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정책이 한두 개가 아닙니다. 이번에도 일단 정책을 내놓고 봐야 하니 그렇게 된 것 같습니다.”

정부가 관계 부처 간 협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부동산 취득세율 50% 인하와 지방 세수 감소분 전액 보전 방침을 발표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기획재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가 내놓은 답변이다.

고위 공무원으로서 무책임한 발언이기는 하지만 그가 한 말은 3월 22일 주택 거래 활성화 방안을 발표한 이후 정부가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인 이유를 설명해 준다.

정부는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를 제외한 지역에 대해 지난 3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폐지했던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4월부터 되살리기로 하면서 부동산 취득세율을 50% 인하하겠다는 보완책을 내놓았다.

DTI 부활로 주택 담보대출이 감소하면 주택 거래가 위축될 수 있는 만큼 취득세를 내려 거래 활성화를 유도하겠다는 게 정부의 의도다. 정부는 이와 함께 지방세인 취득세를 인하하면 지방자치단체의 세금 수입이 감소, 지방 재정 문제가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세수 감소액 전액을 보전해 주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취득세 인하 및 세수 감소분 전액 보전 방침은 대책 발표 이튿날부터 벽에 부닥쳤다. 지자체들이 취득세 인하에 반대하고 나선 것. 지방 세수 중 취득세 비중이 절대적인 만큼 취득세를 인하하면 재정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게 지자체들의 판단이었다.

지자체들은 정부가 밝힌 세수 보전 방침의 실효성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취득세 인하에 따른 세수 감소는 당장 지자체 재정에 부담을 주는데 정부의 세수 보전은 연말에 사후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자체들은 정부가 이왕 지원할 것이라면 매달 지자체별로 세수 감소액을 계산해 지원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부 내에서도 부처별로 의견이 달랐다. 취득세 인하 방침이 발표된 다음날인 3월 23일 재정부의 또 다른 고위 관계자는 “지방 세수 부족분을 중앙정부가 보전해 준 전례가 없다”라고 말했다.

시간이 부족해 설익은 정책 나온다?
부처 협의도 없이? “정책이 원래 그래”
이 관계자는 취득세 인하에 따른 지방 세수 감소액을 계산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언뜻 보기에는 취득세를 내리면 세수가 줄어들 것 같지만 취득세 인하에 따라 주택 거래가 활성화되면 오히려 세수가 늘어날 수도 있다는 얘기였다.
그는 “행정안전부가 취득세 인하에 따른 지방 세수 감소액을 추산한 자료가 있지만 여기에는 주택 거래 활성화에 따른 세수 증가 추계액이 포함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재정부와 행안부는 관계 부처 협의 과정에서 지방 세수 보전에 관해 계속 이견을 보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재정부는 지방 세수 감소액을 추계하는 것이 어렵고 정부가 지방 재정을 지원해 준 적이 없다는 근거를 들어 세수 보전에 부정적인 생각이었다. 반면 지자체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는 행안부는 끈질기게 세수 보전을 요구해 이 방안을 대책에 포함했다.

지방 세수 감소액을 정부 예산으로 지원하겠다는 발상부터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많다. 주택을 구입한 사람에게 세금 인하 혜택을 주면서 그에 따라 발생하는 지방재정 공백은 국민이 낸 세금으로 채우겠다는 것은 조세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점에서다. 이번 주택 거래 활성화 대책이 결국 집값을 떠받치기 위한 부동산 부양책이며 다른 형태의 ‘부자 감세’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재정부 관계자의 말처럼 완벽한 정책을 내놓기에는 시간이 부족해 일단 큰 그림부터 보여주고 세부적인 부분은 추가적인 협의를 통해 채워가기로 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DTI 폐지 시한은 원래부터 3월 말로 정해져 있었다.

DTI 폐지 시한을 연장할지 여부와 그에 따른 후속 대책을 언제까지 만들어야 할지에 관한 시간표가 이미 나와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설익은 정책이 나온 것을 시간이 부족해 그런 것이라고 이해해 주기는 어렵다.

유승호 한국경제 경제부 기자 usho@hankyung.com