는 데 대형 마트는 가격 변화에 민감하다는 것이다.

대형 마트에서 식용유는 2009년 8월에 3700원 하던 것이 2010년 7월에는 2350원까지 내리기도 했다. 부침가루 역시 2009년 8월 2230원에서 2010년 7월 1370원까지 큰 폭으로 가격이 하락하기도 했다. 2010년 7월에 부침가루나 식용유의 가격이 동시에 크게 하락한 것은 국제 유가와 환율이 동시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으로 보이는데 그 달과 그 전달의 국제 유가가 내렸고 6개월 전부터 환율도 하락하고 있었다.

국제 유가와 생활필수품과의 관계를 살펴보면, 국제 유가는 2008년 12월 40.52달러이던 것이 2009년 8월 71.41달러까지 올랐다. 그러나 조사 기간인 2009년 8월부터 2010년 8월까지는 큰 변화 없이 76달러 안팎을 유지하고 있었다.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유가가 10% 상승하면 2주에서 1개월 사이에 0.2% 오른다고 하는데 조사에서는 유가가 10% 오른 한 달 뒤인 12월에 가격 변화에 민감한 부침가루는 오히려 11.2% 하락했고 식용유 역시 19.2% 하락했다. 환율보다 국제 유가의 영향을 덜 받는다고 볼 수 있지만 마트 구매 담당자의 설명을 들어보면 가격이 낮을 때 대량 구입해 안정된 가격에 공급하려고 노력하는 것도 한 이유였다.

라면은 2009년 10월, 11월, 12월을 살펴보면 국제 유가가 73.17달러 77.69달러 75.51달러로 3개월 사이에 4달러 정도 올랐다 다시 2달러 정도 내렸는데 라면 가격도 국제 유가의 변동에 따라 가격 상승률이 2.3% 3.8% 2.1%로 올랐다. 그러나 2010년 3, 4월을 보면 유가는 올랐지만 라면의 가격은 내렸다.

환율 변동에 따라 생활물가가 민감하게 변화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부침가루·식용유·케첩 등이 환율의 내림세에 따라 함께 내리고 있다. 한국은행의 발표에 따르면 환율이 10% 상승하면 1개월에서 6개월 후 가격이 0.8% 오른다고 하는데 그보다 상승 폭이 크다.

반면 환율은 꾸준한 내림세를 보였는데 생활물가도 따라서 내림세를 보였다. 결과적으로 2009년 8월부터 2010년 8월의 1년 조사 기간 동안 국제 유가는 큰 변동이 없었고 물가는 국제 유가보다 환율의 내림세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다시 말해 가공식품류는 국제 유가보다 환율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심층 분석] 가공식품류, 유가보다 환율에 ‘민감’
환율 변동에 따른 부침가루의 가격 변화는 2개월 정도의 시차를 두고 따라 움직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8월 조사 이후 가격이 올랐던 적은 없었고 전반적으로 환율과 같이 내림세였다가 2010년 4월부터 환율이 오르면서 그해 8월 부침가루의 가격이 올랐다.

수입 콩을 원료로 사용하는 콩 식용유 역시 환율의 추이에 따라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4월까지 내림세였던 환율이 5월부터 오르기 시작하고 그 여파로 2010년 8월에는 식용유의 가격이 올랐다.

2010년 4월 식용유 값이 올랐던 것은 4월의 국제 유가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환율과 물가상승률이 약간 다르게 움직이는 것은 환율 외에도 국제 유가나 원재료의 가격 변화 등의 요인이 있기 때문이다.

가격 변화에 민감한 대형 마트에서 2009년 8월의 가격과 1년이 지난 2010년 8월의 가격을 비교해 봤다. 1년 사이에 가격이 많이 오른 품목은 스타벅스 커피, 많이 내린 품목은 해표식용유·백설부침가루·오뚜기케첩 등이었다. 가격 변화가 거의 없는 품목은 서울우유·동원참치·스팸·새우깡 등이었다.

대형 마트와 편의점 간에 가격 차이가 큰 품목을 골라봤다. 오뚜기케첩·부침가루·식용유 등은 편의점이 50% 가까이 가격이 더 비쌌다. 가급적 대형 마트에서 구입하면 경제적인 품목들이다.
[심층 분석] 가공식품류, 유가보다 환율에 ‘민감’
국제 유가와 환율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

이번 조사를 통해 여러 가지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먼저 대형 마트는 가격 변동이 심하고 민감했고 동네 슈퍼나 편의점에서는 가격 변화가 미미했다. 또 대형 마트에서 가공식품류는 국제 유가보다 환율 변동에 따라 가격이 예민하게 반응했다.

특히 원재료가 수입품인 것은 다른 품목들보다 환율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와 함께 대부분의 물품이 대형 마트에서 가격이 쌌지만 스팸은 동네 슈퍼에서 더 싼값에 판매되고 있었다. 참치 통조림도 동네 슈퍼와 대형 마트에서 가격이 비슷했다.

우유 같은 기초식품은 정부의 가격 통제 품목이기 때문에 1년 내내 가격 변동이 없는 품목이었고 매장 간의 가격 변화도 다른 품목에 비해 작았다. 1년 후엔 전반적으로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예상과 달리 대부분의 품목은 가격이 하락했다.

이것은 환율이 1년 동안 내림세였기 때문이며 환율이 내리면 가격도 따라서 내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부침가루의 가격 하락 폭은 유난히 크고 변화도 심했다.

이것은 1년 동안 환율이 내림세였기 때문이다. 또 대형 마트에서 수입 원가가 낮을 때 대량 구입해 1년 내 싼값에 판매할 수 있도록 노력하기 때문이었다. 또한 타사 제품과 가격 경쟁이 심한 품목이기도 했다. 일반 가게에서는 한 번 올랐던 상품의 가격은 환율이 좀 내렸다고 하더라도 다시 쉽게 내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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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보기] 2011년 4월 기준 물가 변화는

가공식품 큰 폭 상승 … 원자재 상승 영향

작년 8월을 마지막으로 조사가 완료된 리포트의 결과는 2011년 4월 현재도 그대로 적용된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우유의 가격이다. 우유와 같은 기초식품은 정부의 가격 통제로 최근 높은 소비자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전년에 비해 가격이 낮아졌다. 각각 대형 마트 170원, 편의점 10원, 슈퍼마켓은 150원이 싸졌다.

가공식품은 전년 대비 상승했다. 작년 조사에서 가격이 460원에 불과했던 라면은 대형 마트에서조차 200원 올라 660원을 기록했다. 또 스타벅스 라테는 적게는 130원에서 많게는 150원가량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국제 농산물 및 유가를 포함한 원자재 가격의 상승이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풀이된다.

또 조사 결과처럼 스팸은 여러 상승 요인에도 불구하고 작년과 같은 가격으로 나타났다. 작년 스팸의 대형 마트 가격은 4600원, 편의점 가격은 5800원이었으며 올해에도 마찬가지였다.

한편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7%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으나 이들 품목의 가격 변동이 크지 않았던 것은 정부의 강력한 관리 품목이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또 대형 마트는 업체 간의 강력한 경쟁으로 소비자 판매 가격이 낮아진 요인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조사·글=허백(경기고 3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